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역대급 4차 유행파 피크 온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9 16:00
  • 호수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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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90%,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태⋯오락가락 원칙 없는 방역이 부른 재앙

7월 평균 700명대이던 코로나19 하루 감염자가 7월8일 1275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2월25일의 최고치 1241명을 경신한 수치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바이러스 전파가 가장 더딘 여름철이고 백신 접종이 한창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정도로 확산한 것은 방역 정책의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지난해와 달리 올가을과 겨울에는 역대급 4차 유행파가 닥칠 것이라는 전문가의 전망까지 나왔다. 따라서 올 11월 집단면역을 형성해 코로나19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는 불투명해졌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하루 감염자 수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보름 전 상황이 반영된 수치다. 즉 방역 당국은 시뮬레이션 등으로 이미 이렇게 될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런 일이 반복된 여파가 올가을과 겨울 4차 유행파로 나타날 것이다. 현재까지 최고치인 하루 1200명대를 넘어서는 코로나19 4차 유행파가 닥친다고 본다. 현재 모든 정황이 그쪽(4차 유행파)으로 향하고 있다. 올 11월 집단면역을 형성해 코로나19에서 벗어나려는 계획은 요원하다”고 경고했다. 

지난해보다 더 위협적인 코로나19 4차 유행파를 예고하는 정황은 네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기본 감염자 수가 많다는 점, 백신이 부족하다는 점,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점, 방역보다 접종에 치우친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점 등이다.

ⓒ시사저널 박정훈
밤 10시 이후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 중인 6월9일 심야시간에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시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이미 높은 ‘베이스 라인’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세 자릿수에서 출발

지난해 7~8월 하루 감염자 수는 100명 미만의 두 자릿수였다. 그해 9월 하루 감염자 수는 200명으로 늘었고 11월 500명대에 진입하더니 12월 10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역사적으로 모든 바이러스 팬데믹은 기온이 높을 때보다 낮을 때 더 거세지는 공통점을 보인다.

올해 들어 하루 감염자 수는 단 한 차례도 두 자릿수로 떨어지지 않았다. 날이 따뜻해진 후에도 430명(5월31일)에서 794명(6월30일)으로 증가했다. 7월 들어서는 700~800명대로 1년 전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상태다. 

김 교수는 “현재는 여름이라는 계절적 환경과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전파가 다소 보합세지만, 상황은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지난해 여름 하루 감염자가 두 자릿수에서 출발해 가을과 겨울을 맞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어졌다. 1년이 지난 현재는 이미 세 자릿수에서 출발한다. ‘베이스 라인’이 높은 상태에서 현재처럼 느슨한 정책을 이어가면 가을과 겨울에 올 4차 유행파는 지난해보다 더하면 더했지 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6월8일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백신 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6월8일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백신 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백신 보릿고개로 한때 1차 접종자 0명

큐어백 효과 없어 향후 백신 도입도 불확실

1년 전과 달라진 상황은 백신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7월 들어 백신 부족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하루 1차 접종자 수만 봐도 7월1일 1만4233명에서 2일 4043명, 3일 3930명, 4일 1150명으로 꾸준히 감소하다가 5일에는 급기야 0명을 기록했다. 

전반기까지 백신 접종률 25%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2차분 백신까지 미리 사용한 결과다. 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간격을 12주로 최대한 늘리고 폐기 직전의 잔여 백신까지 접종하는 등 백신을 아껴가며 사용했다. 그러나 계약과 달리 백신 수급은 원활하지 않아 백신 보릿고개를 피하지 못했다. 코백스를 통해 애초 6월 도입됐어야 할 아스트라제네카 물량이 7월 중순으로 미뤄지면서 교차 접종까지 하기로 했다. 교차 접종은 1차와 2차 접종 백신 종류가 다른 것을 말한다. 1차와 2차 접종 모두 동일한 백신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앞으로도 백신 도입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김 교수는 “6월30일 공개한 독일 큐어백 백신의 임상시험 3상 결과에서 예방 효과가 48%로 나타났다. 백신으로 가치가 없는 셈이다. 이 백신이라도 성공했다면 백신 수급에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였을 텐데 아쉽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소송을 진행 중인 유럽이 화이자 백신 18억 도즈를 구입하는 등 앞으로 백신 확보가 어려워질 전망이어서 국내 백신 도입은 또다시 불확실해졌다”고 진단했다. 

