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골프장 입찰 때마다 ‘잡음’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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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입찰서 ‘특혜·로비’ 의혹 얼룩…인국공 임원, 청와대 행정관 구속
스카이72 골프장 입찰도 소송…“위법한 입찰공고로 국가계약법 위반”
“전문기관 용역결과 적용…제3자의 가치나 의견이 개입할 여지없어”

국토연구원은 2000년 10월에 ‘인천국제공항 주변지역개발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내놓았다.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앞두고 있던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공항주변에 산재돼 있는 유휴지 개발에 대한 구상과 타당성을 연구해 달라고 의뢰한 것이다.

당시 국토연구원은 공항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골프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제5활주로 예정부지의 일부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한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럴 경우, 해마다 73억원 상당의 영업수입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해 놓았다.

인국공은 이를 토대로 2001년 3월에 신불지역과 제5활주로 예정지역 등의 부지에서 2020년까지 대중제 골프장 등을 건설해 운영할 임대사업자를 모집했다. 다만, 공항시설의 개발수요나 공항공사의 계획변경 등으로 토지사용기간의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상호 협의로 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첫 입찰부터 로비와 특혜시비에 휘말렸다. 인국공은 최초 입찰결과에 대해 무효를 선언하고, 재입찰을 진행했다. 재입찰에선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의 전신이었던 클럽폴라리스컨소시엄(클럽폴라리스)이 낙찰을 받았다.

세 번째 입찰도 시비가 붙었다. 인국공이 지난해 9월에 발표한 세 번째 입찰의 낙찰자를 잘못 결정했다는 소송에 휘말린 것이다. 인국공이 골프장 부지 임대사업자를 모집하는 입찰을 진행할 때마다 ‘잡음’이 생기는 모양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정용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정용 기자

‘로비·특혜’ 시비로 얼룩진 첫 입찰

인국공은 2001년 7월에 원익컨소시엄(원익)을 골프장 부지 임대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했다. 또 협상결렬에 대비해 에어포트72컨소시엄(에어포트72)를 2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원익은 당시 2004년까지 총 1340억원을 투자해 신불지역에 18홀 규모의 골프장과 호텔을 짓고, 제5활주로 예정지역에 27홀짜리 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원익은 처음에 2005~2020년까지 토지사용료로 325억원을 써 냈다. 이어 재심의 때 307억원을 추가해 632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당시 인국공이 물어야 할 종합토지세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포트72는 1729억원의 토지사용료를 제시해 놓고도 ‘지나치게 과도한 금액’이라는 평가를 받아 2순위로 밀렸다. 이는 원익이 써 낸 토지사용료 보다 1097억원이나 많은 금액이다. 골프장 규모도 원익의 사업계획에 비해 훨씬 컸다.

에어포트72는 신불지역과 제5활주로 예정지역에 각각 18홀과 54홀 규모의 골프장을 짓고, 체육공원을 건설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당기순이익의 10%를 인국공이 지정하는 사회복지법인에 기탁하고, 인국공 프로골프팀 운영과 인국공배 국제골프대회 개최도 약속했다.

원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되자, 인국공 사장은 개발사업단장을 보직에서 해임했다. 평가항목 중 가장 중요한 수익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배정했다는 이유다. 당시 인국공은 공항을 건설하면서 4조원 상당의 빚더미를 안고 있는 상태여서 경영개선이 시급한 입장이었다.

이는 인국공 사장과 개발사업단장이 서로 특혜·로비 의혹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 개발사업단장은 인국공 사장이 에어포트72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배점 변경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인국공 사장은 개발사업단장이 원익의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의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맞받아쳤다.

이 갈등은 개발사업단장과 청와대 행정관이 공정한 임대사업자 선정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개발사업단장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위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청와대 행정관은 공무상 비밀누설과 업무방해, 뇌물수수 등의 혐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지에 들어선 스카이72 골프장 ⓒ인천취재본부 이정용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지에 들어선 스카이72 골프장 ⓒ시사저널DB.

토지 임대기간 만료…새 입찰도 ‘소송전’

인국공은 2001년 11월20일 원익과 진행했던 협상을 파기하고, 재공고를 통해 임대사업자를 새로 모집했다. 이어 2002년 4월19일 클럽폴라리스컨소시엄(클럽폴라리스)을 새 임대사업자로 선정했다.

클럽폴라리스는 2005년까지 1279억원을 들여 신불지역과 제5활주로 예정지역에 각각 18홀과 54홀 규모의 골프장을 조성하고, 클럽하우스와 골프아카데미 등의 부대시설을 짓기로 했다. 이어 2020년까지 15년간 신불지역 550억원, 제5활주로 예정지역에 925억원 등 총 1475억원의 토지사용료를 납부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는 인국공이 제시한 예정가격(1112억원) 보다 363억원이나 많은 규모다.

클럽폴라리스 는 당초 약 1279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총 2600억원 상당이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스카이72 골프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스카이72 골프장은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가 주최하는 여자프로골프대회를 개최할 만큼 성장했다. 게다가 신불지역의 ‘하늘코스’는 아시아태평양골프그룹(APGG)이 주최하는 ‘글로벌골프어워즈’에서 우리나라 베스트코스로 선정되는 영예를 차지했다. 

이로써 인국공은 수익성을 제고하고, 염전과 갯벌지대가 많은 제5활주로 예정지역에 들어갈 복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됐다. 실제로 인국공은 그동안 스카이72로부터 토지관련 세금을 포함해 약 1500억원 상당의 토지사용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염전과 갯벌지대였던 제5활주로 예정지역은 인천공항과 영종도, 무의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는 아름다운 자연시설물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국공은 지난해 9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새로운 임대사업자를 선정했다. 스카이72의 골프장 부지 임대기간이 지난해 12월31일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 입찰은 골프장 부지를 임대하는 것이 아니라, 스카이72가 건설한 골프장을 최대 20년간 통째로 임대하는 것이다. 낙찰자는 신불지역 골프장에 116.10%, 제5활주로 예정지역 골프장에 46.33%의 입찰요율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국공은 입찰결과를 발표하자마자 국가계약법을 위반했다는 소송에 휘말렸다. 주식회사 써미트(써미트)는 2020년 10월에 인국공을 상대로 낙찰자결정무효 및 낙찰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입찰공고 자체가 위법·부당하고, 임대료를 산정하는 셈법이 잘못됐기 때문에 낙찰자 결정이 무효라는 게 주요 골자다.

써미트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인국공은 입찰을 진행하면서 ‘최고가격’ 대신 ‘요율’을 낙찰자 선정의 기준으로 삼았고, 예정가격과 다른 셈법으로 골프장 임대료를 산정했다. 또 예정가격의 요소로 제시된 입찰가격 반영비중에 사업장별 규모나 매출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 써미트 측은 소장을 통해 “인국공과 낙찰자간 모종의 담합행위도 의심된다”라고 주장했다.

인국공 측은 “과거에 골프장 부지 입찰에서 불거졌던 일들에 대해서는 따로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찰요율 반영비중은 전문기관의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설정됐고, 최고의 평가 대상 영업요율을 제시한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됐다는 입장이다. 인국공 측은 “영업요율은 이미 정해진 산식에 따라 도출되는 가치중립적 결과치”라며 “입찰결과에 제3자의 가치나 의견이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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