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창업주인 율촌(栗村) 신춘호 회장이 27일 92세로 별세했다.
농심은 신 회장이 이날 오전 3시38분께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최근 병세가 악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은 지난 25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에 대해 “몸이 안 좋으시고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 회장은 1930년 경남 울산에서 5남5녀 중 삼남으로 태어났다. 롯데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으로, 일본에서 활동하던 신 회장을 대신해 국내 롯데를 이끌었다.
신 회장은 일본롯데 이사로 재직하던 때 신 명예회장과 마찰을 빚자 1965년 한국에서 롯데공업을 세워 롯데라면을 출시했다. 당시 신 회장은 “한국에서의 라면은 간편식인 일본과는 다른 주식(主食)이어야 한다”며 “값이 싸면서 우리 입맛에 맞고 영양도 충분한 대용식이어야 먹는 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라면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라면 사업 추진을 놓고 형과 갈등을 겪은 끝에 1978년 사명을 농심으로 바꿔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롯데그룹에서 독립했다.
신 회장은 신라면과 짜파게티 등 사랑받는 제품을 개발했다. 두 제품은 현재 국내 라면 시장에서 점유율 1, 2위를 달리고 있다. 1985년 이래 라면사업에서 36년간 1위를 차지고 있는 농심의 지난해 라면 매출은 2조868억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신라면의 수출액은 4400억원을 넘겼다. 신라면은 현재 10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라면 이외에도 1971년 우리나라 최초의 스낵인 새우깡을 개발했다. 이후 양파깡, 감자깡 등 히트 상품을 연달아 내놓으며 스낵 부문에서도 업계 1위에 올랐다.
신 회장은 1992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다가 농심이 그룹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룹 회장직을 맡아왔고, 최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며 56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뗐다. 지난 25일 정기 주총에서 신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고 신 부회장, 박준 부회장, 이영진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차기 회장에는 고인의 장남인 신 부회장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 부회장은 1997년 농심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데 이어 2000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농심 경영을 맡아왔다.
현재 신동원 부회장은 농심의 최대주주인 농심홀딩스의 최대주주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신동원 부회장의 농심홀딩스 지분은 42.92%다.
신 회장은 부인 김낙양 여사와 신현주(농심기획 부회장), 신동원(㈜농심 부회장), 신동윤(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메가마트 부회장), 신윤경(아모레퍼시픽 서경배회장 부인) 3남 2녀를 두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에 차려지며, 발인은 30일 오전 5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