백신 부족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젊은 층의 감염이 급증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7월6일 기준 코로나19 감염자 746명 중 40%가 20~30대다. 젊은 층이 자주 이용하는 클럽·주점 등을 중심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 방역 당국의 분석이다. 6월 이후 발생한 주점·클럽 관련 집단감염 사례는 21건에 확진자만 561명에 달한다. 젊은 층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무증상이거나 경증만 보이고 활동 범위도 넓기 때문에 바이러스 전파 위험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백신에는 중증 예방, 사망 예방, 감염 예방이라는 세 가지 이점이 있다. 2월26일 국내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중증과 사망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치사율은 7월6일 기준 1.26%다. 그렇지만 같은 치사율이라도 감염자가 늘어나면 절대 사망자 수도 증가한다. 예컨대 같은 1% 치사율일 때 감염자 100명에서는 1명이 사망하지만 1000명일 때는 10명으로 늘어난다. 물론 백신을 맞은 노인이 많아도 지역사회에 감염자가 많을수록 돌파 감염 등의 위험이 커지며 일부는 중증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매주 2배씩 증가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

“국민의 90%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태” 

더 우려되는 대목은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를 충분히 예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구 930만 명 중 1차 접종을 한 사람이 562만 명,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이 520만 명인 이스라엘은 6월 중순만 해도 코로나19 하루 감염자가 한 자릿수였지만, 6월30일 300명을 넘긴 이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보건부가 실태를 파악한 결과, 최근 화이자 백신을 2차까지 맞아도 예방 효과가 기존 94%에서 최근 64%로 떨어졌다. 그 주범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지목됐다. 이스라엘에서 신규 감염자 중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90%에 이른다. 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차까지 모두 맞았을 때 델타 변이 바이러스 예방 효과가 66%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백신 1회 접종률은 30%지만 2회 접종률은 10%다. 김 교수는 “화이자 백신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88%까지 예방한다는 얼마 전 영국 발표를 듣고 다소 안심했는데, 이스라엘 연구 결과를 보니 당황스럽다. 그런데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로 유입될 때 방역 당국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증거가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더 많은 연구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백신 1차 접종만으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점은 사실이다. 현재 국내에서 2차 접종을 마친 사람이 10%이므로 90%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국내 주요 4종 변이 바이러스(알파·베타·감마·델타) 감염자는 7월6일 기준 2817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416명이다. 역학적 관련 사례(547명)까지 더하면 국내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1000명에 육박한다. 

최근 일주일(6월27일~7월3일) 유전자 분석을 통한 국내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50.1%다. 코로나19 감염자 2명 중 1명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라는 소리다.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이 30%이던 6월5일 이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사이에 급격히 증가한 셈이다. 감염 사례 전체 중 일부만 변이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하므로 실제 변이 바이러스 감염은 이보다 더 많다고 봐야 한다.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 검사에 1주일이 소요되는 등 역학조사가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사회에 이미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상당수 퍼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주요 4종 변이 바이러스 가운데 전파 속도가 가장 빠르다. 오리지널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알파(영국형)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 속도가 약 40% 빠르다. 알파 변이 바이러스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는 약 60% 빠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오리지널 코로나바이러스보다 2배 빠르게 확산하는 셈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확인된다. 6월26일 델타 변이 바이러스 누적 감염자는 263명이었으나, 일주일 만에 416명으로 2배 증가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환자가 2주 전 30여 명 나왔고, 1주일 전에는 70여 명 늘었는데, 이번 주엔 150여 명 증가했다. 증가폭이 매주 2배씩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지배종’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7월3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두드러지게 높아 세계적으로 지배종이 되는 과정에 있으며 이는 상당히 진척돼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지금까지 100개국에서 확인됐다. 전 세계가 매우 위험한 시기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이 와중에 외국에서 델타 플러스 변이 바이러스까지 출현했다. 아직 초기여서 전파력, 치사율, 백신 효과 저하 등에 대한 자료가 없다. 그렇지만 국민의 80%가 1차 접종을 마쳤고 2차 접종률도 60%가 넘는 영국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전체 감염의 99%에 이르는 점을 볼 때 델타 플러스 변이 바이러스 확산도 예의주시할 사항이다. 

