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에 긴장한 정치권…대권구도까지 출렁이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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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안철수 행보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여권도 긴장 속 주시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5월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5월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의 돌풍이 심상찮다. 이 후보가 예상보다 큰 여론의 호응을 끌어내면서 야권은 물론 여권까지 긴장한 모습이다. 2030 세대를 향한 여야의 구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 이 후보의 존재가 부각되면서 셈법도 복잡하게 됐다. 향후 야권의 대권구도까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당 안팎의 견제와 기대를 의식한 듯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당 대표·청년최고위원 후보자 첫 비전발표회에서 자신의 강점을 적극 드러냈다. 이 후보는 "더이상 줄 세우기, 계파정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젊은 세대가 극혐한다"며 "혹시라도 전당대회 당선 후 당직을 약속한 분이 있다면 즉각 사퇴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것들, 앞으로는 해야 한다. 정치인·당직자도 공부해야 한다. 그 의지를 보여야 젊은 세대가 신뢰할 것"이라며 "내가 제시하는 미래가 대한민국 젊은 세대가 가장 바라는 미래고,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할 변화다. 이런 변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보폭 넓히는 이준석…윤석열 '입당'·안철수 '합당' 멀어지나

이 후보의 입지가 점차 커지면서 당 밖의 유력 대권후보와 합당·입당을 저울질하는 정치인들은 한층 복잡한 방정식을 받아들게 됐다. 만일 이 후보가 당 대표에 최종 선출될 경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거취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여러차례 당 밖의 유력 대권주자들의 영향력에 당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특별 대우를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 이 후보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 영입에 대해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는 문을 활짝 열어주되 특정 주자를 위해 기다려줄 수는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4·7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합당을 선언했던 안 대표 역시 상황이 꼬이게 됐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대표 저격수 역할을 도맡았던 이 후보는 최근에도 안 후보를 겨냥한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안 대표를 향해 "소 값은 후하게 쳐 드리겠다"고 쏘아붙이며 국민의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 후보가 유승민 전 의원의 대선 출마를 지원하기 위해 윤 전 총장과 안 대표를 노골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복당을 노리는 홍 의원은 이 후보의 돌풍을 평가절하하며 다급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홍 의원은 이날 SNS에서 이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저력을 과시한 데 대해 "한 때 지나가는 바람"이라며 "또 다시 실험 정당이 될 수는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5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목도 높이는 野…여권은 긴장 속 예의주시

여권도 이 후보 돌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젊은층은 물론 호남 지역에서도 보수 야당의 지지율 상승이 확인된 상황에서 이 후보가 신선한 바람을 이어갈 경우 여권의 입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도부 교체로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대권 국면에서 젊은층과 중도 공략은 물론 전통 지지층마저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이 후보가 당권을 쥔 후 개혁과 쇄신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면 여권은 이를 견제해 나가며 대선 정국 주도권을 잠식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지도부 한 의원은 "이준석은 기존 정치인과 다른 문법을 구사하기 때문에, 야당 대표가 된다면 상대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며 "태극기 부대의 이미지를 벗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편에서는 '0선'인 이 후보의 정치적 경험 부족으로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 관심이 집중돼 국민의힘이 상당히 수혜를 보고 있지만 고민도 많을 것"이라며 "대선 관리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경륜없이 할 수 있겠는가. 거기다 우리나라의 특별한 문화인 '장유유서' 문화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날에 영국 (노동당)에 (에드) 밀리밴드라는 39세짜리 당대표가 나온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당이 정권을 잡는 데 실패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걸로 기억한다"고 부연했다.

당내에서는 이 후보의 돌풍에 담긴 여론의 갈증에 여당이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남국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정치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며 "청년정책 부재에 대한 민심을 받아낼 수 있는 그릇으로써 이 전 최고가 높은 지지를 받는 것 같다. 우리 당도 굉장히 긴장하며 지켜보게 된다"고 말했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정한도(30) 용인시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송 대표가 전대 공약으로 '청년 최고위원 2명'을 제시했지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인 김주영 의원을 지명하면서 태도를 바꿨다"며 "청년에게 정책결정권을 넘겨줘야 민주당이 살아난다"고 질타하며 청년층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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