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총 쏘고, 산채로 불태우고…미얀마 군부의 만행
  • 김수현 디지털팀 기자 (sisa2@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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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하루에만 최소 114명 사망…장례식에서도 총격, 환자 돌보던 간호사도 총탄에 쓰러져
지난 27일 미얀마 양곤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자가 타오르는 불길 가까이 서 있는 모습ⓒAP/연합뉴스
지난 27일 미얀마 양곤에서 반군 시위대가 불길 가까이 서 있는 모습ⓒAP/연합뉴스

미얀마 군경의 끔찍한 반인도적 만행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간인 사망자가 45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얀마 사태를 “끔찍하다”고 평가했고, 유럽연합(EU)도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얀마 군부의 만행에 국제사회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무차별 총질로 5세 유아를 포함한 어린이 등 무고한 시민 최소 114명이 목숨을 잃은 지난 27일(현지 시각) 최악의 유혈 참사 다음 날에도 군경의 만행과 안타까운 희생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쿠데타 발발 이후 민간인 사망자는 45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이 유기 또는 탈취된 경우나 행방불명 된 뒤 생사를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와 이라와디 등은 28일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마을 주민 한 명이 총격에 부상한 뒤 불에 타 숨졌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군경은 전날 밤 오후 9시께 아웅먀타잔구를 급습했고, 이 과정에서 주민인 아이 코(40)씨가 총에 맞아 다쳤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한 주민은 매체에 “불길로 던져진 뒤 그는 ‘엄마 살려줘요’라고 외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군경이 계속해서 총을 쏘고 있어 주민들은 그를 구하러 집 밖으로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중부 사가잉주 몽유와 지역에서는 총에 맞아 다친 시위대를 치료하던 20세 간호사 한 명이 군경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 중부 샨주 주도 타웅지, 북부 카친주 주도 미치나 등지에서도 군경이 발포해 민간인 9명이 숨졌으며, 이 중 4명은 여성이었다고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전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유혈사태에 연일 충격을 나타내며 군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미얀마 사태에 대해 “끔찍하고,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내가 받아온 보고를 토대로 볼 때 끔찍하게도 많은 사람이 완전히 불필요한 이유로 살해됐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자신들의 날에 자신들의 국민을 겨냥해 군부가 저지른 폭력 고조를 용납할 수 없다”며 “미얀마군은 어제를 기념하기는커녕 공포와 수치의 날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한국 등 12개국의 합참의장은 매우 이례적인 공동성명을 통해 미얀마군이 군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들 군부 지도자는 “전문적인 군대는 행위의 국제기준을 준수하고 자신이 섬기는 국민을 해치지 않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며 “미얀마군이 폭력을 멈추고 자신들의 행동 때문에 상실한 미얀마 국민의 존중과 신뢰를 회복하는 데 노력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28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군경의 유혈 진압에 새총으로 맞서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28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군경의 유혈 진압에 새총으로 맞서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미얀마 군부를 겨냥한 서방국가들의 각종 제재와 성명 발표에도 미얀마 유혈사태가 점점 악화하면서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응과 제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미얀마군이 학살로 위기를 벗어나고자 한다”면서 “국제사회의 행동이 뒤따르지 못해 그 대가로 시신들의 수가 계속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특별기구인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미얀마 군부가 자행하는 폭력 때문에의 미얀마 젊은 세대가 재앙적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총재는 “미얀마군이 어린이를 보호하기는커녕 어린이를 대상으로 무차별 살육을 저지른 것에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약 두 달 동안 어린이 희생자만 2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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