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정부’ 이성윤·이정수 영전했다…‘尹라인’ 한동훈, 복귀 불발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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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與 인사들 요직에…‘피고인’ 이성윤 승진, 이정수는 서울중앙지검장
윤 전 총장 측근 한동훈·윤대진, 연수원으로…정권과 대립 간부들 ‘좌천’
법무부가 6월4일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내정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왼쪽)과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에 내정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 ⓒ 연합뉴스
법무부가 6월4일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내정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왼쪽)과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에 내정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 ⓒ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 취임 후 단행된 첫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친정부 체제'가 한층 강화됐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이정수(사법연수원 26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임명됐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피고인' 이성윤(23기) 서울중앙지검장은 승진해 서울고검장으로 옮긴다.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한동훈(27기) 검사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발령 나 일선 복귀는 불발됐다. 정권과 마찰을 빚었던 주요 인사들도 사실상 좌천됐다. 

법무부는 오는 11일 자로 이같은 내용의 대검검사급 검사 41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한다고 4일 밝혔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포함한 고검장급 6명, 검사장급으로는 10명이 승진했다. 

 

'피고인' 이성윤 승진,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에

이번 인사에서 가장 큰 관심이 쏠렸던 이성윤 지검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이 지검장이 피고인 신분인 점을 감안해 직무배제 해야 한다는 의견도 검찰 안팎에서 제기됐지만,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전됐다. 

이 지검장 후임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핵심 참모였던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이동한다. 정권 수사를 비롯한 주요 사건을 처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검과 상급 관청 수장까지 모두 친여(親與) 인사가 꿰차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임기말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한동훈 검사장 사건 처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주가조작 개입 의혹 등 굵직한 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를 최종 결론지을 것으로 보인다. 또 청와대를 겨누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과거사진상조사단 관련 의혹 수사도 변화를 맞을 지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차관 긴급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관할하는 수원고검·지검장도 교체됐다.

수원고검장으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김관정(26기) 서울동부지검장이 동기 중 가장 먼저 고검장으로 승진해 이동한다. 수원지검장은 신성식(27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맡는다. 신 검사장은 이광철 청와대 행정관 기소 등 수원지검의 남은 수사를 지휘한다. 이정수 검찰국장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심재철(27기) 서울남부지검장은 유임했다.

지난 2019년 10월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지난 2019년 10월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한동훈 일선 복귀 불발, '정권 대립' 간부들 진천으로

이른바 '채널A 사건'으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밀려났던 한동훈(27기) 검사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간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일선 복귀를 요구했지만, 박 장관이 끝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전 총장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윤대진(25기)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이동했다. 

윤 전 총장 재직 당시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지휘한 박찬호(26기) 제주지검장은 광주지검장으로,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인 이원석(27기) 수원고검 차장검사는 제주지검장으로 발령 났다.

문재인 정부와 검찰개혁 등을 놓고 주요 현안마다 충돌했던 고검장들은 수사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윤 전 총장의 동기인 강남일 대전고검장과 구본선 광주고검장 등 연수원 23기 고검장들은 모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밀려났다. 조남관(24기) 대검 차장검사는 법무연수원장으로 전보됐다. 구 고검장과 조 차장검사는 검찰총장 후보군에까지 올랐지만, 좌천성 발령이 났다. 

주요 간부들이 대거 충북 진천의 법무연수원으로 옮기게 되면서 고검장들에 대한 '망신주기'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6월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6월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참모진도 교체

김오수 검찰총장을 보좌할 참모진도 대거 교체됐다. 박성진(24기) 부산고검장이 대검 차장검사로, 문홍성(26기) 수원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김지용(28기) 춘천지검장은 대검 형사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대검 기획조정부장에는 예세민(28기) 성남지청장, 공판송무부장엔 이근수(28기) 안양지청장, 과학수사부장엔 최성필(28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각각 검사장으로 승진해 배치됐다.

박범계 장관의 보좌진도 일부 교체됐다. 심우정(26기) 법무부 기조실장이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이동하고, 후임엔 주영환(27기)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해 이동한다. 신임 검찰국장은 구자현(29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해 맡게 됐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김오수 검찰총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자 노력했다"며 "검찰의 분위기 쇄신과 안정적인 검찰개혁 완수를 도모하기 위해 리더십과 능력과 자질, 전문성을 기준으로 유능한 인재를 새로 발탁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평가했다. 기존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에 대해선 "전면 순환 인사를 원칙으로 조직의 활력을 도모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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