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이 때 아닌 ‘계파정치’ 논란에 휩싸였다. 여론조사상 선두를 달리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서로를 각각 ‘유승민계’와 ‘친박계’로 지칭하고는 공격에 나서면서다. 여기에 주호영 의원도 ‘친이계 지원설’에 휩싸이면서, 계파 논쟁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문제는 계파 논쟁이 부각될수록 국민의힘 전대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신구 대결로 모처럼 흥행몰이를 하던 당 대표 경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내 계파 갈등 프레임이 당심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준석 배후설 꺼내며 계파정치 부각한 나경원·주호영
먼저 계파 논쟁에 불을 당긴 것은 나경원 전 의원이다. 나 전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정 계파 당 대표가 뽑히면 윤석열‧안철수가 과연 오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특정 후보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유승민계로 꼽히면서 ‘신진세력’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전 위원과 김웅 의원을 저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나 전 의원은 “모든 후보를 용광로에 넣어 단일화를 이뤄야 최적의 후보를 선출할 수 있고 이것이 당대표의 역할”이라며 “당 밖 인사가 준비가 덜 됐으면 기회를 주고 삼고초려해 모시는 것이 자강의 시작이고 정권교체 출발점”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계파 없는 정치를 해왔고, 지금도 그 어떤 계파 논리나 세력과도 얽혀 있지 않다”며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당 대표, 그것이 정권교체 당 대표의 최고 스펙”이라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이 계파 논쟁을 꺼내든 배경에는 여론조사상 1위를 달리는 이 전 최고위원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 후보의 돌풍이 자력으로 형성된 게 아니라, 물밑에서 계파의 지원을 얻어 만들어진 것이란 의구심을 내비친 것이다. 여론조사상 후순위로 밀려난 주호영 의원도 “이준석 대세론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며 배후 논란에 가세했다.
중진 견제구에 꿈쩍 않는 이준석…당심도 사로잡나
그러나 이들이 꺼내든 계파정치 부각 카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공격을 받은 이 전 최고위원 측이 나 전 의원에 ‘친박계’ 프레임을 덧씌우면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SNS를 통해 “아무리 생각해도 구 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받는 나 전 의원이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상당히 (입당을) 주저할 것 같다”며 비꼬았다. 나 전 의원도 계파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주 의원도 친이계가 중심인 국민통합연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날 국민통합연대가 지역 조직에 ‘당 대표 후보로 주 의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니 협조를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사실이 공개됐다. 주 후보 측은 “관련 내용은 캠프와 사전에 논의된 바 없으며 ‘계파정치’라는 공격은 터무니없다”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 전 최고위원과 김웅·김은혜 의원 등은 구태정치가 드러났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나 전 의원과 주 의원 측의 견제구에도 이 전 최고위원은 선두 자리를 굳히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넘는 지지를 얻으며 압도적 1위를 달리면서다. 25일 발표된 리얼미터-JTBC(22일~23일 전국 성인 1013명 대상 조사) 조사에 따르면, 이 전 최고위원은 30.3%를 기록했다. 2위인 나 전 의원(18.4%)과 3위 주호영 의원(9.5%)의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더 높은 수치다.
당초 당원 투표가 70% 반영되는 본선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이 불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해당 여론조사에선 당심마저 이 전 최고위원이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지지자를 뺀 국민의힘 지지자 및 무당층 46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39.3%로 1위를 차지하면서다. 나경원 전 의원(24.0%)과 주호영 의원(11.7%)을 큰 폭으로 앞선 기록이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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