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故 손정민씨 친구 옷 분석…혈흔·DNA 등 범죄 정황 없어”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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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수사결과 발표…“A씨 태운 택시기사 ‘좌석 안 젖었다’ 진술”
“정확한 입수 경위, A씨가 정민씨 폰 들고있던 이유 확인 중”
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5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제2서경마루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사고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5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제2서경마루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사고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강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의 사망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이 현재까지 분석 내용을 종합한 결과 친구 A씨의 범죄 행위와 관련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사건 당일 착용했던 점퍼와 바지를 분석한 결과 혈흔 등이 발견되지 않았고, A씨를 태운 택시기사로부터 '좌석이 젖지 않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정민씨가 입수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A씨가 왜 정민씨 폰을 들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A씨 의류 등 국과수 분석…범죄 정황 확인되지 않아"

서울경찰청은 27일 '한강 대학생 변사사건 수사 진행 상황'과 관련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종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 관계자는 "점퍼, 반바지, 양말, 가방 등 실종 당일 A씨가 입었던 의복을 이달 4일 임의제출 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지만 혈흔이나 DNA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제출 당시 (의복은) 세탁된 상태로 (실종 당일) 부착된 토양은 이미 제거돼 감정이 어려운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또 한강공원 현장에서 혈흔이 발견됐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지난 8일 의혹이 제기된 장소를 포함해 현장 주변을 폭넓게 감식했으나, 혈흔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수사한 상황을 볼 때 손씨의 사망이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경찰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으니 믿고 지켜봐 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A씨가 손씨 입수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추측에 대해서도 "A씨가 손씨 실종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4시42분께 귀가할 때 탔던 택시기사는 당시 'A씨의 옷이 젖어 있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운행을 마치고 내부를 세차할 때 (A씨가 탔던) 차량 뒷좌석이 젖어있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좌석 시트 상태를 언급한 것은 일각에서 'A씨가 만취해 정신을 잃은 손씨를 강으로 끌고 가 물속에 밀어 넣었다'는 취지의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손씨가 평소 물을 무서워해 스스로 물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경찰은 "손씨가 해외 해변이나 국내에서 물놀이하며 찍힌 사진과 영상 등을 확보했다"며 "정확한 입수 경위에 대해선 계속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5월18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고 손정민 씨의 추모공간이 마련돼있다. ⓒ 연합뉴스
5월18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고 손정민 씨의 추모공간이 마련돼있다. ⓒ 연합뉴스

"휴대전화 바뀐 경위 확인 중…A씨 휴대전화 오전 7시께 꺼져"

경찰은 손씨 부검 결과 혈중알코올 농도는 0.154%였다고 밝혔다. 그간 경찰은 법적 이유로 정민씨의 구체적인 혈중알코올 농도를 밝히지 않았었다. 경찰은 "사체 부패 과정에서 발생하는 알코올이 포함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음주 수치는 이보다 낮은 0.105%~0.148%로 볼 수 있다는 국과수 의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현재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A씨의 휴대전화가 다른 곳에 숨겨져있거나 버려졌다는 의혹에는 "A씨 휴대전화는 마지막 통화 시간(아버지와 통화)인 오전 3시38분께부터 전원이 꺼진 오전 7시2분께까지 계속 한강공원 주변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A씨는 손씨가 실종됐던 지난달 25일 새벽 자신의 부모님 집으로 귀가할 당시 손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다. A씨는 가족과 함께 손씨를 찾기 위해 한강공원으로 돌아온 당일 오전 5시40분께 손씨 부모에게 이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A씨는 당시 '손씨가 자신의 휴대폰을 바꿔 가져갔을 것'이라는 취지로 손씨 부모 등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대해 "다만 A씨는 손씨 휴대전화를 (자신이) 갖고 간 이유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 계속 확인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아울러 손씨와 A씨를 당일 오전 2시18분께 한 목격자가 촬영한 사진이 공개된 후 'A씨가 누워 있던 손씨 주머니를 뒤적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진을 경찰에 제출한 목격자는 A씨가 자고 있던 손씨 옆에서 짐을 챙기고 손씨를 흔들어 깨우는 장면이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22)씨의 사망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이 5월27일 손씨가 발견된 반포한강시민공원 일대를 조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22)씨의 사망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이 5월27일 손씨가 발견된 반포한강시민공원 일대를 조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족 "입수 경위에 대한 진실 밝혀주길" 거듭 호소

손씨 유족은 전날 A4용지 13장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A씨와 A씨 가족은 정민이의 입수 경위에 대해 진실을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유족은 ▲ A씨와 가족이 실종 당일 오전 5시 이후 한강공원에 도착한 뒤 약 20분간 강 비탈면을 살핀 점 ▲ A씨가 당시 입었던 티셔츠를 다음 날 신발과 함께 버린 점 ▲ A씨가 잠금이 걸려있지 않은 정민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하거나 부모에게 부탁해 정민씨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은 점 등의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유족 입장문이 나온 당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까지 강력 7개팀 전원을 투입해 A씨를 7번(최면수사 2번 포함), A씨 부모는 3번 조사했으며, A씨 노트북·아이패드, A씨 부모와 누나 휴대전화 등을 제출받아 포렌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와 가족의 전자기기에서 데이터·통화내역·메시지 등이 지워진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며, 실종 당일 사라져 아직 발견되지 않은 A씨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해군 등과 공조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와 가족의 진술·행동 등 의혹들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가 진행 중으로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유족의 간절한 마음을 헤아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故) 손정민씨의 실종 당일인 4월25일 오전 2시께 서울 반포한강공원 일대에서 손씨와 A씨를 본 목격자가 제출한 사진. 사진에서 손씨는 잔디밭에 누운 채로 있고, A씨는 손씨 옆에 쭈그린 자세로 앉아 있다. 목격자는 당시 A씨가 손씨 소지품을 훔치는 것으로 생각해 사진을 촬영했다고 진술했다. ⓒ 연합뉴스 영상 캡처
고(故) 손정민씨의 실종 당일인 4월25일 오전 2시께 서울 반포한강공원 일대에서 손씨와 A씨를 본 목격자가 제출한 사진. 사진에서 손씨는 잔디밭에 누운 채로 있고, A씨는 손씨 옆에 쭈그린 자세로 앉아 있다. 목격자는 당시 A씨가 손씨 소지품을 훔치는 것으로 생각해 사진을 촬영했다고 진술했다. ⓒ 연합뉴스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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