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부산 동백전, 인천e음 따라 하기가 답인가?
  • 권대오 영남본부 기자 (sisa521@sisajournal.com)
  • 승인 2021.05.30 15:00
  • 호수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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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플랫폼과 금융 시스템을 포함한 부산시 자체 운영 시스템 만들어야”

부산광역시가 지난해 지역화폐인 ‘동백전’ 할인발행에 사용한 예산은 915억원이다. 부산국제아트센터를 지을 수 있는 큰돈이다. KT에 지불한 운영수수료 97억원은 ‘2021년 소상공인 지원사업비’의 2배에 달한다. 동백전 카드 결제 수수료도 추가로 발생했다. 이런 탓에 동백전을 담당했던 부산시 민생노동정책관은 “지역화폐에 회의적이다. 차라리 이 예산을 소상공인들에게 직접 지원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동백전 1년 예산이 신용보증재단 1년 예산과 맞먹는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결국 이 담당자는 동백전 업무에서 손을 뗐다.

이렇듯 기대와 달리 각종 문제점을 드러낸 동백전은 최근 운영대행사가 KT에서 코나아이로 교체되면서 시즌2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백전의 지역화폐 기능 발휘 여부에 따라 부산 지역의 경제순환 효과가 결정되는 탓이다. 

인천시 지역화폐 '인천e음'(왼쪽 위아래)과 부산시 지역화폐 '동백전'ⓒ인천시·부천시 제공
인천시 지역화폐 '인천e음'(왼쪽 위아래)과 부산시 지역화폐 '동백전'ⓒ인천시·부천시 제공

부산시, 인천e음 운영사를 새 사업자로 선정

인천광역시 지역화폐인 ‘인천e음’의 지난해 가입자는 138만 명이다. 이는 인천 경제활동인구 164만 명의 83%에 달한다. 인천시는 올해 만 14세 이상 인구 260만 명의 70%에 해당하는 180만 명 가입을 목표로 세웠다. 인천시는 QR코드 결제가 가능한 ‘혜택+가맹점’ 확대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가맹점 수 6000개를 돌파했고, 2022년 상반기까지 가맹점 6만 개를 유치할 계획이다. 전체 소상공 업체의 약 40%에 달한다. 이를 위해 인천시는 13억2000만원을 들여 인천e음 운영대행사 코나아이의 ‘QR결제키트’ 6만 개를 선주문했다.

가맹점 등록을 위한 사업에 희망일자리 참여자 300명을 투입하고, 수수료로 건당 1만5000원을 지원했다. ‘혜택+가맹점’이 되면 QR 결제 시 제로 수수료, 전화주문앱과 인천e몰 무료 입점, 무상 전자장부 서비스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천시 인터넷쇼핑몰 인천e몰은 5만5000개 상품과 358개 업체가 입점해 있다. 인천 외 지역 업체는 수수료를 받지만, 인천 지역 업체는 입점과 매출 수수료가 없다.

인천시가 가맹점 확대에 투자하는 이유는 신용카드망을 자가망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다. 인천시에 따르면, 신용카드망을 사용하는 인천e음 카드로 결제할 경우 평균 0.7%의 결제수수료가 발생한다. 이를 코나아이 0.3%, 신용카드사 0.3%, VAN사가 0.1%의 수익을 나눠 가진다. 인천시 자가망을 구축하면 신용카드사 수수료가 절감된다. 또한 사용자와 가맹점 결제 내역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시로 확인해 지역화폐 정책 결정에 반영할 수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 ‘인천e음 플랫폼 운영주체 변경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동백전은 인천e음보다 출발이 늦었다. 부산시는 2019년 하반기에야 운영업체 선정 공고를 내고, KT를 운영사로 선정했다. 앱 형태의 지역화폐를 추구해 온 KT는 부산시가 요구하는 카드 형태의 지역화폐를 발행하기 위해 하나카드와 제휴했고, 그 결과 동백전을 출시했다. 이후 2020년 4월 부산은행, 7월 농협이 동백전 카드 발급에 참여했다. QR 결제와 동백몰은 KT의 운영대행 계약이 끝나가는 지난해 11월말에야 도입됐다.

