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초전’ 보선…결과에 따른 대권잠룡들의 손익계산서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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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로 웃고 우는 여야 대선주자들
4.7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6일 오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과 유세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4·7 보궐선거 ‘결전의 날’을 하루 앞두고 정치권이 민심 다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야 모두가 사활을 건 승부에 차기 대권주자들도 발 벗고 나서면서 그야말로 ‘대선 전초전’이 연출됐다.

‘소통령’ 서울시장과 ‘제2의 도시’ 부산시장이 지닌 상징성을 감안할 때 이번 선거는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때문에 보궐선거 규모나 파급 효과는 이미 전국단위 선거에 견줄만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권주자 입장에서는 지지층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 되는 셈이다.

보궐선거 막이 내린 뒤 불과 11개월(2022년 3월9일) 후에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점을 감안할 때 대권 후보들의 대선 레이스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는 쪽은 시작과 동시에 치명상을 입고 대선을 치러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보궐선거로 리더십 시험대 오른 이낙연

4·7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꼽히는 인물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이다. 문재인 정권 말기 ‘정권 심판론’이 불붙은 상황에서 치러지는 데다 전임 민주당 시장들의 성추문이 발단이 된 선거라는 점에서 여권의 부담은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당내 후보 선출 과정에서 이 위원장이 원칙을 깨트리면서까지 승부수를 띄웠다는 점에서 결과에 따른 후폭풍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후보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당헌·당규를 손질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박영선 후보를 내세웠다.

누구보다 ‘승리’가 절실한 이 위원장은 지난달 9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현장에서 선거 캠페인을 지휘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서울·부산은 물론 기초단체장·광역의원 재·보선이 있는 경남, 전남, 충북 등을 돌며 지원 유세를 벌였다. 이 위원장은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샤이진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3%포인트 내외의 박빙 승부로 민주당이 이길 수도 있을 것이다”며 선거 결과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위원장이 ‘샤이진보’를 언급하며 내놓은 이같은 발언은 지지층을 더욱 결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LH사태와 흔들리는 부동산 정책 등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막판 지지층 결집을 끌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겼다. 

만일 이번 선거에서 여권이 패배한다면 민주당 지도부와 이 위원장은 리더십 타격과 거센 책임론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대권후보 지지율에서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 위원장의 대권 레이스에도 암운이 드리울 가능성이 크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1일 오후 부산 중구 한 건물에서 열린 후원회 개소식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존재감 부각하며 대권 레이스 본격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보궐선거에 적극 지원사격을 날리며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만났다. 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서울 시정도 혁신적으로 하실 것 같다”며 박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난달 31일엔 휴가를 내고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후원회 사무소 개소식에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이 지사의 경우 이번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여권 대선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지사는 수개월째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까지 불과 6개월 남은 상황에서 이 지사의 기세를 꺾을 만한 인물이 아직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의 당권이 친문(親文)에서 비문(非文)인 이 지사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공동선대위원장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세빛섬 인근 한강공원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걷기' 행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돕는 안철수, 야권 대선구도 주도할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단일화 이후 매일 지원 유세에 나서며 ‘화학적 결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 대표는 범야권 단일화 패배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빨간 넥타이를 매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오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안 대표는 야권 승리를 위해 서울과 부산을 누비며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안 대표는 보궐선거 이후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그는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월7일 이후 야권은 혁신적 대통합과 정권교체라는 더 험하고 깊은 산과 강을 건너야 한다”며 “저 안철수, 정치의 혁신과 야권 대통합, 정권교체에 이르기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가 정치적 보폭을 넓힌 뒤 야권 정계 개편 및 차기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안 대표가 단일화 과정에서 야권 대통합 공식을 거론한 만큼 보궐선거가 끝나면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은 결합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안 대표는 오 후보의 선거 운동을 적극 도우며 내년 대선을 위한 ‘당심 밭갈이’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대선을 감안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오 후보가 박 후보를 꺾고 당선되면 국민의당은 주도권을 쥔 국민의힘에 흡수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럴 경우 안 대표의 입지가 생각보다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일 오후 부산 북구 덕천동에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거리 유세를 하면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목소리 키우는 유승민

야권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 전면에 나섰다. 사전투표 마지막 날(3일) 유 전 의원은 부산에 방문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지지를 당부하며 야권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유 전 의원의 시계는 내년 대선을 향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5일 BBS 라디오 《박경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번(대선)이 제 마지막 도전이라고 배수진을 치고 대선 준비를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며 차기 대권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김종인 위원장이 물러난 후 조기 전당대회와 집단지도체제를 제시하는 등 당의 비전에 대해서도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무소속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을 모두 참여시켜 경쟁하자는 주장도 내놓으며 당 외곽 인사와 중도층 공략에도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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