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정부 발표보다 3배 많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1 14:00
  • 호수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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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당국, 영국·남아공·브라질형만 통계 내 535명 발표…실제 변이 감염자는 1513명 달해

“세계적으로 ‘변이 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됐다. 국내에도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10%에 육박하는 데다 모든 유형의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로 들어와 퍼지는 상황이어서 안심할 수 없다.” 11월 집단면역 형성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 위험성을 강조한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경고다.

지난해 말 국내 첫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4월28일 기준 국내 누적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1513명이다. 영국형 464명, 남아공형 61명, 브라질형 10명, 캘리포니아형 334명, 영국-나이지리아형 8명, 필리핀형 5명, 뉴욕형 7명, 인도형 9명이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와 역학적으로 관련된 확진자도 615명이나 된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4월27일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를 535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주요 변이 바이러스 3종(영국형·남아공형·브라질형) 감염 수치만 발표한 것이어서 실제보다 3분의 1 적은 것 같은 착시현상이 생긴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이 변이 바이러스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 교수는 “백신 접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미국이 접종에 속도를 내는 것도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변이 바이러스 팬데믹’ 시작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변이 바이러스를 VOC(우려 변이 바이러스), VOI(관심 변이 바이러스), VHC(고위험 변이 바이러스) 등 3그룹으로 분류해 감시하고 있다. VOC는 이미 세계적으로 확산해 팬데믹까지 우려되는 바이러스를 의미한다. 여기엔 영국형·남아공형·브라질형·캘리포니아형 변이 바이러스가 속한다. 

지난해 9월 처음 보고된 영국형은 4월20일 기준 세계 125개국으로 확산됐다. 미국 CDC는 영국형의 전파력이 50% 이상 증가했고, 심각성(입원이나 사망)도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발생한 남아공형은 현재 67개국으로 퍼졌다. 전파력은 50% 이상 증가했으나, 심각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브라질형은 지난해 12월 보고된 후 43개국으로 번졌다. 전파력은 강해진 것으로 추정되나, 심각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가장 최근 발견된 캘리포니아형은 이미 44개국으로 퍼졌다. 전파력이 20% 이상 증가했고, 치사율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 외의 변이 바이러스는 VOI로 분류했다. VOI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기타 변이 바이러스를 말한다. 인도형, 영국-나이지리아형, 필리핀형, 뉴욕형, 프랑스형 등이 이 그룹에 속한다. 브라질에서는 기존 변이 바이러스(P1)에 이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P2)도 나왔다. 마지막 그룹인 VHC는 예방 또는 의료 조치 효과를 현저히 떨어뜨리는 변이 바이러스를 의미한다. 다행히 아직 이 그룹으로 분류된 변이 바이러스는 없다. 김 교수는 “우리 방역 당국은 영국형·남아공형·브라질형 3종만 우려 변이 바이러스로 분류하지만, 미국은 캘리포니아형도 VOC 그룹에 포함했다. 인도형도 VOC에 포함시켜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지금까지 발견한 변이 바이러스는 전장(全長) 유전체 분석(유전자 전체를 분석하는 방법)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분석하지 않은 나라에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존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변이 바이러스는 인도형이다. 인도에서 3월24일 출현한 이중 변이 바이러스는 하루 만인 25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에서도 발견됐다. 이중 변이 바이러스는 변이 바이러스 두 종류를 함께 보유한 바이러스를 말한다. 