하지만 캐시백 예산 소진으로 효과는 미흡했다. 부산시는 동백전을 당초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조2500억원으로 발행액을 확대했다. 그러나 규모가 확대되면서 함께 증가한 대행업체의 운영 수수료가 문제로 떠올랐다. 예상보다 동백전 규모가 커지자 급기야 부산시는 협상을 통해 0.33%까지 수수료를 내렸다. 그러나 97억원에 달하는 높은 사업비는 결국 KT의 발목을 잡았다.

1년 남짓했던 KT의 동백전 운영대행 기간이 끝난 후 부산시는 다시 동백전 운영사업자를 모집했다. 1년짜리 단기계약이었다. 이번에는 사업비를 0.053%로 대폭 줄였다. 1조2000억원 발행 시 수수료는 6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경쟁입찰을 거쳐 코나아이가 운영대행사로 선정됐다. 낙찰가는 3억8000만원으로 알려졌는데, 이 금액은 코나아이가 인천시로부터 받은 QR 키트 제작 설치 비용에도 못미친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운영대행사에 플랫폼 운영 및 개선과 환전 충전 수수료, 카드 발급비, 동백전 QR 가맹점 연동, 고객센터 운영 등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조건을 달았다. 낮은 사업비였지만, 코나아이는 사업에 참여했다. 가맹점이 부담하는 동백전 결제 수수료 때문이다.

사용자가 동백전으로 결제할 경우 가맹점은 카드결제 수수료를 지불한다. 이 수수료 중 일부가 코나아이 수익으로 잡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곽동혁 부산시의원은 “KT는 QR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구조인데, 우리가 선불카드를 중심으로 잡으니까 하나카드를 데리고 온 거다. 부산은행·농협이 그렇게 하다 보니 운영수수료 구조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KT의 높은 운영수수료는 카드결제를 외부 카드사에 위탁하는 시스템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인천e음 카드 결제 프로세스ⓒ인천시 제공
인천e음 카드 결제 프로세스ⓒ인천시 제공

“QR 결제 가맹점 모집에 적극 나서야"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했다. 운영사에서 탈락한 KT는 특정 심사위원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운영사 교체 후에도 동백몰은 여전히 KT가 운영한다. QR 결제를 위해 직가맹점 5000개를 모집했지만, QR 결제도 중지된 상태다. 코나아이 선불카드 외에 하나카드·부산은행·농협이 발행한 기존 동백전 카드도 사용되면서 동백전은 하나지만, 운영업체는 다수가 된 복잡한 상황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는 내년 초 운영대행사를 다시 선정한다. 

배용준 부산시의원은 “3년에서 5년 예상하고 소비 진작과 소상공인을 위한 시스템 투자가 있어야 한다. 부산시는 운영대행사를 1년마다 선정하고 있다. 선정 과정도 불투명했다. 200쪽이 넘는 제안서를 1시간 남짓한 시간에 보고 평가해야 했다”며 ”1년 후 다시 운영업체를 선정할 때는 제안서를 공개하고, 시민과 의회가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 비전을 가지고 성과를 축적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운영대행사가 카드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QR 결제 가맹점 모집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손지현 신라대 교수는 호혜와 신뢰를 바탕으로 순환구조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가맹점들이 지역화폐가 가진 공동체 목적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2~3차 등 n차 소비가 지속되지 못하면 순환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순환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행정 지원과 함께 최종 소비처로 지방세 납부까지 연계해야 한다.

부산시는 동백전을 정부 예산을 타내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지역 내 경제순환 효과를 내는 사업으로 봐야 한다. 사용량이 늘어나는 양적 성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코나아이 시스템은 인천의 경험이 그대로 반영됐다”며 “부산에 맞는 시스템으로 보완하기 위한 논의가 돼야 한다. 부산시 자체 운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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