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순방” 자평했지만…文대통령 한·미 정상회담 성적표는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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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호평 vs 野 혹평…한·미 정상회담, 文대통령 ‘레임덕’ 위기 속 반전 계기될까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두고 정치권은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여권은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며 호평을 보낸 반면, 야권은 “호들갑 떨지 말라”며 평가절하했다.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 위기 속에 치러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

먼저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방미 성과에 대해 “최고의 회담”이라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의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고 평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건국 이래 최대의 성과”라고 호평했다.

5월21일(현지 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의 일환으로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21일(현지 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의 일환으로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꼽는 점은 북·미 대화의 여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에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와 관련한 문구를 담으면서, 북·미 대화 재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 측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제시하고, 모든 과정을 한국과 조율하겠다고 약속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목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4개월간 공석이었던 미국 대북특별대표 자리에 성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깜짝 임명한 점도 확실한 대화 시그널을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또한 여권은 “한·미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도 평가했다. 기존 외교·안보 관계에 치중됐던 한·미 동맹을 반도체·배터리 등의 신산업 분야와 기후변화 등 다방면으로 확대했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한·미동맹 균열’이란 우려를 씻어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양국이 관련 의제를 넘어 글로벌 산업 정책이나 백신 공동 생산 등 세계적 이슈를 함께 논의하는 핵심 파트너가 됐다”며 “한·미관계가 이전까지 질적으로 다른 전면적 변화의 계기였다”고 자찬했다.

5월22일(현지 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미국 하츠필드 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공군1호기를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5월22일(현지 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미국 하츠필드 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공군1호기를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與 “건국 이래 최대 성과” vs 野 “기대 이하 성적표”

그러나 야권은 “호들갑 떨 만큼의 평가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기대를 모았던 백신 스와프 등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온 국민이 희망을 거는 백신 확보는 한국군 55만 명에 대한 지원 외에 구체적 확보 성과가 없었다”며 “우리 기업이 44조원 규모의 직접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도 결국 손에 잡히는 결과를 갖고 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야권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실질적 진전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 대행은 “한·미 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는 점 외에는 구체적 실천방안이 전혀 논의되지 못했다”며 “여전히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한 현 정권에서 어떤 실효적 대책이 있을지 기대하기 난망하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야권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례적 호평을 내놓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겉모습만 요란한 기대 이하의 성적표”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반도체와 백신, 원전 등에 대해 양국이 첨단 기술동맹 단계로 발전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특히 한·미 미사일 지침의 종료로 미사일 개발 족쇄가 풀린 건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 리얼미터
ⓒ 리얼미터

정상회담 직전엔 지지율 1.1%p 하락…이후 조사에선 달라질까

그렇다면 민심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어떤 성적을 매길까. 차후 발표될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 결과로 민심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아직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22~23일(한국 시각) 여론이 반영된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21일까지 반영된 여론조사(리얼미터-YTN, 17·18·20·21일 조사,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10명 대상)에서 문 대통령 지지도는 전주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광주·전라(50.4%)에서 9.4%포인트 크게 떨어졌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도 전주 대비 0.2%포인트 하락한 29.7%를 기록했다. 국민의힘(35.9%)과의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6.2%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정치권이 한·미 정상회담에 엇갈린 평가를 내놓는 것도 이 같은 지지율 하락세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은 한·미 정상회담을 국정운영 돌파구로 삼으려는 반면, 야권은 계속해서 견제구를 날려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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