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도 태웅 회장, 두 아들과 동생에게 일감 떠 먹였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3.3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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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역주행하는 중견기업 내부거래 실태 ③ 태웅그룹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대물림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데 이어, 최근 공정경제가 화두로 제시되면서 정부는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그동안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내부거래 규제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중견기업들은 아랑곳 않고 내부거래에 골몰했다. ‘일감몰아주기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중견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은 중견기업의 내부거래 실태를 차례로 분석해 보도한다. 

허용도 태웅 회장 ⓒ 연합뉴스
허용도 태웅 회장 ⓒ 연합뉴스

태웅그룹은 외부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부산 소재 기업인데다 사업영역이 B2B에 집중돼 있어서다. 그러나 단조업계에서 태웅그룹의 위상은 대단하다. 세계 최대 단조기업이자, 세계 풍력부품 시장의 30%를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태웅그룹은 현재 2세 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창업주인 허용도 태웅 회장의 장남 허욱 태웅 부사장과 차남 허완 태상 이사가 경영 전면에 나서 있다. 태웅그룹은 2세 지분 승계를 위한 수단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선택했다. 2세 형제의 개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마련한 재원을 바탕으로 그룹 내 핵심사인 태웅의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우선 허 부사장의 승계 지렛대는 태웅에스엔티였다. 허 부사장(55.8%)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지분율이 100%인 이 회사의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이 27.93%였다. 태웅에스엔티는 2019년 338억원 중 29.27%에 해당하는 99억원의 매출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허 이사에게는 태상이 주어졌다. 허 이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 회사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사이 평균 내부거래 비중이 25.43%였다. 태상 내부거래의 95% 이상은 태웅이 책임졌다. 실제 태상의 2019년 전체 매출 587억원 중 135억원이 태웅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태상은 특히 회사기회유용 소지가 다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웅과 대부분 사업영역이 겹치기 때문이다. 태웅이 영위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태상이 가져가고 이로 인한 수혜가 허 이사에게 흘러가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런 내부거래로 발생한 재원은 경영권 승계에 투입됐다. 태웅에스엔티는 태상은 2018년 지주사이던 태웅홀딩스가 보유한 태웅 지분을 전량 매입했다. 현재 태웅에스엔티와 태상의 태웅 지분율은 각각 16.96%와 15.89%다. 태웅가(家) 2세 형제가 자신들의 회사를 통해 태웅을 간접 지배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허 회장은 자신의 일가뿐 아니라 동생 허현도 스틸코리아 대표도 챙겼다. 허 대표가 지분 90%를 보유한 스틸코리아에 태웅의 일감을 몰아준 것이다. 실제 스틸코리아의 전체 매출 중 태웅과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6년 평균 44.66%였다. 특히 2019년에는 전체 매출 102억원 중 절반 이상(51.47%)을 내부거래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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