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명 인력 감축에도 유통가 무인화는 ‘쭉’ 계속된다
  • 한다원 시사저널e. 기자 (hdw@sisajournal-e.com)
  • 승인 2021.07.07 09:00
  • 호수 16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통 빅3, 올 1분기까지 3674명 인력 감축…대형마트부터 편의점까지 무인점포 전환 가속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쇼핑의 중심이 온라인·비대면으로 옮겨진 지 1년여가 지났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순차적으로 선보인 무인 계산대는 이제 편의점으로까지 번지며 유통업계의 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기업과 고용주는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지만, 이로 인해 일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무인화 열풍은 세계적인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이끌었다. 아마존은 지난 2018년 무인점포 ‘아마존 고(Amazon Go)’를 선보였다. 아마존 고는 카메라와 센서로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고르는지 인식하고 아마존 앱으로 결제까지 가능한 무인 매장이다. 미국 아마존 고를 시작으로 무인화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Alibaba)를 중심으로 무인점포가 확대되고 있고, 일본의 패밀리마트·로손 등을 포함한 5대 편의점도 2025년까지 모든 점포에 자동 계산대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6월29일 서울 은평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고객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6월29일 서울 은평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고객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미국 ‘아마존 고’, 전 세계 무인화 이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무인화가 빠르게 진행된 분야는 패스트푸드점이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점들은 키오스크(무인 계산대)를 대부분 도입했다. 특히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키오스크 도입률은 맥도날드 64.3%, 롯데리아 76.6%, 버거킹 92.4% 등에 달한다. 맘스터치도 전체 1300여 개 매장 중 33%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 버거의 모든 매장에 키오스크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2017년 65억원에서 2018년 100억원, 2019년 150억원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시장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지난해에는 220억원까지 성장했다.

최근에는 무인화 바람이 편의점으로까지 번졌다.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국내 편의점 4사는 골목상권 무인화를 선도하고 있다. GS25와 CU는 하이브리드(야간 무인)형 점포 등 스마트 스토어를 각각 290여 개, 250여 개 운영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무인점포 시그니처 매장은 5월 기준으로 120개에 달하고, 이마트24도 현재 114개 하이브리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최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무인자동화 매장 언커먼스토어를 열었다. 이는 아마존 고와 유사한 형태로 QR코드 체크인 기능을 사용해 입장한다. 40여 대의 AI 카메라와 150여 개의 무게 감지 센서가 고객 동선과 상품 이동을 추적하고 결제도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무인점포는 유통업계의 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편의성을 제공하는 방안 중 하나인 무인화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인 서비스는 유통업계의 필연이다. 지금은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무인점포가 확산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계산이 필요한 모든 곳에 적용될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를 필두로 카페 업계도 ‘사이렌오더’로 무인화를 시도하고 있다. 무인점포의 규모 확대는 시간문제인 셈이다.

 

편리하지만 인력 감축에 대한 고민도 깊어져

다만 일자리 감축에 대한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무인점포는 인력을 대체한다. 1개의 무인점포는 곧 일자리 1개를 대신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 국내 유통사들은 기술적인 한계로 100% 무인점포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지만, 무인점포가 확산할수록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아마존 고가 2018년 등장했을 당시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는 “아마존 고의 등장으로 미국 전체 노동인구의 2.3%(350만 명)에 해당하는 계산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실업률은 6.3%까지 증가해 4년간 노동시장의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아르바이트생들의 체감도도 높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아르바이트생 814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50.7%가 코로나19 이후 키오스크, 무인 단말기 등이 더욱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경기가 좋지 않았을 때 자영업자들이 아르바이트생을 줄였던 것과 같다”며 “지금은 아르바이트생을 무인기기로 대체하고 있는데,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소비자들도 간편결제에 익숙하고, 판매자는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청년, 여성의 일자리 타격이 크겠지만 무인점포는 유통업계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니만큼 앞으로도 무인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유통 빅3인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의 총 직원 수는 2019년 5만6710명에서 지난해 5만3661명으로 3049명 감소했다. 특히 사라진 일자리 3049개 중 여성(2483개)이 차지하는 비중은 81%에 달한다. 올 1분기 유통 빅3 총 직원 수는 5만3036명으로 지난해 말보다도 625명이나 더 줄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술적인 변화로 산업구조의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서 무인화가 보편화되고 있다”며 “최저임금, 경제적 이슈와 맞물려 무인화로의 급격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어 일자리를 무인기기로 대체하거나 전환하는 게 유리한 환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이어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는 필요하지만 무인점포는 결국 임금 부담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노동비용 부담이 무인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고용주와 근로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합리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