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드러내는 공수처 앞에 놓인 두가지 난관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5.3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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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인력난·검찰 권한 다툼 해결할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18일 오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 서울시교육청 압수수색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18일 오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 서울시교육청 압수수색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체제 돌입 한 달만에 ‘1~3호’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출범 후 첫 강제수사와 피의자 조사 등 전방위 수사를 펼치며, 수사기관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사 교육 연수로 인한 인력난과 수사권한을 둘러싼 검찰과의 공방이 이번 공수처 수사의 최대 난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공수처는 공수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혜채용과 관련해 실무를 담당했던 시교육청 전 중등인사팀장 A씨를 소환 조사했다.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는 지난 18일 시교육청 내 교육감실과 서버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현재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면서 참고인·소환 조사 대상자를 검토하고 있다.

 

수사 체계 한달 만에 3호 사건까지…전방위 수사 동시 진행

아울러 공수처는 2호 사건이자 ‘검사 1호 사건’으로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유출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지난 25, 27일 이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두 차례의 조사 모두 10시간 가량 이어졌다. 공수처는 최근 확보한 이 검사의 진술을 토대로 추가 조사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이 이 지검장을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긴 뒤 공소사실 요약본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이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공소장 유출을 의심하고 감찰과 진상 조사를 지시했으며, 시민단체도 유출 의심자를 처벌해달라며 공수처에 고발장을 냈다. 수사3부는 지난 24일 시민단체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번 공수처 수사 대상이 공식 1호 사건과 1호 검사 사건이라는 점에서 향후 조직의 명운이 달린 수사라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공수처가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공수처 검사 교육 연수로 수사 공백 우려

하지만 공수처가 이 같은 수순대로 속도감 있게 수사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이날부터 공수처 검사 13명 중 6명이 법무연수원 용인 분원에서 4주간 위탁 교육을 받으면서 수사 공백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평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매일 6시간 동안 교육에 참여하는 검사들은 4주 동안 업무 시간에 수사 투입이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조 교육감 사건은 부장검사 1명과 4명의 평검사가, 이규원 검사 사건과 공소장 유출 의혹은 부장검사 1명과 3명의 평검사가 맡아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3호 사건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수사 인력이 대거 교육에 투입되는 것이어서 당분간 수사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공수처는 “위탁 교육이 수사에 큰 차질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수처가 수사 체계에 들어갔지만, 검찰과 사건이첩·영장청구·기소권 등 법적 권한에 대한 교통정리가 되지 않아 향후 수사에 난관이 예상된다. 현재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사건은 모두 이런 논란에 휘말린 상황이다.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작성’ 혐의를 받는 이규원 검사가 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작성’ 혐의를 받는 이규원 검사가 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계속되는 공수처·검찰 기싸움

공수처는 조 교육감에 대한 기소 여부를 놓고 검찰과 치열한 신경전이 관측된다. 현재로서 공수처는 조 교육감에 대한 기소권이 없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그 가족의 고위공직자 범죄가 아니면 수사만 할 수 있다. 교육감처럼 기소권이 없는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응해야 하고, 불기소를 결정할 권한도 없다. 검찰이 공수처의 공소제기 요구를 불응하고 불기소를 한다면 두 수사기관 간 갈등은 불가피하다.

검찰이 공소제기 요구를 받고 보완수사 요청을 할 수 있는지도 아직 명백하게 합의된 바 없다. 이 때문에 당장 조 교육감 측은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다는 점을 들어 압수수색 영장의 위법성을 다투겠다고도 주장했다. 기소권이 없다면 공수처 검사의 영장은 검찰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아울러 공수처는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의혹에 연루된 검사에 대해 ‘유보부 이첩’ 조항을 적시하면서 검찰과 충돌하고 있다. 공수처가 해당 사건과 연루된 검사들 사건을 검찰에 다시 넘기면서도 기소 여부는 직접 판단하겠다고 주장하자 검찰이 법적 근거도 없는 수사 지휘를 어떻게 하느냐며 반발했다.

검찰은 이규원 검사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직접 재판에 넘겼지만, 당장 이규원 검사는 법정에서 검찰의 기소가 적법하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공수처도 자체 사건사무규칙에 ‘유보부 이첩’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의 해석이나 적용에 관한 혼선은 수사기관 간 협의체를 통해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사 진행이 한창인 가운데 짧은 시간에 검찰과 견해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초 공수처 입법이 미진했던 만큼, 관련법을 개정해 수사기관 간 권한 분배를 더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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