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별사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4대 기업 대표들과의 오찬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이전보다 한층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사면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국민 공감대’도 사면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도 눈 여겨 볼만하다.

문 대통령과 4대 기업 대표의 오찬 자리에서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처음 말문을 연 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었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제5단체는 지난 4월 청와대에 이 부회장 사면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여기에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도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힘을 보탰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며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런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두루두루 의견을 듣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두고 이 부회장의 사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사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이 점차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에 대해선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런 기류에 변화가 생긴 건 5월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충분히 국민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며 개연성을 열어놨다. 이날 문 대통령은 특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 우리도 반도체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는 게 분명한 사실”이라며 사면의 당위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7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키로 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투자다. 이런 삼성전자의 한‧미 정상회담 측면 지원은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 사면에 한층 마음을 열게 된 계기가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문 대통령의 사면 결정에는 핵심 전제조건이 있다. ‘국민 공감대’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여론까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실제 시사저널이 5월11일 여론조사기관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부회장의 사면을 찬성한다는 답변은 전체의 76.0%로 집계됐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1.9%, ‘잘 모르겠다’는 2.1%였다.

다른 여론조사의 결과도 대체적으로 비슷했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4월24~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된다’는 응답은 전체의 69.4%였다. 또 한길리서치가 지난 5월8~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또한 이 부회장 사면 찬성 의견이 68.4%로 나타났다.

이밖에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이 지난 5월10∼12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 부회장 사면 찬성 의견은 64%로 집계됐다. 이처럼 조사 기관별로 일부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이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송응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