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인 줄 알았는데…사건·사고 끊이지 않는 IT 대기업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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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문제로 몸살 앓고 있는 IT 업계…“IT 노동자 고통받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연합뉴스

고액 연봉과 높은 복지 수준으로 주목받고 있는 IT 대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가장 선망하는 직장으로 꼽히는 네이버·카카오·넥슨이 잇따른 사건·사고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업계에서는 IT기업에 만연했던 시스템 부재와 구조적인 조직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3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업무상 스트레스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 사건에 대해 네이버가 자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사내 이메일을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와 별개로 외부 기관을 통해 조사받는 과정을 갖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5일 네이버 직원 A씨는 성남시 분당구 소재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 등이 적힌 메모가 밟견됐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노동조합은 “고인이 생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위계에 의한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네이버는 뒤늦게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와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책임 리더의 직무를 정지했지만, 논란은 계속 커지고 있다. 

최근 카카오에서도 열악한 노동 조건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 직원들은 노동부에 근로 감독 요청했으며, 사측은 각종 부당 노동 행위가 드러나면서 시정명령을 받았다. 지난 4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카카오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일부 직원 주 52시간 이상 근무 ▲임산부 시간 외 근무 ▲일부 직원 연장근무 시간 기록 못하게 강요 ▲퇴직 직원 연장근무 수당 제때 지급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 ▲최저임금 주지 의무 위반 ▲직장내 성희롱 교육 의무 위반 등이 적발됐다.

아울러 카카오의 한 직원이 회사 평가 시스템에 따른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려 소동이 일기도 했다. 평가 과정에서 ‘함께 일하기 싫은 직원을 꼽으라’는 항목에 답하도록 한 것이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이 회사 내에서 터져 나왔다. 이런 일을 겪은 뒤에도 회사가 일부 직원들에게만 고급 호텔 숙박권을 지급하는 선별 복지 혜택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 반발이 다시 터져 나왔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본사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본사 ⓒ연합뉴스

게임업계 1위 기업 넥슨은 업무 재배치를 기다리는 직원들을 대기발령 조치하면서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넥슨은 프로젝트 중단 등으로 전환배치 대상자가 된 직원 가운데 1년 이상 장기 대기자를 대상으로 3개월간 대기발령에 임금의 4분의 1 삭감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고 대기발령이 결정된 이들은 15명 안팎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당사자 동의를 구하지 않은 일방적인 조치”라며 “일을 주고 정당한 평가를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 정규직을 뽑았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술렁이는 ‘판교 벨리’…젊은 이미지와 상반된 노동 현실

업계에서는 IT 대기업들에서 벌어진 사건이 한 회사에 국환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IT 기업들 노조가 다수 속한 화섬식품노조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의 추모성명에서 “IT업계는 업무 특성상 장시간 근로와 상시적인 과로에 노출돼 온갖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일명 갑질로 통용되는 직장 내 괴롭힘과 스트레스까지 헤아린다면 IT노동자의 고통과 부담은 더욱 크고 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기간 압축 성장을 하면서 조직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IT 기업들의 구조적인 한계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IT 업체 내부의 수직적인 소통 구조와 끼리끼리 문화가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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