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이혼, 권력과 자본-불륜의 악순환
  • 엄영수 개그맨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8 12:00
  • 호수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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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를 비롯한 유명인들이 ‘습관적 이혼’에 빠지는 이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여성 인권운동가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부부의 이혼 발표가 최근 화제가 됐다. 빌 게이츠가 전 애인인 윈블래드와 계속 외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충격을 줬다.

빌 게이츠의 이혼이 화제가 된 또 다른 이유는 재산 분할 문제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게이츠의 재산은 1305억 달러(약 146조5000억원)로, 전 세계 4위 수준이다. 1위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인데, 그는 2019년 부인인 매켄지와 이혼하면서 아마존 전체 주식의 4%인 360억 달러(약 40조4100억원)를 위자료로 지불했다. 게이츠의 이혼 규모가 베이조스 못지않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더 많이 받은 것이다.

2014년 7월10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부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EPA 연합

명사들의 이혼에는 ‘공통점’이 보인다

나는 두 번째 이혼 당시 2억원가량을 위자료로 지불했다. 당시에는 한 푼이라도 위자료를 덜 주려고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몽땅 다 내주고 말았다. 이렇게 되고 보니 세계 부자 대열에 못 들어간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빌 게이츠와 베이조스를 보니 초라하고 창피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4세 연하의 캐리 시먼스와 내년에 세 번째 결혼을 앞두고 있다. ‘신사의 나라’인 영국은 당연히 총리도 신사인 줄 알았는데, 혼외 관계로 딸을 두고 모델 출신 사업가와 불륜을 저지르기까지 했다. 두 번 이혼에 세 번 결혼은 나와 같은 처지지만, 혼외자식을 두거나 불륜을 저지른 점은 나와 관계가 없다. ‘총리’도 나와는 관계없는 단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네  번째 부인 슈뢰더 쾨프와의 결별 사유로 한국인 김소연씨와의 재혼을 들었다. 김씨의 전남편 전아무개씨는 슈뢰더 전 총리를 상대로 불륜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는 상간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3000만원을 지급받게 됐다. 네 번 이혼하고 다섯 번 결혼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모범적으로 살았다고 할 수는 없다. 더 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창가에 앉아 있는 여인》은 1168억원에 팔렸다. 이 그림은 피카소가 45세 때 만난 17세 소녀 마리-테레즈 월터를 모델로 그린 것인다. 당시 피카소는 우크라이나 무용수 출신 올가 코글로바와 결혼한 상태였다. 나중에 피카소는 올가와 헤어지고 마리-테레즈와 동거했다. 하지만 피카소는 마리-테레즈가 미술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그녀와 또 헤어졌다. 이후 피카소는 60세가 넘은 나이에 22세의 프랑수아즈 질로를 만나 그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동거하게 됐다. 피카소가 80세가 됐을 때, 그의 곁에는 또 다른 여성이 있었다. 당시 34세였던 자클린 로크다. 그렇게 피카소는 여러 여성과 말년까지 사랑을 이어갔다.

대체 어떻게 부인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여인을 두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나는 이혼 경력을 갖고 있지만 나쁜 일을 못 본 척하지는 않는다. 나는 정직하게 살아왔다. 법원에서 판결을 내리면 시키는 대로 따랐다. 지금까지 외상 한 번 한 적이 없다.

지난 2월 미국에서 교민과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갔을 때였다. LA 근교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는데, 부서진 한국차가 우즈를 살렸다고 한다. 재활 중인 우즈가 암 투병 중인 10세 소녀를 만나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라며 응원했다는 기사를 봤다. 불륜으로 이혼하고 구설에 올랐던 우즈가 재기해 남에게 힘이 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스타는 사고를 쳐도, 차가 뒤집혀도 여전히 스타다. 한번 스타는 영원한 스타다. 나도 이를 보고 늘그막에 스타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중이다.

스타나 재벌의 이혼을 보면, 권력과 부와 명성을 가질수록 욕망이 늘어나고 그 욕망이 불륜이나 외도를 낳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한 번 이혼한 사람들은 이혼을 어렵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는 아니지만.

2009년 6월 타이거 우즈와 당시 부인 엘린 노르데그렌ⓒAP 연합

‘이혼’으로 망신 주는 태도는 없어져야

내가 두 번째 이혼을 했을 때 신문에 ‘엄영수 또 이혼’이란 제목의 기사가 떴다. 두 번 이혼했다는 뜻이겠지만, 기사 제목이 부정적이라 마음에 상처가 됐다. 물론 기자가 기사를 내 마음에 맞춰 써야 하는 건 아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이혼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고, 방송국에서는 이혼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을 때였다. 어쨌든 나는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다. 다만 이제는 제목을 ‘엄영수 두 번째 이혼’이나 ‘엄영수 다시 이혼’으로 하면 안 될까. 어떻게 해도 이혼은 이혼이지만, ‘또 이혼’이란 표현은 저급해 보인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오드리 헵번, 빌리 브란트, 재클린 케네디, 파바로티 등은 모두 이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이혼했을 때 한국 언론은 어떻게 기사를 썼고, 어떤 평가를 했나.

국내 언론은 유명인들이 이혼하면 들고일어나서 파헤친다. 공항을 나가면 ‘공항을 빠져나갔다’고, 서두르면 ‘급히 빠져나갔다’거나 ‘황급히 빠져나갔다’고 표현한다. 부정적인 표현이 많다. 언론의 사명은 팩트 전달이지 감상 전달이 아니다.

나의 경우 과거 밤무대를 뛰고 들어온 새벽 2시경에 추적하듯 카메라가 쫓아왔다. 그리고 마치 범죄자를 상대하는 것 같은 인터뷰가 진행됐다. 인터뷰가 아니라 마치 취조하는 것 같았다. 이는 강압적인 폭력과 다름없는 행태다. 대낮에 떳떳하게 인터뷰할 수는 없었나.

결국 나는 방송국 사장을 비롯한 간부를 모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언론중재위원회에도 여러 번 찾아가 해당 프로그램 담당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검사는 나를 불러서 적당히 화해할 것을 권했다. 범죄를 밝히는 것이 사회 정의 아닌가. 내가 법에 없는 짓을 했으면 무고죄로 처벌하면 될 것이다. 검사는 “명예훼손이 안 될 것 같으니 합의를 하라”는 주문을 여러 번 했다.

‘연예인 망신 주기식 보도’는 연예인의 방송 기피 현상을 불러왔다. 큰일이 생기면 일단 화면에서 사라지고 외국으로 나간다. 아니면 은둔생활을 한다. 그리고 잊을 만하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나타난다. 이혼한 유명인에게 언론은 왜 단두대가 되어야 하나. 웃으면서 대중과 대화할 수 있도록 현업에 빨리 돌아오게 하는 것. 그것이 언론이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태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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