게다가 최근 약 300만 명이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는 행사가 열린 힌두교 축제로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할 조짐이다. 실제로 2월15일 1만 명이 안 되던 인도의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4월15일 21만6800여 명으로 급증했다. 현재 인도 감염자 중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20%로 추정된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4월26일 하루에만 약 32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세계 하루 감염자 수(약 67만 명)의 절반가량이 인도에서 나오는 셈이고 2위인 미국(약 5만8000명)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인도의 하루 사망자 수도 세계 최고인 2700명 이상으로, 2위인 브라질 사망자 수(약 1200명)보다 2배 이상 많다. 인도 뉴델리에 전면 봉쇄령이 내려지는 등 사실상 방역 체계는 붕괴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4월27일 인도의 코로나19 대확산을 대규모 모임, 낮은 백신 접종률, 전파력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어우러진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의 결과라고 규정했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는 적자생존 원리에 따라 우세한 변이 바이러스가 살아남을 것이다. 현재는 영국형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하지만 앞으로 어떤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될지 모른다. 상황이 좋지 않은 인도의 영향권에 필리핀·인도네시아·일본·한국 등이 들어 있어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변이 바이러스 감염률은 오사카에서 70%, 도쿄에서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검역이 강화된 인천국제공항에서 4월27일 이용객이 출입하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독감처럼 매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필요 

이처럼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세간의 관심은 백신으로 쏠리고 있다.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얼마나 효과적이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를 종합하면 대다수의 백신은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떨어진다. 그나마 영국형에 대해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약 75%, 노바백스 백신이 86%의 효능을 보인다. 

그러나 다른 변이 바이러스에는 백신 효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남아공형에 대해 화이자 백신 효능은 3분의 2가 감소했다. 노바백스 백신 효과는 약 55%, 얀센 백신은 약 57%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주요 백신으로 삼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는 약 10%로 밝혀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아도 남아공형에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브라질형에도 모더나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홍 대한감염학회장(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국내로 들어온 변이 바이러스 가운데 영국형이 현재는 주류를 이루지만, 2~3년 후 브라질형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브라질형에 대한 백신 효과에 대해 데이터가 부족해 어떻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그러나 브라질형은 남아공형과 변이 부위가 유사하기 때문에 브라질형에 대해서도 백신 효과가 좋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은 최근 “변이 바이러스에 맞춘 백신을 새로 만들어 9~12개월 후 3차 접종을 해야 할지 모른다. 3차 접종 필요성 여부는 올해 가을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변이 바이러스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는 생존을 위해 환경에 따라 변이한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을 예견해 왔다. 유 회장은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독감 등 모든 바이러스는 변이한다. 3차 백신 접종이라는 것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백신은 영구 면역이 안 되므로 독감 백신처럼 매년 맞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2년마다 열리는 인도 최대의 순례 축제 쿰브멜라가 열린 가운데 힌두교 신자들이 4월14일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REUTERS

입국자 격리 원칙마저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

4월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3월 5%대에서 최근 9.2%로 거의 2배 상승했다. 변이 바이러스를 확인하는 방법은 전장 유전체 분석이다. 모든 감염자에 대해 이 분석을 하지 않는다. 이 분석량을 늘리면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김 교수는 “해외 입국자의 절반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된다. 또 국내 감염자의 5%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된다. 이 두 가지를 합하면 약 9.2%가 된다. 최근 분석이나 검출의 꾸준한 증가는 코로나19 4차 유행의 동인(動因)이라고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단기·장기 전략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 회장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첫 번째 과제는 백신 접종을 빨리 마쳐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다. 정부는 11월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목표를 어떻게든 실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집단면역 달성에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4월26일 대국민 담화에서 “지난 주말(4월24일) 화이자 측과 백신 2000만 명분을 추가 계약한 결과 총 9900만 명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 11월 집단면역도 차질 없이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사실상 입국자 격리가 전부다. 이마저도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한다. 방역 당국은 남아공과 탄자니아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 모두 2주간 시설에 격리하면서도 인도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서는 이 원칙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전파력 등을 평가할 정보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다. 

김 교수는 “우리 방역 당국이 선제적 방역을 표방하면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을 넓은 시각에서 보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화이자 백신 2000만 명분을 확보했다지만 한꺼번에 도입되기보다는 주간 또는 월간 단위로 찔끔찔끔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조금씩 접종하면서 접종 기간이 길어지면 초반에 백신을 맞은 사람의 항체가 사라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백신 접종자의 재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노바백스 백신도 기술이전을 받는다고 하지만 핵심 기술은 의존할 수밖에 없다. 10~20년을 내다보면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백신을 개발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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