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인 창녕 우포 따오기는 복덩어리다”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0 14:00
  • 호수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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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정우 경남 창녕군수 “천연기념물 따오기 복원, 국가적 사업이 되길 기대”

전국의 내륙습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우포늪은 경남 창녕군이 보유하고 있다. 창녕은 2018년 10월 세계 최초 람사르 습지 도시로 인증받았다. 그만큼 자연생태계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최근 창녕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2019년부터 우포늪에 방사돼 생태 복원 중인 천연기념물 따오기가 처음으로 야생 번식에 성공한 것이다. 창녕군은 2008년 중국에서 따오기 한 쌍을 들여와 우포늪에서 복원하기 시작한 이후 모두 400마리 이상 증식했다. 그중 120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는데, 마침내 자연번식까지 성공했다. 창녕군의 세심한 보호가 만들어낸 결과다. 시사저널은 한정우 창녕군수를 만나 따오기 복원 과정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6월14일 시사저널과 인터뷰 중인 한정우 경남 창녕군수 ©창녕군
6월14일 시사저널과 인터뷰 중인 한정우 경남 창녕군수ⓒ창녕군

최근 야생 따오기가 자연에서 부화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난 4월이었다. 창녕군이 야생으로 방사한 따오기 두 쌍이 자연에서 부화에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는 소식이었다. 그로부터 약 45일 동안 어미의 보살핌을 받고 성장했는데, 6월9일 둥지에서 무사히 이소해 첫 비행에 성공했다.”

자연에서 부화한 따오기들이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따오기는 생명력이 강한 개체임에 틀림없다. 자연번식에 성공한 부부는 2019년 자연 방사한 개체들이다. 지난 3월 중순부터 우포늪 주변에서 둥지를 짓기 시작해 그달 말부터 3개의 알을 산란했다. 그중 하나는 포란 과정에서 파손됐고, 나머지 알 2개가 4월26일과 28일 부화했다. 창녕군은 이를 정밀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개체 구분을 위해 가락지를 채우고, 위치추적기를 부착했다. 새끼 2마리의 혈액을 채취해 성별 검사와 유전자 근친 분석을 의뢰하는 등 야생에서 부화한 따오기의 개체이력을 관리한다. 아쉽게도 부화에 성공한 또 다른 한 쌍은 수리부엉이의 습격을 받아 성조(수컷)와 새끼가 희생당했다.”

그동안 자연 방사한 따오기의 생존율은 어느 정도인가. 

“창녕군은 2019년부터 40마리씩 120마리의 따오기를 야생으로 방사했다. 현재 87마리가 야생에서 생존해 생존율은 72.5%다. 이 중 80% 이상이 우포늪 주변에서 서식 중이다. 인근 고령과 합천, 멀리 남원까지 날아간 개체도 있다.”

이제 따오기의 안정적인 자연번식을 기대해도 되는 상황인가.

“따오기가 자연번식에 성공하면서 따오기 복원사업의 성공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고 본다. 야생 정착과 자연 복원은 개척기·정착기·확대기·안정기 등 4단계 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야생에서 따오기가 자연번식에 성공하면서 안정기에 들어선 것이다.”

둥지에 있는 암컷 따오기 모습 ©창녕군
둥지에 있는 암컷 따오기 모습ⓒ창녕군

따오기를 더 야생 방사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렇다. 따오기가 야생에서 잘 적응해 일정 개체군을 형성할 때까지 정기적으로 야생 방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야생 따오기 숫자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창녕군은 그동안 따오기 번식기인 봄에 야생 방사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시범적으로 가을에도 따오기 방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야생 방사 과정을 소개하자면.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 야생 방사 때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수컷 비율을 2배로 했다. 우리보다 앞서 있었던 일본의 방사 사례에서 암컷이 수컷보다 방사 후 더 장거리 이동을 했던 점을 참고했다. 야생 방사 1단계 목표로 우포늪 정착과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수컷과 암컷의 비율을 2대 1로 맞췄다. 수컷 27마리와 암컷 13마리를 방사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5월6일 세 번째 방사는 야생에서 자연 번식률을 높이기 위해 성비를 1대 1로 맞췄다. 앞으로 자연에서 더 많은 번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야생 방사 후 관리 과정도 쉽지 않았을 텐데.

“정확한 지적이다. 따오기를 야생에 방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따오기가 살아가기 좋은 먹이터를 만드는 것이 복원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우포늪은 따오기에게 최고의 서식지다. 창녕군이 2008년 따오기 복원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우포늪이라는 천혜의 습지 환경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내 최대 내륙습지인 우포늪이 따오기 복원의 최적지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었다. 창녕군은 우포늪 일대 습지보호지역 내 국유지에 16.2ha 서식지를 조성해 관리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따오기 모니터링 결과를 분석했고, 따오기가 자주 출현하는 장소에 거점 서식지 5.6ha를 만들었다. 창녕군은 야생 따오기 증가 추세에 맞춰 서식지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5월6일 열린 제3회 우포 따오기 야생 방사 모습ⓒ창녕군
5월6일 열린 제3회 우포 따오기 야생 방사 모습ⓒ창녕군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로서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절실해 보인다.

”따오기는 환경의 깃대종이다. 환경이 복원된 곳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따오기 야생 방사와 번식이 본궤도에 올라 야생 개체가 늘어나고 전국에서 따오기가 살아가려면, 무엇보다도 서식지 조성이 국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난 3월 충남 예산에서 복원사업을 통해 자연으로 방사한 황새가 우포늪으로 날아와 머문 적이 있었다. 야생 방사한 따오기도 남원과 강원도까지 날아가는 상황이다. 황새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에 있는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건강한 자연생태계 회복이 필요하다. 따오기가 자연에서 살아가는 데 오염되지 않은 서식지 조성이 제일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친환경 농업은 따오기가 안전하게 살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고, 결국 사람에게 이로운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의 지역적인 제한과 열악한 재정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가적 사업이 되기를 희망한다.“

따오기 복원에 주민들의 헌신이 큰 몫을 차지했다는 평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따오기 복원사업에서 서식지 조성은 중요하다. 따오기 먹이터는 무논 습지를 만드는 것인데, 주민들의 협조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포늪 주변 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로 서식지를 조성했고, 현재 조성해 놓은 서식지와 가장 가까운 마을이 관리 중이다. 최근 부화한 따오기의 둥지가 있는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따오기 보호활동에 나섰다. 외부인들의 지나친 접근을 차단하며 지킴이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모든 마을 주민이 따오기 모니터링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만큼 따오기 복원과 보호에 적극적이다.“

따오기 복원사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우포따오기복원센터가 있는 유어면 세진마을은 마을 입구에 ‘따오기를 품은 세진마을’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이것만 봐도 주민들의 따오기에 대한 사랑을 가늠할 수 있다. 또 올해 초 창원 시민의 제보로 2019년 방사해 추적이 끊긴 따오기의 소재를 확인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창녕 주민들을 비롯한 많은 분의 성원으로 따오기 복원사업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참으로 감사하다. 따오기는 창녕의 복덩어리다. 농업의 질적 향상은 물론 생태관광산업 활성화를 견인할 것으로 확신한다. 따오기가 살 수 있는 깨끗한 생태환경을 만들면 따오기뿐만 아니라 우리 자녀들이 건강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따오기가 사람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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