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 착공식과 SRF반대 상여 시위…나주혁신도시의 두 풍경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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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 에너지 특화 대학’ 한국에너지공대 착공식
인근 300여 미터 옆에선 “SRF 가동 즉각 중단하라”…주민들 항의성 ‘상여 시위’

1일 오후 3시, 전남 나주 빛가람동 부영골프장. 같은 시간 300여m를 사이에 두고 골프장 안에 마련된 행사장에서는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착공식이, 정문 밖 도로변에서는 상여와 만장을 앞세운 주민들의 SRF열병합발전소 기습 가동 규탄 집회가 열렸다. 잔칫상과 제사상이 동시에 차려진 모습이다. 한쪽에선 환경과 기후 기술 분야의 혁신을 주도할 인력양성을 양성하겠다고 천명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래 첨단 재생에너지 연구개발에 앞서 당장 나주 쓰레기 SRF문제부터 해결하라고 정부에 목소리를 높였다. 장밋빛 미래와 현재의 숙제가 교차하는 나주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의 전혀 다른 두 풍경이다. 

6월 1일 오후 3시, 한국에너지공대 착공식이 열리는 전남 나주 빛가람동 부영골프장 정문 건너편 도로변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수십장의 만장을 들고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기습 가동을 항의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6월 1일 오후 3시, 한국에너지공대 착공식이 열리는 전남 나주 빛가람동 부영골프장 정문 건너편 도로변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수십장의 만장을 들고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기습 가동을 항의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 캠퍼스 착공식이 6월 1일 오후 ‘에너지의 미래를 품다’를 주제로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대학 부지에서 열린 가운데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한 김영록 전남지사·이용섭 광주시장, 강인규 나주시장 등 주요 참석자들이 착공식 발파버튼을 누르며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전남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 캠퍼스 착공식이 6월 1일 오후 ‘에너지의 미래를 품다’를 주제로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대학 부지에서 열린 가운데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한 김영록 전남지사·이용섭 광주시장, 강인규 나주시장 등 주요 참석자들이 착공식 발파버튼을 누르며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전남도

켄텍 착공식 열린 골프장 '안'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는 1일 오후 3시 착공식을 열고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대학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2017년 7월 광주전남의 상생 과제이자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가칭 한전공대 설립 계획이 반영된 뒤 4년여 만이다. 캠퍼스 착공과 함께 내년 초 개교를 위한 공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에너지의 미래를 품다’를 주제로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대학 부지에서 열린 착공식에는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국회의원, 이용섭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강인규 나주시장 등 지자체 단체장, 정승일 한전 사장, 윤의준 켄텍 총장, 혁신도시 공공기관 대표, 범시도민 지원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한국에너지 공대는 내년 3월 개교, 30년 내 에너지 분야 세계 Top10 수준 공대도약을 목표로 대학원600명, 학부400명 등 학생 1000명과 교수 100명 규모를 선발해 강소형 대학으로 육성된다.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총장은 환영사에서 “에너지 인공지능, 에너지 신소재, 차세대 그리드, 환경과 기후 기술 분야의 혁신을 주도할 인력양성과 기술개발에 전념하고 국가산업 발전과 인류공영에 기여하는 대학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켄텍은 부지 40만㎡에 건물 15만4000㎡가 2025년까지 단계별로 조성된다. 본관동 3만m는 8월 공사에 들어가 2024년 1월 준공한다. 부족한 교사(校舍)는 10월에 완공하는 전력연구원 산하 에너지신기술연구소를 빌려 사용할 계획이다. 학교 건립에는 2025년까지 모두 8289억원(부지비 1670억원 제외)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설립 시까지 한전이 부담하고 개교 이후 한전, 정부, 지자체가 나눠 부담한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 캠퍼스 착공식이 1일 오후 ‘에너지의 미래를 품다’를 주제로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대학 부지에서 열린 가운데 김부겸 국무총리(오른쪽)를 비롯한 김영록 전남지사·이용섭 광주시장이 주요 인사 소개에 박수를 치고 있다. ⓒ전남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 캠퍼스 착공식이 1일 오후 ‘에너지의 미래를 품다’를 주제로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대학 부지에서 열린 가운데 김부겸 국무총리(오른쪽)를 비롯한 김영록 전남지사·이용섭 광주시장이 주요 인사 소개에 박수를 치고 있다. ⓒ전남도
6월 1일 오후, 전남 나주 빛가람동 부영골프장 정문 밖 도로변에서 영정 사진을 든 집회 참가자들이 상복을 입은 채 상여를 메고 나주 SRF발전소 기습 가동을 항의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6월 1일 오후, 전남 나주 빛가람동 부영골프장 정문 밖 도로변에서 영정 사진을 든 집회 참가자들이 상복을 입은 채 상여를 메고 나주 SRF발전소 기습 가동을 항의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상여 시위 열린 착공식장 '밖'

