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안 무는 개는 없다
  • 김성호 한국성서대 교수·노원구 동물복지위원장 (skim@bible.ac.kr)
  • 승인 2021.06.03 11:00
  • 호수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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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제는 사람…안 물리려면 개의 ‘보디랭귀지’ 알아야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거리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개가 사람을 문 사건을 다룬 기사를 자주 접한다. 독자들의 반응과 댓글도 뜨겁다. 그 이유가 뭘까.

먼저 통계를 살펴보자. 세계적으로 개물림에 대한 통계는 조사 방법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매년 인구 1000명당 0.5명이 개에게 물린다고 보고되는 나라(말리)가 있는 반면 1.1명(미국), 2명(코트디부아르), 5.2명(콩고)을 넘어 48명(캄보디아)이나 73명(방글라데시)에 이르는 나라들도 있다. 그러나 응급실 이외의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은 사건과 자가치료를 하거나 치료를 받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네덜란드의 경우 응급실에 접수된 개물림 사고와 자가보고자 수는 큰 차이를 보이는데 단지 개물림 환자의 8.3%만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개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가 6883명이다. 매년 2000명 이상, 하루 평균 6명 이상이 개에게 물리는 것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고들을 합하면 실제로 발생하는 개물림 사고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5월26일 경기 남양주시 대형견 습격 사망 사건 현장에서 개 전문가가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대형견의 행동반경을 확인하기 위해 줄로 묶어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5월26일 경기 남양주시 대형견 습격 사망 사건 현장에서 개 전문가가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대형견의 행동반경을 확인하기 위해 줄로 묶어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1일 평균 6명 ‘개물림’…주로 집에서 당해

개물림 사고는 발생 건수도 중요하지만, 사건이 발생하는 위험요소와 주변 상황 그리고 결과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2011년부터 2016년 사이의 응급실 손상 환자 심층조사(EDIIS) 자료를 사용해 개물림 사고의 특성과 위험요소를 분석한 국내 연구(박중완 외, 2019)에 따르면 개물림 사고의 위험은 뜻밖의 장소에 도사리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고 발생 장소는 집(72.3%)이나 실내(60.5%)였다. 그리고 사고의 80% 이상이 가족, 친척, 친구, 이웃 등 지인의 개에 의해 발생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외국의 심층 연구와도 일치한다. 미국의 경우 집이나 차 안에서 발생한 개물림 사고가 80%인 데 비해 길에서 발생한 사례는 7.1%에 불과하다. 영국에서는 개물림 사고 피해자의 66%가 그 개를 알고 있었고, 그중 34%가 보호자였다. 그리고 62%의 개가 이전에 공격적 성향을 보인 적이 있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이전에 사람이나 다른 개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한 경험이 있었다.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의 개는 흥분한(29%), 공격적(21%), 편안한(16%), 불안한/겁먹은(16%), 행복한(8%), 자거나 쉬고 있는(6%) 상태였다. 사고 당시 피해자가 개에게 먼저 다가간 경우가 거의 절반으로, 대부분은 개와 놀이를 하거나 쓰다듬고, 만지고, 들어올리고, 가두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람을 문 대다수 개는 2~10세의 중형과 대형 수컷으로 중성화가 확인된 사례는 36%에 불과했다.

