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노란색으로 칠하라” 직원에 강요한 장성군수…“인권침해”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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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유두석 군수에게 원상복구·피해보상 등 조치 권고
여성공무원, 정신고통 호소하며 사직…지난해 9월, 진정 받고 조사 착수
인권침해 사건 조사과정서 원칙 외면한 사업추진 정황도

전남 장성군이 ‘옐로우시티’ 사업을 추진하며 군수가 공무원에게 집 색깔을 노란색으로 바꾸라고 요구한 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인권위에 진정한지 9개월만이다. (시사저널 2020년 8월27일, 8월31일, 9월3일 단독 보도 ‘장성군수 공무원에 갑질 논란’ 기사 참고)

인권위는 “유두석 장성군수가 군청 공무원의 주택 색상에 관여한 지시가 업무 적정 범위를 벗어난 행동 자유권 침해라고 8일 밝혔다. 인권위는 유 군수에게 원상회복 또는 피해보상 등 후속 조치를 권고했다. 

앞서 장성군청 디자인 관련 부서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던 전직 공무원 A(여·36)씨는 “개인 주택을 신축하자 군수가 주택의 지붕과 처마를 노란색으로 칠할 것을 강요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전남 장성군이 ‘옐로우시티’ 사업을 추진하며 군수가 공무원에게 집 색깔을 노란색으로 바꾸라고 요구한 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갈색 스페인식 기와 지붕을 노란색으로 바꿔 칠한 전남 장성군 장성읍 전직 공무원 주택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장성군이 ‘옐로우시티’ 사업을 추진하며 군수가 공무원에게 집 색깔을 노란색으로 바꾸라고 요구한 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갈색 스페인식 기와 지붕을 노란색으로 바꿔 칠한 전남 장성군 장성읍 전직 공무원 주택 ⓒ시사저널 정성환

본지 취재와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8월 장성군 장성읍 군청 인근에 갈색 스페인식 기와를 얹은 유럽형 2층짜리 목조주택(연면적 112㎡)을 지었다. 주택 준공 직후부터 지붕과 처마를 노랗게 칠하라는 유 군수의 요구가 시작됐다. 

A씨는 ”같은 해 11월1일 ‘지붕을 노란색으로 칠하라’는 유 군수의 전화를 받았고 갈색이었던 기와와 울타리 등을 노란색으로 덧칠했으나 처마까지 바꾸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유 군수의 요구는 장성군에서 지역신문 기자로 활동한 A씨의 시아버지, 동료 공무원을 통해서도 전달됐다.

또 “상급자에게 지붕 도색에 대해 불편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니 상급자가 ‘(군수의) 말투는 협조를 구하는 분위기지만 사실상 명령이다. 그게 정치다’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A씨는 유 군수의 지속적인 추궁을 견디다 못해 본인 부담과 시아버지 지원을 받아 주택 지붕과 담장, 대문을 노란색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후에도 처마도 노란색으로 칠하라는 등 군수의 요구는 이어졌다. 결국 군수의 무리한 요구를 견디지 못한 A씨는 계약 기간을 남겨두고 지난해 7월 사직했다. 

유 군수는 인권위 조사에서 “‘옐로우시티 경관 조성사업’을 담당하는 직원들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A씨에게 신축 주택에 도색을 권유했을 뿐 희망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A씨가 군청 직원이자 며느리로서 이중의 부담감을 느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계약직이라는 고용 불안정성, 위계질서가 뚜렷한 공무원 사회에서 하위직이라는 신분상의 한계로 군수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또 인권위는 개인 주택의 도색은 사생활 영역에 속하며 장성군이 추진하는 옐로우시티 경관 조성의 취지나 목적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장성군 관계자는 “인권위 결정문을 토대로 후속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인권침해 사건에서 장성군이 도색 공사비용을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으로 메우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유 군수의 지시를 인권침해로 인용한 침해구제위원회 결정문에는 해당 주택 도색비를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하려 한 상황도 함께 담겼다. 

다만, 인권위는 이번 조사에서 불거진 장성군의 보조금 사업 절차 부당성에 대해 고발의뢰 등 별도 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다. 주택 색깔을 바꾸라는 유 군수 지시의 인권침해 여부를 가려내는 조사와 그 과정에서 불거진 공무원의 비위 의혹은 별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성군은 지역 명소인 황룡강의 이름에서 노란색을 부각한 색채마케팅 ‘옐로우시티’를 표방해 시가지 경관 개선에 활용 중이다. 건축물 외벽, 공공 조형물, 산업 시설물 등에 노란색을 입히고 노란색 정원을 조성하는 등 시가지 곳곳을 노랗게 꾸미는 옐로우시티 건축디자인사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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