이날 같은 시간, 나주혁신도시 SRF열병합발전소 가동 반대 공동대책위(공대위)와 주민들은 행사가 열리는 동안 부영CC 정문 건너편에서 SRF 열병합발전소 기습 가동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매주 화요일 오전,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으나 이날은 평소와 달리 1.2km 정도 떨어진 부영골프장 정문 부근에서 SRF 가동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이는 한국에너지공대 착공식에 참석한 김부겸 국무총리가 문제 해결의 역할을 담당할 것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대위 측은 한국에너지공대 착공식에 참석한 김 총리 측에도 빛가람혁신도시의 발전을 저해하는 나주 SRF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국무총리께 드리는 빛가람 시민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날 집회에는 60~70대 노년층은 물론 나주혁신 입주 공공기관 직원들과 어린 아기를 안은 주부 등 남녀노소 주민들이 대거 몰려와 한국지역난방공사(한난)의 SRF 가동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땡볕 아래 불편한 자리에도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가동 중단!, 가동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장을 달궜다. 주민들은 SRF 문제 해결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지역 정치인과 나주시의원, 한난 이사회를 성토하기도 했다. 

6월 1일 오후 3시, 한국에너지공대 착공식이 열리는 전남 나주 빛가람동 부영골프장 정문 건너편 도로변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기습 가동을 항의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60~70대 노년층은 물론 나주혁신 입주 공공기관 직원들과 어린 아기를 안은 주부 등 남녀노소 주민들이 대거 몰려와 SRF 가동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시사저널 정성환
6월 1일 오후 3시, 한국에너지공대 착공식이 열리는 전남 나주 빛가람동 부영골프장 정문 건너편 도로변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기습 가동을 항의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60~70대 노년층은 물론 나주혁신 입주 공공기관 직원들과 어린 아기를 안은 주부 등 남녀노소 주민들이 대거 몰려와 SRF 가동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시사저널 정성환
6월 1일 오후 3시, 한국에너지공대 착공식이 열리는 전남 나주 빛가람동 부영골프장 정문 건너편 도로변에서 어린 아기를 안은 한 젊은 주부가 ‘쓰레기 연료 절대 반대’라는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기습 가동을 항의하고 있다.ⓒ시사저널 정성환
6월 1일 오후 3시, 한국에너지공대 착공식이 열리는 전남 나주 빛가람동 부영골프장 정문 건너편 도로변에서 어린 아기를 안은 20대 후반의 한 젊은 주부가 ‘쓰레기 연료 절대 반대’라는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기습 가동을 항의하고 있다.ⓒ시사저널 정성환

공대위는 집회에 중간 중간 ‘광주시, 산자부, 국회의원, 시의원’이라고 쓴 영정 사진과 상여를 메고 상여소리를 스피커로 흘려보내는 ‘상여 퍼포먼스’를 벌였다.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러 퍼질 때는 참석자 모두가 엄숙한 표정으로 따라 불렀다. 이윽고 한국에너지공대 착공식 행사장에서 폭죽이 터지자 일제히 “물러가라”면서 야유를 보냈다. 

주최 측은 이날 2000여명의 주민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역대 집회 사상 최대 규모의 주민들이 모였다”며 “그만큼 한국지역난방공사 측의 기습적인 SRF 발전소 가동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공대위와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크게 ‘SRF발전소 가동 즉각 중단’과 ‘새로운 협의체(거버넌스) 구성’ 등 두 가지다. 우선 이들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측의 SRF발전소 기습 가동에 반발했다. 한난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께 나주 빛가람동에 설치된 SRF열병합발전소 가동에 돌입했다. 지난 4월 15일 법원이 SRF발전소 가동과 관련해 운영사인 한난 측 손을 들어준 지 40여일 만이다. 

혁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난 측의 전격적인 SRF발전소 가동을 두고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법원의 1심 판결 뒤 곧이어 나주시가 항소했다는 점에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 이후나 가동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발전소 운영사가 민간 기업이 아닌 공기업이라는 점을 두고도 주민 친화적 경영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SRF발전소 가동 소식이 퍼지자 강인규 나주시장과 공무원, 주민 등 20여명은 발전소로 달려와 가동 중단을 요구했지만, 한난 측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하루 440톤의 SRF를 투입하도록 설계됐으나 장기간 가동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약 20% 수준인 100톤을 이날 투입하는 등 저출력 상태의 운전을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지역난방공사 나주SRF열병합발전소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한국지역난방공사 나주SRF열병합발전소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나아가 공대위는 앞으로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을 청와대, 중앙 정부와 정치권 등에 요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대안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지난해 말 결렬된 거버넌스 기구를 재구성해서 대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전남도, 산자부, 환경부, 시민단체가 반드시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성해 나주SRF 열병합발전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당초 계획에 맞게 시설이 지어졌고 주민 단체가 참여한 환경 영향조사에서도 가동 중 환경 기준치를 충족한다는 결과가 있었다. 지역사회와 대화하며 합리적인 결론을 내기 위해 시설 준공 후 3년 이상을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누적 적자가 350억원에 이르고 상장기업으로 일반 주주 이익 훼손에 따른 배임 논란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한난 측은 항소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가동 중단 여부를 결정하고, 가동과 관계없이 그간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도 이어갈 계획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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