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집에 대한 진행형 수다 《춥고 더운 우리 집》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6 11:00
  • 호수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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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담으로 돌아온 공선옥 작가

이제는 거의 사라졌지만 ‘후일담 문학’이라는 용어가 있었다. 말 그대로 작가들이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 내려가는 시나 소설이었다. 묘하게 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군은 1963년생 토끼띠였다. 여자로는 공지영, 신경숙, 김인숙, 공선옥이 대표적이고, 남자로는 고인이 된 김소진 등이었다. 그 밖에도 작가에서는 은희경, 시인에서는 최영미가 꼽힌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후일담도 다 같지는 않았다. 공지영, 김인숙이 도시 분위기라면 공선옥과 신경숙은 시골 느낌이 강했다. 그중 가장 을씨년스러운 작가는 공선옥이다.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 살》 《피어라 수선화》 등 공 작가의 초기작들은 어둡다 할 만큼 쓸쓸했다. 실제로 공 작가의 주인공은 지질히 궁상맞은 소시민, 가정폭력 등으로 분열되는 약자 등이 많다. 결과적으로 핵가족화라는 배경 속에 각박한 인심으로 메말라가는 우리 사회가 그의 문학 텃밭이었다.

《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지음 | 한겨레출판사 펴냄 | 240쪽 | 1만5000원》
《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지음 | 한겨레출판사 펴냄 | 240쪽 | 1만5000원》

이번에 나온 산문집 《춥고 더운 우리 집》도 그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다. 그런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느낌은 온기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번 책은 작가가 궁극적으로 향하는 우리 집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집에 대한 고민은 어렸을 때부터였다. 고향 마을은 서향으로 배치된 곳인 데다, 한때 북쪽으로 마루가 난 집은 필연적으로 날씨와 비친화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천장 대들보를 타고 온 구렁이가 시렁에 올려놓은 달걀을 하나하나 삼키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초가집부터, 고라니 등 산짐승들이 엄마가 던진 음식을 받아먹던 북향집, 식구보다는 누에들이 살기에 적당한 집, 밥을 할 때마다 아궁이에서 물을 퍼내야 했던 집 등으로 인해 작가의 고향 집은 좋은 기억보다는 눅눅한 것들로 꼭 차 있다.

이후 작가는 다양한 인생의 풍상을 겪으면서 아이들과 살기 좋은 집을 찾는 긴 여정을 되풀이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여정을 담았다. 물론 이 책에서 만나는 집들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바퀴벌레들이 유난히 많았던 광주 지산동 ‘동산파크’를 비롯해 독일의 집을 경유한다. 그리고 광주 대인시장을 보러 왔다가 만난 수북이라는 지명에 꽂혀 버스를 타고, 그곳과의 긴 인연이 시작된다. 얼떨결에 땅을 사고, 한참이나 흐른 후 집을 짓기 시작해 2015년 10월1일 집이 완성된다.

살아가면서 집은 서서히 완성형으로 바뀐다. 좋은 집은 손볼 곳이 많고, 좋은 이웃이 있어야 한다는 진리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찾아낸다. 길을 가다가 태기가 있어 애 낳는 이야기도 있고, 더운 날 밭을 매는 엄마 같은 할매도 있다. 그리고 그 할매들은 강하다. 그를 통해 수북은 이야기도 수북한 곳이라는 것을 독자들도 느낄 수 있다. 박완서 작가가 살았을 때, 공선옥의 글에 대해 “거친 듯하면서도 위선이 없는 정직한 문장이다”라고 말한 이유기도 하다. 책의 후반은 작가가 느끼는 삶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떠놓은 느낌이다. 그러면서 서서히 작가 역시 이순(耳順)의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한없이 불편할 것 같은 춥고 더운 우리 집은 그저 사람 사는 행복한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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