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의 돌풍이 심상찮다. 이 후보가 예상보다 큰 여론의 호응을 끌어내면서 야권은 물론 여권까지 긴장한 모습이다. 2030 세대를 향한 여야의 구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 이 후보의 존재가 부각되면서 셈법도 복잡하게 됐다. 향후 야권의 대권구도까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당 안팎의 견제와 기대를 의식한 듯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당 대표·청년최고위원 후보자 첫 비전발표회에서 자신의 강점을 적극 드러냈다. 이 후보는 "더이상 줄 세우기, 계파정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젊은 세대가 극혐한다"며 "혹시라도 전당대회 당선 후 당직을 약속한 분이 있다면 즉각 사퇴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것들, 앞으로는 해야 한다. 정치인·당직자도 공부해야 한다. 그 의지를 보여야 젊은 세대가 신뢰할 것"이라며 "내가 제시하는 미래가 대한민국 젊은 세대가 가장 바라는 미래고,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할 변화다. 이런 변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보폭 넓히는 이준석…윤석열 '입당'·안철수 '합당' 멀어지나
이 후보의 입지가 점차 커지면서 당 밖의 유력 대권후보와 합당·입당을 저울질하는 정치인들은 한층 복잡한 방정식을 받아들게 됐다. 만일 이 후보가 당 대표에 최종 선출될 경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거취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여러차례 당 밖의 유력 대권주자들의 영향력에 당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특별 대우를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 이 후보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 영입에 대해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는 문을 활짝 열어주되 특정 주자를 위해 기다려줄 수는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4·7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합당을 선언했던 안 대표 역시 상황이 꼬이게 됐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대표 저격수 역할을 도맡았던 이 후보는 최근에도 안 후보를 겨냥한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안 대표를 향해 "소 값은 후하게 쳐 드리겠다"고 쏘아붙이며 국민의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 후보가 유승민 전 의원의 대선 출마를 지원하기 위해 윤 전 총장과 안 대표를 노골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복당을 노리는 홍 의원은 이 후보의 돌풍을 평가절하하며 다급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홍 의원은 이날 SNS에서 이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저력을 과시한 데 대해 "한 때 지나가는 바람"이라며 "또 다시 실험 정당이 될 수는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주목도 높이는 野…여권은 긴장 속 예의주시
여권도 이 후보 돌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젊은층은 물론 호남 지역에서도 보수 야당의 지지율 상승이 확인된 상황에서 이 후보가 신선한 바람을 이어갈 경우 여권의 입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도부 교체로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대권 국면에서 젊은층과 중도 공략은 물론 전통 지지층마저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이 후보가 당권을 쥔 후 개혁과 쇄신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면 여권은 이를 견제해 나가며 대선 정국 주도권을 잠식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지도부 한 의원은 "이준석은 기존 정치인과 다른 문법을 구사하기 때문에, 야당 대표가 된다면 상대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며 "태극기 부대의 이미지를 벗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편에서는 '0선'인 이 후보의 정치적 경험 부족으로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 관심이 집중돼 국민의힘이 상당히 수혜를 보고 있지만 고민도 많을 것"이라며 "대선 관리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경륜없이 할 수 있겠는가. 거기다 우리나라의 특별한 문화인 '장유유서' 문화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날에 영국 (노동당)에 (에드) 밀리밴드라는 39세짜리 당대표가 나온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당이 정권을 잡는 데 실패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걸로 기억한다"고 부연했다.
당내에서는 이 후보의 돌풍에 담긴 여론의 갈증에 여당이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남국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정치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며 "청년정책 부재에 대한 민심을 받아낼 수 있는 그릇으로써 이 전 최고가 높은 지지를 받는 것 같다. 우리 당도 굉장히 긴장하며 지켜보게 된다"고 말했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정한도(30) 용인시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송 대표가 전대 공약으로 '청년 최고위원 2명'을 제시했지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인 김주영 의원을 지명하면서 태도를 바꿨다"며 "청년에게 정책결정권을 넘겨줘야 민주당이 살아난다"고 질타하며 청년층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