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생명이다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0 11:00
  • 호수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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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관련 법 제정 후 시행착오 겪으며 변화 

동물은 엄연히 생명을 가진 존재다. 사람만큼 복잡하진 않지만 감정을 갖고 있으며 고통도 똑같이 느낀다. 시대가 바뀌고 생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동물 권리에 대한 의식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자연스레 동물 권리를 보호하는 동물보호법이 구체화돼 가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물 지위와 동물보호법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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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처음 제정된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정돼 왔다. 여전히 변화가 더디고 부족하지만 많은 동물보호단체와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관리하기 위한 규정뿐 아니라 학대 방지를 위한 조항들이 구체화되고 신설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동물보호법의 변화는 달라진 사람들의 인식을 반영한다. 우선 표현의 변화다. 예전만 하더라도 대다수 사람이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제는 동물을 장난감처럼 즐기기 위한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가족으로 바라보는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이 보편화됐다. 실제로 2020년 2월11일 개정된 동물보호법에는 반려동물을 공식적으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개, 고양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물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1년 2월, 또 한 번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됐다. 개정 동물보호법은 최근 자주 발생하는 개물림 사고 예방 대책으로 맹견 소유자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동물등록제를 동물판매업자가 분양하는 사람의 명의로 동물등록 신청 후에 판매하도록 변경했다. 동물등록 방식 중 가장 의미가 없다고 인식되던 인식표 방식도 폐지됐다. 또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행위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게 됐다. 동물 유기에 대한 처벌 또한 이전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서 3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거워졌다.  

국내 동물보호법이 강화돼 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동물들이 적절히 보호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 현행 민법에서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쉽게 말하면 동물과 동물인형은 형체를 가진 물건으로서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지며, 이 민법 제98조 규정으로 인해 반려동물이 학대당하거나 사망해도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법무부는 민법 98조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98조 2를 신설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조항을 추가할 계획이다. 해당 조항이 생긴다고 해서 갑자기 많은 것이 변화하진 않겠으나, 분명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법적으로 인정되는 순간, 비로소 동물보호법도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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