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겨눈 ‘목격자들’에 긴장하는 野…與는 맹공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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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오세훈·박형준 관련 ‘진술 방어’ 총력전
與, 목격자 엄호 속 고발·수사의뢰로 ‘옥죄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4월2일 서울 종로구청 사전투표소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4월3일 서울 광진구 자양3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각각 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4월2일 서울 종로구청 사전투표소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4월3일 서울 광진구 자양3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각각 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4·7 보궐선거에 사활을 건 정치권이 '운명의 날'을 앞두고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태세다. 지지율 조사에서 서울·부산시장 후보 모두 여당에 큰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난 국민의힘은 막판까지 '목격자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여당은 각종 의혹을 '기획 폭로'라고 일축하며 '정권 심판론'을 부르짖는 야당을 향해 '거짓 프레임'으로 맞불을 놨다. 

 

野, 오세훈·박형준, '목격자 진술' 방어에 총력전

국민의힘은 오 후보와 박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이 선거 막판까지 이어지자 표심 이탈을 우려한 '맞불' 작전을 펼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오 후보가 과거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있었고 경작인과 함께 식사를 했다고 증언한 생태탕 집 아들의 증언을 지적하며 "16년 전 일을 어떻게 그렇게 상세히 기억하며, (다른 사람이) 무슨 옷을 입었고 신발을 신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나"라고 되물었다.

앞서 생태탕 집 주인과 그의 아들은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오 후보가 2005년 처가의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온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들 A씨는 오 후보가 검정 선글라스와 흰색 바지,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 왔다며 구체적인 목격담을 내놨다. 

주 원내대표는 이에 "내곡동 생태탕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김대업이 생각난다"고 언급하며 신빙성 없는 공작의 일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대업씨는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여당이 본질과 상관없는 무분별한 네거티브로 오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은 오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 "서울시장 재직 시절 시장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챙겼느냐가 문제의 본질인데, 증거가 없으니 측량 현장에 갔냐 안 갔냐를 갖고 막판에 네거티브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인근 식당에서 생태탕을 먹었냐 안 먹었냐를 갖고 과거의 기억에 대해 거짓말을 하느냐가 지금 네거티브의 본질인데, 이 사건(내곡동 보금자리 주택지구 지정 관련 의혹)에 불법이 있었느냐, 부정했느냐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선대위도 이날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과 2012년 총선 당내 경선과정에서 경쟁 후보 측을 성폭력 가해자로 허위 진술하도록 했다는 증언에 대해 강력 대응하고 나섰다.  

하태경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이날 뉴스공장에 당사자(허위진술을 강요받았다고 한 여성)와 전 남편이 등장했는데 15년 전에 이혼을 한 전 남편은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초·중학교 동기로 절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와 폭로자의 전 남편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하 본부장은 "전 남편은 아내와 10년 동안 연락을 안 하다가 선거를 앞두고 3월에 연락했다고 한다"며 "배후에 김 후보 측이 있는 것이 아닌가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말에 거짓이 있으면 저를 고발하고 김 후보는 오늘 뉴스공장 인터뷰에 나온 전 남편과 어떤 관계인지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박 후보에 대한) 엘시티 특혜분양의 전제가 되는 것이 17층과 18층이 로열층이라는 것인데 부동산업체에 확인해 보니 로열층은 40∼60층이라고 한다"며 "당시 분양률이 40% 정도였고 로열층이 아닌 것을 로열층이라고 해야 특혜가 성립되기 때문에 논리적 비약"이라며 엘시티 관련 인터뷰 역시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4월4일 오후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중구 광복로와 남구 용호동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4월4일 오후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중구 광복로와 남구 용호동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與, 목격자 엄호 속 고발·수사의뢰로 상대 옥죄기 

민주당은 국민의힘 후보들을 잇달아 고발 및 수사 의뢰하며 '선거 승패에 상관없이 수사받을 처지에 놓인 야당 후보들'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또 목격자를 향한 야당의 무차별적 공세는 시민을 겁박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은 5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검찰에 추가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회재 당 법률위원장은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가 2005년 6월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가지 않았다는 취지의 허위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오 후보를 상대로 추가 고발장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7일에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오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내곡동 땅의 존재와 위치를 몰랐고, 내곡동 보상으로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취지의 오 후보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허위사실 공표로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검찰은 이른 시일 내에 수사에 임해주길 요청한다"면서 "오 후보는 당장 서울시장 후보직에서 물러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박 후보를 둘러싼 의혹 역시 검찰에 수사의뢰하며 판을 키워나갈 방침을 밝혔다. 박광온 사무총장은 "오후 4시에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수사 의뢰도 하겠다"며 "당초 선대위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려 했으나 사안이 워낙 중해 중앙당 차원에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당은 이날 생태탕집 아들이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결국 철회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진실을 말하고 있는 내곡동 경작인과 음식점 사장에게 오세훈 지지자들의 해코지 협박이 쏟아지고 있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무도한 짓이 벌어지고 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의인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경호 대책을 즉시 강구할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황방열 캠프 부대변인은 "생태탕집 가족 같은 분들이 한국 민주주의를 지켜왔다"며 "오 후보측은 생태탕집 가족의 생생한 증언은 물론이고 공기업 직원인 국토정보공사 측량팀장과 다른 경작자들의 목격담까지도 깡그리 무시하고 오히려 후보까지 나서서 '수사' 운운하며 협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설치는 것도 정도가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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