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이 쏘아 올린 ‘계파 논쟁’…국민의힘 쇄신 동력에 찬물 끼얹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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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견제구로 날린 나경원의 계파 카드, 도리어 친박·친이계 ‘소환’…‘진흙탕’ 전대되나

6·11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이 때 아닌 ‘계파정치’ 논란에 휩싸였다. 여론조사상 선두를 달리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서로를 각각 ‘유승민계’와 ‘친박계’로 지칭하고는 공격에 나서면서다. 여기에 주호영 의원도 ‘친이계 지원설’에 휩싸이면서, 계파 논쟁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문제는 계파 논쟁이 부각될수록 국민의힘 전대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신구 대결로 모처럼 흥행몰이를 하던 당 대표 경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내 계파 갈등 프레임이 당심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준석 배후설 꺼내며 계파정치 부각한 나경원·주호영

먼저 계파 논쟁에 불을 당긴 것은 나경원 전 의원이다. 나 전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정 계파 당 대표가 뽑히면 윤석열‧안철수가 과연 오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특정 후보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유승민계로 꼽히면서 ‘신진세력’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전 위원과 김웅 의원을 저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나 전 의원은 “모든 후보를 용광로에 넣어 단일화를 이뤄야 최적의 후보를 선출할 수 있고 이것이 당대표의 역할”이라며 “당 밖 인사가 준비가 덜 됐으면 기회를 주고 삼고초려해 모시는 것이 자강의 시작이고 정권교체 출발점”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계파 없는 정치를 해왔고, 지금도 그 어떤 계파 논리나 세력과도 얽혀 있지 않다”며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당 대표, 그것이 정권교체 당 대표의 최고 스펙”이라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이 계파 논쟁을 꺼내든 배경에는 여론조사상 1위를 달리는 이 전 최고위원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 후보의 돌풍이 자력으로 형성된 게 아니라, 물밑에서 계파의 지원을 얻어 만들어진 것이란 의구심을 내비친 것이다. 여론조사상 후순위로 밀려난 주호영 의원도 “이준석 대세론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며 배후 논란에 가세했다.

왼쪽부터 이준석·나경원·주호영·김은혜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후보 ⓒ 시사저널
왼쪽부터 이준석·나경원·주호영·김은혜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후보 ⓒ 시사저널

중진 견제구에 꿈쩍 않는 이준석…당심도 사로잡나

그러나 이들이 꺼내든 계파정치 부각 카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공격을 받은 이 전 최고위원 측이 나 전 의원에 ‘친박계’ 프레임을 덧씌우면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SNS를 통해 “아무리 생각해도 구 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받는 나 전 의원이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상당히 (입당을) 주저할 것 같다”며 비꼬았다. 나 전 의원도 계파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주 의원도 친이계가 중심인 국민통합연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날 국민통합연대가 지역 조직에 ‘당 대표 후보로 주 의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니 협조를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사실이 공개됐다. 주 후보 측은 “관련 내용은 캠프와 사전에 논의된 바 없으며 ‘계파정치’라는 공격은 터무니없다”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 전 최고위원과 김웅·김은혜 의원 등은 구태정치가 드러났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JTBC 캡처
ⓒ JTBC 캡처

나 전 의원과 주 의원 측의 견제구에도 이 전 최고위원은 선두 자리를 굳히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넘는 지지를 얻으며 압도적 1위를 달리면서다. 25일 발표된 리얼미터-JTBC(22일~23일 전국 성인 1013명 대상 조사) 조사에 따르면, 이 전 최고위원은 30.3%를 기록했다. 2위인 나 전 의원(18.4%)과 3위 주호영 의원(9.5%)의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더 높은 수치다.

당초 당원 투표가 70% 반영되는 본선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이 불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해당 여론조사에선 당심마저 이 전 최고위원이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지지자를 뺀 국민의힘 지지자 및 무당층 46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39.3%로 1위를 차지하면서다. 나경원 전 의원(24.0%)과 주호영 의원(11.7%)을 큰 폭으로 앞선 기록이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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