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의 힘…파주 ‘금단의 땅’에서 ‘금싸라기 땅’ 되다
  • 노경은 시사저널e. 기자 (nice@sisajournal-e.com)
  • 승인 2021.05.27 10:00
  • 호수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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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A 역사 인근 파주 운정지구 집값 껑충
10여 년 방치된 미군 공여지 개발도 속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이하 GTX)-D 노선에 대한 김포 주민들의 저항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김포에서 강남까지 연결되기를 기대했건만 부천까지만 잇는 이른바 ‘김부선’ 노선이 발표된 것을 두고 정주 여건이 크게 떨어진다고 판단해서다.

정부의 발표는 시장 매물 건수와 시세에 곧바로 반영됐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아실에 따르면 GTX-D 노선이 김포부터 강남까지 직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쌓인 지난해 10월말 김포 아파트 매물은 3337건이었지만 5월15일 기준 5465건으로 64% 급증했다. 호가가 1억원씩 떨어진 곳도 적지 않다. 김포 대장주인 장기동 ‘한강센트럴자이’ 전용 84㎡는5월6일 5억5000만원 계약이 나오며 직전보다 1억원 하락했다. 집값 상승을 견인한 호재가 사라지면서 수요가 급감하는 동시에 실망 매물까지 나온 결과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서울 직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서부권 주민들의 반발에 정부는 GTX-D 노선 발표 한 달 만에 한발 물러서는 태세를 취했다. 서울 여의도나 용산역까지 연장 운행하는 방안을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노선 재검토에는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권까지도 가세했다. GTX가 뭐길래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걸까.

김포 인근에는 일찌감치 GTX 착공에 돌입하고 느긋하게 완공을 기다리는 지역이 있다. GTX-A 노선의 시작점이자 김포와 함께 2기 신도시로 조성된 파주다. 파주는 비무장지대(DMZ) 등으로 ‘금단의 땅’ 이미지가 강했는데 GTX 노선 가운데 착공에 가장 빨리 돌입하면서 이제는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된다.

GTX 역사가 생기는 파주 운정신도시 부동산 시장은 서울 중심지 못지않다. GTX로 파주에서 서울역까지는 20분 만에, 삼성역까지는 30분 이내 주파가 가능한 서울 생활권이 되기 때문이다. 파주는 지난 2015년 말 기준 미분양 물량이 4285가구였는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불과 9가구에 그친다. 2015년 청약 경쟁률 1대 1을 가까스로 넘긴 운정신도시 롯데캐슬 파크타운의 경우 전용 84㎡ 분양가가 3억원 초반대였는데 현재 시세는 이미 두 배를 훌쩍 넘어선 7억원대다.

5월18일 오후 파주 운정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을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5월18일 오후 파주 운정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을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GTX-A 파주, 경기 서북부 블루칩 급부상

GTX는 주거 수요자뿐 아니라 기업도 빠르게 유입시켰다. 파주에는 미군 반환 공여지가 다섯 군데 있다. 2007년 4월 반환된 이후 시가 개발공고를 내며 부단히 애써왔지만 지난 10여 년간 눈길을 두는 기업은 매우 적었다. 이화여대, 서강대, 국민대 등 일부 대학에서 제2캠퍼스 조성 차원에서 협의를 진행하다가 계획이 엎어지기도 부지기수였다.

2015년 개발사업자 모집공고에 응모한 기업은 아예 없었다. 그런데 GTX 착공 이후로 분위기는 달라졌다. GTX 착공 이후인 2019년 4월 파주시가 개최한 사업설명회에 50여 대형건설사가 참가의향서를 제출하고 공여지들이 하나둘 사업자를 찾으며 미군 공여지 개발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가장 먼저 파주 미군 공여지 개발에 발을 디딘 곳은 GS건설이다. GS건설은 지난해 6월 경기도 파주시와 우선협상대상자 협약을 체결하고 광탄면 신산리 일원에 위치한 ‘캠프 스탠턴’ 97만㎡를 산업단지로 개발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는 제조·물류시설, 방송제작 시설, 970가구의 단독·공동주택용지 등이 포함된 산업단지가 조성된다. 또한 2025년까지 3422억원을 들여 개발할 예정이다.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 설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개발이익의 공공환원도 계획하고 있다.

약 5개월 뒤인 지난해 11월말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파주 영태리에 위치한 ‘캠프 에드워즈’ 도시개발사업을 위해 시와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업계획은 66만6000㎡ 면적에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약 6000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단독·공동주택용지와 상업·업무시설, 학교·도로·공원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인구 유입 증가세, 교통망 확충도 잇따라

파주시는 이달 들어선 또 다른 미군 공여지인 ‘캠프 하우즈’를 두고 교보증권 컨소시엄(호반건설·호반산업 등)과도 도시개발사업자 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회사 측은 내년 상반기까지 실시계획인가 등 도시개발사업 승인을 마친 뒤 총 사업비 4000억원을 투입해 4576가구의 단독·공동주택용지를 개발하고 캠프 하우즈 공원과 도로 등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인구 유입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0년까지 12년간 파주시 인구수는 한 해도 빠짐없이 매해 증가해 왔다. 2008년 31만1000여 명이었던 것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45만5000명으로 약 50% 가까이 늘어났다. 아직 운정3지구 개발과 입주가 진행 중이니만큼 인구는 더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머지않아 중대도시 기준인 인구 50만 명을 돌파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덕에 최근엔 지하철 3호선(일산선)이 고양시 대화역에서 파주시 연장이 결정되며 지역 발전에 가속도를 더하게 됐다. 지하철 3호선(일산선) 파주 연장사업은 고양시 대화~파주시 금릉역으로 연결된다. 신설 역사 4개, 증개축 역사 1개로 총 5개 역사가 반영됐다.

업계에서는 파주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인구 유입, 집값 상승, 개발 가속화, 교통 인프라 확충 등이 모두 GTX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는 공사 중이기 때문에 체감하긴 어렵지만 개통 이후에는 더 많은 개발이 이루어질 곳이라는 기대감도 조성되고 있다. 교통 인프라 확충으로 서민들의 출퇴근 시간을 단축하고 교통과 주거 복지를 안겨줄 뿐만 아니라, 대규모 건설사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까지 내는 것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운정신도시가 아파트 등 주택 개발에 머물러 한계점을 보였지만 교통망(GTX)이 획기적으로 구축되면서 지역 개발에 추진동력을 얻기 시작했다”며 “도시 발전은 교통 인프라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GTX 역사인 운정역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공여지만 개발사업자를 찾았지만 머지않아 문산읍 선유리 캠프 자이언트(48만㎡), 캠프 개리 오언(69만㎡) 등까지 민간사업자를 찾고 나면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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