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공정은 ‘청년’과 ‘경쟁’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8 10:00
  • 호수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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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 ‘공정과 상식’ 대표 “법 안에서 약자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
尹 측근 인사 “일하는 만큼 대접받는 세상 만들겠단 것”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성공포럼),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공정과 상식). 내년 대통령선거를 약 9개월 앞두고 현재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두 대권주자의 이름과 함께 두 개의 포럼이 동시에 출범했다. 여권의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싱크탱크 격으로 출범한 ‘성공포럼’, 야권의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문가 지지 모임인 ‘공정과 상식’이다. 두 포럼은 각각 지난 5월20일과 21일 공식 출범식을 갖고 각 대권주자의 ‘공정’을 논하고 나섰다. 

공정은 지금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으로 여겨진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취임사로 출범했던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조국 사태’ ‘부동산 정책 실패’ ‘LH 사태’ 등에 휩싸이며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은 더욱 컸다. 공정이 올바로 서지 못하는 현실에 젊은 층은 분노했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뿐만 아니라 모든 대권 잠룡이 지금 다시 한번 ‘공정’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정이 내년 대선 결과를 결정지을 주요 화두가 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고, 이들로 상징되는 공정의 의미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시사저널은 각 주자들이 말하는 공정의 핵심은 무엇인지, 그들의 공정을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 들어봤다. 

ⓒ뉴시스

“검사 생활에서 尹의 공정 드러나”

최근 야당 정치인들을 잇달아 만나고, 대선 캠프 조직을 준비 중인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차기 대선의 최대 화두가 될 ‘공정’을 어떻게 풀어낼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권이 법적·형식적 공정을 깨버린 상황에서도 칼을 이쪽과 저쪽에 공정하게 댔기 때문에 ‘공정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5월21일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전문가 포럼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이하 ‘공정과 상식’) 출범식에 토론자로 나서 윤 전 총장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사실 정치인으로서의 윤 전 총장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다만 진 전 교수의 분석대로 윤 전 총장은 ‘조국 사태’ 등 현 정부에 치명적인 사건과 의혹들에 정면으로 맞선 일련의 상황 속에서 그 반대급부로 공정의 이미지를 획득했다는 평을 받는다.

‘공정과 상식’의 상임대표인 정용상 동국대 명예교수 또한 5월31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공정 인식은 현 정부에서뿐 아니라 그의 검사 생활 전반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과 상식’은 자발적 지지 모임으로 윤 전 총장이 직접 만든 조직은 아니다. 다만 정 명예교수는 “윤 전 총장과 소통하고 있다”며 “그와 최근 통화하며 포럼 활동과 방향성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고, 반듯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내년 대선의 화두로 떠오르는 공정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어떤 인식을 갖고 있을까.

“윤 전 총장이 정치인으로서 공정에 대해 자세히 밝힌 바는 없을지라도 그의 검사 생활들을 살펴보면 공정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법치 의식이 상당히 투철한 공직자로 여러 정권을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국가 원칙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언제나 법을 지키지 않으려는 강한 힘이 있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법을 지키지 않으려는 강자에게 대항해 법치주의 실현에 몸소 노력한 공직자였다.”

윤 전 총장 공정의 핵심은 ‘권력을 쥔 자들에 대한 견제’일까.

“윤 전 총장은 약자에 대한 관용도 갖고 있다. 올해 초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아동학대치사죄’에서 ‘살인죄’로 적용 혐의를 변경하도록 특별지시했다. 대검찰청은 당시 성폭력, 아동학대, 장애인 학대 관련 사건 국선변호인 선정 의무화 방침을 추진했다. 법은 항상 강자를 보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법 안에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항상 인식했다.”

정치인 윤석열로서도 그러한 공정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까.

“윤 전 총장은 검사 생활을 하며 정치·경제·사회·문화·보건 등 모든 분야의 사건들을 경험하며 그에 대한 공정한 처분을 위해 노력했다. 대권주자로 나서서도 스스로를 낮추는 태도로 공정한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할 것이다.”

 

실제 정 명예교수가 말한 윤 전 총장의 공정에 대한 인식은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취임하던 때부터 드러난다. 그는 취임사에서 “형사 법집행을 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이라며 “특히 권력기관의 정치·선거 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서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저는 여성, 아동과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범죄와 서민 다중에 대한 범죄 역시 우선적인 형사 법집행 대상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며 “특히 이러한 범죄를 대처함에 있어 강력한 처벌은 물론이고 피해자에 대한 세심한 보호와 지원이 빈틈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법조인이 아닌 ‘정치인 윤석열’의 공정은 어떤 것일까. 윤 전 총장이 검찰을 떠난 이후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낸 것은 단 몇 번뿐이다. 그 몇 번 속에서도 윤 전 총장은 공정을 얘기했다. 정치 도전을 고민했고, 현재는 어느 정도 마음을 굳힌 그 메시지는 정치인으로서의 메시지나 다름없다. 그는 자신이 사퇴한 직후 터진 LH 직원 투기 사태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에서 “공정해야 할 게임의 룰조차 조작되고 있어서 아예 승산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 나라 발전의 원동력은 공정한 경쟁이고, 청년들이 공정한 경쟁을 믿지 못하면 이 나라 미래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가 짧은 인터뷰에서 강조한 것은 ‘청년’과 ‘공정한 룰’이었다.

‘공정과 상식’ 출범식이 5월2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연합뉴스

“청년들의 기회 극대화할 질서 만들겠단 뜻”

실제로도 윤 전 총장은 이 두 가지를 강조하며 대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정치 도전을 고민하는 동안 보였던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보인다. 그가 최근 여러 전문가 및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며 그들의 의견을 경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와 만난 이들은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좀 더 많은 고용을 이끌어내는 한편, 동일노동-동일임금에 바탕한 공정한 임금체계를 실현하자는 주장을 하는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를 비롯해 자영업 전문가인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로컬 경제 전문가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IT 분야 청년 스타트업 창업자, 획일화된 대규모 건설에 반대하는 건축학자 유현준 홍익대 교수 등이다. 윤 전 총장과 매우 가까운 한 인사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정치인 윤석열이 추구하는 공정’에 대해 이같이 전했다.

“정치인 윤석열이 추구하는 공정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일하는 만큼 대접을 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검찰을 그만두고 만난 전문가들을 보면 방향이 보인다. 재벌과 노조와 같은 강자들에 좌우되는 전통적인 보수와 진보 정당들과 달리 개인의 자유와 자율을 추구하면서 창의적인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려는 사람들, 특히 청년들의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질서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윤 전 총장이 사법 분야에서 공정에 충실했다면, 이제는 입법과 행정을 통한 공정의 실현을 추구하는 건데, 이를 위해 사람들이 지킬 수 있는 규칙(룰)을 만들고 확실히 집행함으로써 경제 행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 그걸 통해 지대추구를 최소화하고 노력의 결실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갖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다.”

다만 윤 전 총장의 공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아직 정치권에 정식 등판하지 않은 채 잠행을 이어가는 윤 전 총장에겐 도덕성과 정책 등 공정과 연결되는 부분들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여권의 이재명 경기지사는 “그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소비자는 내용물을 보고 판단해야 하지 않나. 누군가가 살짝살짝 보여주는 부분적 포장지밖에 못 봐서 판단하기 어렵다”며 “가능하면 빨리 전부를 국민에게 보여주고 판단받는 것이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이의 도리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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