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최근 북·미는 대화 재개를 둘러싸고 치열한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월18일 “대화에도, 대결에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4월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발표한 이후 나온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이다.
미국은 즉각 반응을 내놨다.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흥미 있는 신호’라고 했다.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6월21일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튿날 “꿈보다 해몽”이라며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는 담화를 냈다. 북·미가 서로를 향해 “먼저 움직여라”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주목되는 점은 한·미의 대응이다. 한·미 북핵 수석대표는 6월21일 북핵 협의에서 ‘한·미 워킹그룹’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데 합의했다. 워킹그룹은 비핵화와 남북 협력, 대북 제재 등 한·미 간 이견을 조율할 목적으로 2018년 11월 설치됐으나 제재를 둘러싸고 미국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외교적 해결’을 미 외교의 우선순위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도 긍정적이다.
북한 반응도 나쁘지 않다. 김 위원장이 직접 대화를 비중 있게 언급한 것은 2019년 4월 시정연설 이후 처음이다. 대미 비난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 등의 메시지를 낸 점을 고려하면 경제·민생을 최우선으로 놓고 대화를 모색해 나가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바이든 정부가 계승하기로 한 싱가포르 합의는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비핵화’라는 순서로 평화 로드맵을 짜고 있다. 우리는 북·미를 다시 이 긴 장정을 시작할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시사저널은 두 전문가를 만났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명실공히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싱크탱크를 이끌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외교안보 분야의 자문을 구하는 과외교사로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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