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26일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를 강조했다. ‘중립 지대’인 ICJ의 최종 판결을 받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날 이 할머니는 최영애 인권위원장과의 면담 전 취재진에게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서 위안부 문제를 밝히기 위해 오늘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현재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도 재판을 받고, 일본에서도 해봤고, 한국에서도 했다. 이제는 할 거 다 했다”며 ICJ 회부가 위안부 해결의 마지막 수단임을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식민지 무법천지일 때 일본이 칼 들고 어린 여자아이였던 나를 끌고 갔다”며 “일본은 무법천지일 때 하는 행동을 지금도 그대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면담은 이 할머니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면담에 동석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이 할머니에게 “임기가 얼마 안 남았지만,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노력하겠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확답할 수 없지만 절차를 따라서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ICJ에서 다룰 수 있도록 정부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나 ICJ 재판 회부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3일 정의용 외교부장관을 만나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문 대통령에게 직접 ICJ 관련 의사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할머니의 행보는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사죄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간만 허비하기보다, ‘중립지대’인 ICJ에서 결론을 내리고 싶다는 의지로 보인다. ICJ는 국가 간 발생한 분쟁을 법적으로 해결하는 유엔 산하의 국제 사법 판단기구다. ICJ의 판결은 구속력을 가지고 있어 해당 국가는 ICJ의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