남양주 50대 여성을 습격한 대형견ⓒYTN 캡쳐
남양주 50대 여성을 습격한 대형견ⓒYTN 캡쳐

유기·사육으로 생긴 공격성…원인은 사람

이상 소개한 여러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서로 일치하는 내용이 있다. 개에게 물릴 가장 큰 위험요소는 바로 개를 소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물림은 주로 보호자의 집 안이나 실내공간에서, 지인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며, 위험요소는 그 개의 품종이 아니라 개의 성장 과정과 양육환경 그리고 사고 당시의 상황에 달린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 중 대다수는 개의 보디랭귀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세상에 물지 않는 개는 없으나, 이유 없이 무는 개도 거의 없다. 개가 사람을 무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으며 짖거나 무는 행동은 개들이 본능적으로 지닌 습성이다. 평소 순하고 반려인을 잘 따르는 개도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이나 위협에 처하게 되면 짖거나 무는 행동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맹견으로 분류되는 개들은 사람이 사냥이나 투견 등을 목적으로 개량하고 사육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들개라고 불리는 개들은 유기와 유실로 인해 떠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야생성과 공격성이 형성되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개물림 원인의 대부분은 사람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현재 우리나라는 개물림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다섯 종과 그 잡종을 맹견으로 지정해 목줄과 입마개 착용 규정과 출입금지 시설을 정하고 있다. 소유자에게는 매년 3시간 교육을 이수할 것과 맹견 손해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맹견 관리 규정을 위반할 때 과태료를 부과하고 맹견을 유기하거나 사고 발생 시 벌금과 징역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맹견 관련 법은 책임을 개와 소유자에게만 부과하고 있으며, 적절한 사후 조치에 대한 지침이 없고, 맹견으로 지정된 개들에 대해 과도한 공포나 혐오감을 조장하는 반면 다른 품종 개들의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는 등의 문제가 있다. 또한 현행 동물보호법을 비롯한 맹견 관련 규정은 모두 ‘반려’를 목적으로 하는 개에게만 적용되고 경비, 사냥, 특수임무 등 ‘반려 외의 목적’이나 식용을 목적으로 개농장에서 사육되는 개는 빠져 있다는 문제가 있다. 덩치가 크고 사납게 생긴 개들이 더 무섭고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사고 발생 시 더 큰 피해를 유발하는 건 사실이지만 ‘맹견’을 지정해 입마개 위주로 관리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반려견 문화가 좀 더 일찍 정착된 나라들에서 제시하는 개물림 사고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법은 무엇보다도 개물림 원인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개의 사회화 훈련, 보호자의 책임감, 펫티켓 등 인식 개선, 위험한 상황 피하기, 그리고 개의 보디랭귀지에 주목하는 것 등이다. 

 

우선적으로 보호자 책임 강화해야

그렇다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해결책은 무엇인가. 첫째, 개물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호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개물림 사고는 잘못된 사육환경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러므로 반려견 보호자 교육을 의무화하고, 열악하고 위협적인 사육환경도 동물 학대 범주에 포함해 경우에 따라서는 반려견 소유권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둘째, 견종이나 크기에 근거한 획일적 관리 방안이 아니라, 개가 공격 성향을 지니는 이유에 대한 다양성을 고려한 체계적 평가 방식과 접근이 필요하고,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개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셋째, 현재 맹견으로 지정된 개들의 무분별한 수입과 번식 및 매매를 금지하고 엄격한 허가제로 관리해야 한다.

넷째, 개물림 사고를 비롯한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문제에서는 급속한 반려동물 증가에 비례해 성숙한 반려 문화와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반려동물 산업 전반에 걸친 철저한 관리·감독과 더불어 반려동물 등록과 펫티켓 정착을 돕고 개를 위한 기본교육과 사회화 교육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개의 공격적인 성향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은 올바른 사회화 훈련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반려견이 맘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를 설치하는 것은 단지 반려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반려인을 비롯한 모두에게 유익한 일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동물보호법을 강화하고 엄격하게 시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담 기관과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여섯째, 개물림 사고에 대한 정확하고 종합적인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개물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책임만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관련 부처, 입법기관,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 동물보호단체, 지역사회 네트워크 그리고 언론 등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약 3년 전 동물보호단체와 시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린 바 있다. 반가운 일이지만 추후 진행 상황과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미국에서는 주요 단체들이 개물림 예방 주간을 선언하며 각종 교육과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네바다주에서는 개물림 예방 TF를 구성해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개물림 사고 건수를 15% 줄인 바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만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간과 동맹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온 개들은 어느새 많은 사람의 가족이 되었다. 인간의 삶에서 개를 분리할 수 없다면 더 조화롭게 공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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