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코드의 대가가 말하는 미래 트렌드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9 11:00
  • 호수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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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로 안내하는 《필립 코틀러 마켓 5.0》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소비 변화를 곰곰이 생각해 보자. 가장 단적인 변화가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면서 관련 지출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또 물건을 사는 방법이나 소비 기준도 확실히 달라졌다. 식품 소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알몸으로 김치를 담그는 영상으로 인해 중국산 김치가 마트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달라졌고, 후쿠시마 사태로 인해 수산물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궁금한 것은 이런 시장의 흐름을 통찰력 있게 분석해 보고 싶다는 욕구다. 그럴 때 가장 관심이 가는 인물로 꼽히는 이가 필립 코틀러다. 그는 매년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는 김난도 교수팀처럼, 몇 년에 걸쳐 주기적으로 비즈니스 트렌드를 분석해 왔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한 《필립 코틀러 마켓 5.0》은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시장에 대한 가장 중요한 분석서로 자리할 것이다.

이제 시장이나 사회에서 세대는 낯선 용어가 아니다. 1969년생인 X세대 필자와 2002년생인 Z세대 아들의 생각이나 처세 방식을 보면 더 실감하게 된다. 실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는 때로 필자보다 돈을 더 절약하는 등 경제의식 수준이 높은 모습을 보여 놀라곤 한다.

《필립 코틀러 마켓 5.0 | 필립 코틀러 외 지음 | 더퀘스트 펴냄 | 356쪽 | 1만8500원》ⓒAP연합
《필립 코틀러 마켓 5.0 | 필립 코틀러 외 지음 | 더퀘스트 펴냄 | 356쪽 | 1만8500원》ⓒAP연합

시장 분석의 대가 필립 코틀러의 이번 책은 이런 세대 간 변화의 흐름을 씨줄로 삼고 있다. 반면에 날줄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기술이나 환경의 변화다.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이나 코로나 팬데믹 등은 시장에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한다.

지속적으로 ‘마켓’의 버전을 정리해 온 저자가 이번에 선택한 숫자는 5.0이다. 재밌는 것은 그 틀로 삼고 있는 세대 역시 5단계로 나뉜다. 베이비부머(1946~1964년 출생), X세대(1965~1980년 출생, 잊힌 낀 세대), Y세대(1981~1996년 출생, 에코 부머), Z세대(1997~2009년 출생, 센테니얼), 알파세대(2010~2025년 출생)로 나눴다. 그리고 이 세대들은 마켓 버전과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다.

단계로 봤을 때 1.0세대는 제품 중심으로, 2.0세대는 소비자 중심으로, 3.0세대는 인간 중심으로, 4.0세대는 전통적 마케팅에서 디지털 마케팅으로 전환하는 전환시대를 살았다. 그리고 이번 분석의 틀인 5.0은 앞선 3.0세대와 4.0세대가 가진 특성이 결합되는 인간과 기술의 융합시대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휴머니티’라는 단어가 인상적으로 등장한다. 시장과 어울리지 않는 이 단어가 등장하는 배경은 바로 양극화다. 이미 세상에는 고임금과 저임금의 직업 양극화를 비롯해 이데올로기, 라이프스타일, 시장의 양극화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등 기술의 진보는 필연적으로 이런 양극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만큼 전제로 깔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배경에는 기계가 가진 약점인 ‘휴먼 터치’, 즉 인간적 접촉을 할 수 없다는 것도 있다. 물론 과학자들은 인간을 닮은 기계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지만 접촉을 통해 인간 감정의 78%까지 전달하는 놀라운 방식까지는 따라오기 힘들 것이다.

책에서 가장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이 3장 ‘미래의 마케팅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다. 저자는 이 장에서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 고객 경험을 구축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 강도도 마케팅에서 판매, 유통, 제품 공급 및 서비스까지 모든 측면에서 디지털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 팬데믹이다. 이 시대에는 생필품 구매를 위해 전자상거래와 음식배달 앱에 의지했고, 디지털 뱅킹과 비현금 결제가 증가했다. 만남은 줌이나 구글 미트 같은 화상회의 플랫폼이 자리 잡았고,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지고 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OTT가 확대되고, 원격 진료로 의사를 만나는 일도 생각보다 빨라졌다.

이 과정을 통해 디지털화 수준이 피해 정도를 가늠한다는 것도 일깨워준다. 이런 상황을 파악하게 하기 위해 저자는 기업과 고객의 디지털 준비 상태의 높고 낮음을 바탕으로 4단계로 구분한다. 오리진, 온워드, 오가닉, 옴니인데, 가령 기업과 고객의 준비도가 모두 높은 곳은 옴니다. 이 군에는 금융 서비스와 하이테크가 있는데, 이들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피해를 덜 받을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앞으로 어떻게 대비하느냐다. 우선 저자는 고객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라고 한다. 거기에 비즈니스 프로세스 또한 디지털화하라고 종용한다. 그다음에는 디지털 고객 경험을 구축하라고 한다. 조직 또한 원격으로 작업하고 가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관련 인력 채용도 필요하다. 다음은 디지털 리더십을 강화하라고 말한다. 특히 소셜 미디어 및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의 콘텐츠 마케팅이 없다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또 AI, NLP 기술 활용 등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비대면으로 고객들이 비즈니스에 접근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디지털 퍼스트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갖추는 것도 권장한다.

뒷부분을 지배하는 단어는 부제에 있는 휴머니티다. 기술이 더욱 인간의 편의를 위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주시해야 한다. 난무하는 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이 가진 지혜, 융통성, 공감 능력을 가지고 기술이 제공하는 속도와 효율성의 균형을 잡으라고 말한다. 여기에 타기팅 개선을 위한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고, 선제적 조치로 시장 수요를 예측하라고 한다. 여기에 개인들의 온·오프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맥락 마케팅, 기술로 인간을 더 친숙하게 만나는 증강 마케팅, 조직의 벽을 넘어 신속한 실행이 가능한 애자일 마케팅을 강조한다.

책은 전반적으로 어렵지 않으면서 변화하는 시장의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결제하는 모든 행위는 저자가 지정하는 틀을 별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포노 사피엔스》 저자 최재붕 교수는 “사회 변화와 소비자 변화, 그리고 기술의 변화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디지털 문명시대 마케팅의 본질을 꿰뚫는다. 사회 변화의 원인부터 디테일한 기술적 대응책까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며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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