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거르는 걸까, 안 거르는 걸까?…인사 검증에 대한 궁금증 4가지(上)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4 15:00
  • 호수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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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전 검증부터 국회 청문회까지, 전직 청와대 및 인사 책임자들이 지목한 인사검증 문제 4가지
靑의 “사람이 없다” 주장엔 “현 정부, 인재풀 너무 좁게 써” 비판

국회 인사청문회 광경을 지켜보노라면 자연스레 머리 위로 여러 물음표가 뜬다. 청문회장에서 연신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는 부적격 논란의 후보자를 볼 때면, ‘청와대에서 몰라서 못 거른 걸까, 알면서도 안 거른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겨난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인물을 찾는 게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이내 갑갑해지기도 한다. 정부·여당이 내세우는 청문회 비공개 논리는 정말 가능한 일일까. 야당이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차피 임명할 텐데, 이 소모적인 청문회를 꼭 해야만 하는 걸까. 물음은 많은데 정치권에서 제시하는 답은 분분하다. 국무총리·장관 인사검증 시스템에 정통한 전직 청와대 관계자들로부터 인사검증 과정의 가장 큰 문제와, 오랜 논란의 고리를 끊어낼 해법은 무엇인지 듣고 궁금증들의 답에 접근해 봤다.

여기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나온 장관 후보자 A가 있다. A를 향해 야당 의원들은 준비한 자료들을 꺼내들며 공세를 시작한다. A와 그의 가족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진다.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사안들도 발견된다. 한바탕 청문회가 끝나고, 야당은 A에 대해 장관으로서 부적격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이내 다수당인 여당은 단독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올린다. 대통령은 A의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 야당은 거세게 반발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총 57차례(5월14일 기준) 이뤄진 장관 임명 가운데, 이 같은 장면은 30여차례 반복됐다. 이른바 ‘야당 패싱’ 장관 임명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가 곧 인사검증의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혔다(5월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그러나 계속되는 후보자들의 도덕성 논란으로, 인사검증 체계 어딘가에 단단히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계속되는 인사 논란으로 청와대 인사 검증과 국회 청문회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이 공세를 펼치는 모습ⓒ시사저널 박은숙
계속되는 인사 논란으로 청와대 인사 검증과 국회 청문회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이 공세를 펼치는 모습ⓒ시사저널 박은숙

Q1. 靑은 못 거르는 걸까, 안 거르는 걸까

시사저널이 취재한 전직 청와대 관계자들은 인사검증 절차의 첫 단추인 청와대 사전 검증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관계자들을 통해 파악한 청와대 사전 검증 절차는 대략 이렇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3~5배수의 예비후보를 뽑으면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을 시작한다. 경찰을 통해 동향과 세평을 수집하고, 각 정부 부처에 요청해 부동산·납세 등 각종 자료를 받는다. 그 사이 예비후보들은 ‘미성년 자녀 명의의 부동산이 있나’ ‘범칙금이나 과태료를 체납한 적이 있나’ 등 200여 개 문항이 담긴 사전 질문서를 채워 제출한다. 이 모든 정보를 종합해 내부 회의를 거친 후 최종 후보군이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대통령의 지목을 받은 최후의 생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한다.

그렇다면 청문회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의혹들은 이 사전 절차에서 미처 포착되지 못한 것일까. 관계자들은 그럴 가능성이 작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춘추관장 등을 지낸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 파악에서 일부 놓치는 부분이 발생할 순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자녀의 친구가 범죄자라거나, 배우자의 지인이 문제가 있더라는 등 공식적 루트를 통해 파악하기 힘든 정보는 검증 과정에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교수나 기업 임원 등 민간 출신 후보자의 경우 공직자 출신만큼의 구체적인 세평을 얻지 못하기도 한다. 또한 경찰·검찰·국정원을 통해 후보자의 세평을 두루 수집하던 이전 정부들과 달리, 현 정부는 경찰을 통해서만 정보를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정보 간 크로스체크가 안 된다는 점에서 빈틈이나 정보 왜곡이 생길 가능성도 언급한다. 그러나 이 모든 가능성을 용인하더라도, 최근 청문회에서 제기된 부동산 의혹이나 배우자의 도자기 밀수 의혹 등과 같은 사안은 청와대 사전 검증 과정에서 결코 모를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행정부의 중앙인사 관장기관인 중앙인사위원회(2008년 행정안전부로 통합) 위원장을 역임한 조창현 한양대 석좌교수 역시 “어차피 청문회장에서 후보자를 검증하는 국회의원들 역시 다 정부 부처에 요청해 자료를 얻은 것이다. 따라서 정부 부처를 통해 온갖 자료를 다 받아 검토하는 청와대 사전 검증 과정에서 이를 받아보지 못했을 리 없다. 대부분 알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먼저 후보를 낙점한 경우, 철저한 검증은 좀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전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나 청와대 유력 관계자가 ‘톱다운’ 방식으로 후보자를 낙점해 명단에 올리기도 한다. 이 경우 원래는 더욱 엄격하게 검증하는 게 맞지만, 실상은 참모들도 정부 부처도 강하게 반대하거나 후보에 대한 치명적인 자료를 올리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제 될 사안을 사전에 파악했으면서도 스스로 감추거나 톤다운시키는 경우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Q2. 사람이 없다? ‘내 사람’이 없는 건 아니고?

부적격 인사 논란을 제기했을 때 정부·여당의 가장 즉각적인 반응 중 하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온 가족의 신상이 털리는 청문회라는 심판대에 누가 오르고 싶겠냐는 얘기다. 실제 지난 10일 문 대통령 역시 4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은 제쳐두고 흠결만 따지는 ‘무안 주기’ 청문회가 되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좋은 인재를 모시기 정말 쉽지 않다. 청문회 기피 현상이 실제로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의 이 같은 논리에 대한 전직 청와대 관계자들의 입장은 사뭇 비판적이다. 어느 정부든 ‘우리 편’ 위주의 코드 인사는 일정 부분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역대 정부마다 코드 인사 논란은 반복돼 왔다. 하지만 현 정부가 유독 인재풀을 좁게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창현 교수는 “상대를 악으로 상정하고 우리 계파, 우리 성향으로만 진입장벽을 높게 쌓다 보니 들어올 인재가 제한되는 것이지, 장관 할 사람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인사 자리는 대통령의 사적인 소유물이 아니다. 부족사회 같은 인사는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이 임기 말일수록 더욱 인재풀을 좁히는 게 인사의 생리라는 점이다. 지지율은 떨어지고, 남은 기간 기존의 정책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에만 몰두해 줄 ‘확실한 내 편’을 더욱 찾게 된다는 것이다.

※ 이어서 기사 《이런 청문회, 꼭 필요할까?…인사 검증에 대한 궁금증 4가지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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