 

방역보다 접종에 집중하는 반쪽짜리 방역 정책

거리 두기·집합 금지·마스크 착용·손 씻기 등 방역수칙 절대 필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는 백신 접종과 강력한 방역 정책이다. 백신이 부족하고 변이 바이러스까지 유행하는 시기에는 방역 정책이 유일한 무기다. 우리는 이미 과거에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그리고 지난 1년간의 코로나19 유행을 경험하면서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방역 수준을 낮추는 데 집중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 교수는 “하루 감염자를 세 자릿수에서 더 낮추지 못하는 것, 백신 선구매에 실패하면서 백신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 변이 바이러스가 매주 2배씩 증가하는 동안 외부 유입을 막지 못한 것 등에 대해 정부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방역을 느슨하게 유지할 궁리만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방역 당국은 그동안 전문가의 조언보다 낮은 수준으로 방역 정책을 고수해왔다. 그러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하면 방역 수준을 높이는 대신 기존 방역 수준을 유지하면서 ‘5인 이상 집합 금지’와 같은 추가 사항을 덧붙이거나 ‘0.5단계’와 같이 기존 원칙에 없는 것을 만들었다.

전반기(6월까지) 백신 1차 접종률 목표치 25%를 달성한 후에는 아예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도록 한다는 방역 완화 조치를 예고했다. 그러자 국민의 경각심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늘 그랬듯이 경각심이 해이해지자마자 코로나19 하루 감염자는 7월 700~1200명대로 급증했다. 결국 방역 당국은 수도권 거리 두기 개편안 적용을 일주일 유예하고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는 등 방역 대책을 잇달아 번복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7~8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구 이동도 늘면서 코로나19 4차 유행파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김 교수는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오락가락하는 방역 정책으로는 오히려 자영업자들이 더 힘들다. 거리 두기를 완화한다고 발표하자 한 뷔페식당은 음식 재료를 많이 준비했는데 거리 두기 완화를 연기하면서 음식 재료를 모두 폐기해야 할 상황이라는 소식도 있었다. 원칙 없이 갈지자를 그리는 정책이 반복될수록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경각심도 덩달아 떨어진다. 현재 병원은 다른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로 가득한데, 최근 코로나19 격리치료를 받는 환자도 5000명대에서 6000명대로 늘었다. 앞으로 병상 확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70% 백신 접종으로 11월 집단면역을 형성해 코로나19에서 벗어나려는 목표는 불투명한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백신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개인 방역수칙을 지키는 길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마스크 착용은 타인의 눈을 의식해서라도 잘 지키는 편이다. 그러나 거리 두기나 집합 금지에 대한 실천은 코로나19 유행 초기만 못하다. 예를 들면 서울시가 밤 10시 이후 한강 둔치 등 야외 공원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늦은 밤까지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이 많았다.

마리안젤라 시마오 WHO 사무부총장은 6월26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쳤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백신만으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전파를 막을 수 없다. 지속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혼잡한 곳을 피하고 환기가 잘되는 공간에 머무르며, 손을 자주 씻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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