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도 불사한 與野의 막말 선거전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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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선거, 막판 변수로 작용할까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열흘 앞둔 28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각각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과 강남구 코엑스 동문광장에 열린 집중 유세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열흘 앞둔 28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각각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과 강남구 코엑스 동문광장에 열린 집중 유세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보궐선거전이 달아오르면서 여야 후보들의 수위 넘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양측이 ‘역대급’ 네거티브 전략을 펼치면서 ‘막말’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내년 대선의 전초전으로 꼽히는 이번 선거에서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이는 여야가 네거티브와 막말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경쟁 후보자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해서 반사 이익을 얻기 위한 선거 전략이다. 특히 열세인 후보가 경쟁자를 따라잡기 위해선 네거티브 공격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게 선거판의 정설이다. 네거티브 공격을 당하는 입장에선 또 다른 네거티브로 반격하는 게 피해를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네거티브 캠페인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치킨게임이 되기 십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토건족” “MB 시즌2” “차별의 대명사” 등 거친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 후보를 향해 “쓰레기”라고 발언하면서 막말 논란에 불을 지쳤다.

윤 의원은 지난 27일 박 후보 선거 지원 유세에서 “내곡동 땅이 있는 것을 알면서 거짓말하는 하는 후보는 쓰레기인가, 아닌가”라며 “4월7일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윤 의원의 말은 막말을 넘어 저주에 가깝다”며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26일에도 서울·부산시장 후보들의 잇단 설화로 구설에 올랐다. 박 후보는 20대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20대의 경우 역사 같은 것에 대해 서는 40·50대보다 경험치가 낮지 않나”라고 말해 ‘청년비하’ 논란이 일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선대위에서 “부산은 3기 암환자와 같은 신세”라는 표현을 해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야당도 막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 후보는 26일 유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중증치매 환자’에 빗댄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하나”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후보에) 주의를 준만큼,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오 후보는 네거티브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오 후보는 27일 유세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는데, 일자리 못 만들고, 빈부격차 해소 못 하고, 주택가격 오른 건 천추에 남을 큰 대역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막말이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 막판 부동층의 표심을 좌우할 변수 중 하나는 말이다. 누가 실언과 막말을 하느냐가 선거 국면을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곤 했다.

야당의 경우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30대 중반에서 40대는 논리가 아니라 막연한 정서다”라는 김대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 발언과 ‘세월호 텐트 막말’을 쏟아낸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 등의 실언이 이어지면서 참패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나는 꼼수다》 출신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가 여성과 노인, 기독교 비하 막말을 쏟아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고 해 총선 판세가 요동쳤다. 당시 탄핵 정국 속에서 압도적 승리가 예상됐던 열린우리당은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얻는 데 그쳤다.

과도한 막말은 선거판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여야 지도부는 내부관리에 나서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29일 “과도하거나 혐오스러운 표현은 오히려 후보 검증의 취지를 흐리고 국민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 위원도 “우리 유권자들 수준이 고도로 높으신 분들이니, 막말 같은 것은 가급적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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