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멈춰 세운 ‘치맥 파티’…선수들 동선 숨겼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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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선수 4명, 서울 원정 숙소서 일반인 여성 2명과 모임
NC 선수들 “다 말했다” vs 당국 “고발” 
방역 수칙을 위반한 사적모임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 프로야구 NC다이노스 구단 소속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 선수(왼쪽부터). 서울 강남구청은 역학조사 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 연합뉴스
방역 수칙을 위반한 사적모임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 프로야구 NC다이노스 구단 소속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 선수(왼쪽부터). 서울 강남구청은 역학조사 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 연합뉴스

방역 수칙을 어기고 지인들과 숙소에서 ‘치맥(치킨·맥주) 파티’를 벌인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선수들을 향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시즌 중 리그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배경에 선수들의 방역 수칙 위반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프로야구 팬은 물론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는 양상이다.

방역 당국은 NC 선수들이 초기 역학조사에서 정확한 모임 인원과 시간 등 동선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고발 조치했다. 선수들은 역학조사가 실시된 이후 고의적으로 동선을 숨긴 사실이 없다면서도 물의를 빚은 데 대해서는 고개를 숙였다. 

 

진실공방으로 번진 NC 집단감염 

15일 서울 강남구청 등에 따르면, 구는 전날 코로나19 확진 이후 동선 등을 허위진술한 혐의(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소속 선수 등 확진자 5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구는 “지난 6일 새벽 서울로 원정을 왔던 NC 구단 소속 4명(권희동·박민우·박석민·이명기)이 숙소 내 한 선수의 방에 모였고, 여기에 일반인 여성 2명이 합류해 총 6명이 한 공간에 있었다”며 “당사자들이 동선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구 관계자는 "(초기 역학조사 당시) 이들이 만났다는 시간의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했는데, 그 시간에는 6명이 모인 바가 없었다. 다른 시간에 모였던 것"이라며 "선수나 일반인 모두 6명이 모인 사실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동석했던 선수와 일반인이 정확한 시간대별 동선을 알리지 않았고, 6명이 모였다는 사실조차 정확히 전달하지 않아 역학조사에 혼선을 겪었다는 것이다.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일반인 2명과 숙소에서 치맥 파티를 벌인 NC다이노스 소속 선수 4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 연합뉴스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일반인 2명과 숙소에서 치맥 파티를 벌인 NC다이노스 소속 선수 4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까지 해당 모임에 동석했던 6명 가운데 5명이 확진됐다. 일반인 2명은 지난 7일, 선수 2명은 9일, 선수 1명은 10일 각각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다만, 일본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백신을 맞은 박민우 선수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

당초 서울시가 발표한 강남구의 심층 역학조사 결과에는 방역수칙 위반 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후 강남구는 추가 역학조사를 통해 확진자 5명을 포함한 총 6명이 한 공간에 모여 치킨과 맥주 등을 먹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난 12일 언론사 기자로부터 이런 모임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12~13일날 이틀 동안 2차 심층 역학조사를 해본 결과, 즉 호텔 CCTV 등을 활용해서 역학조사 해본 결과 선수 4명과 외부인 2명 등 6명이 호텔방에서 맥주를 마시는 등 모임을 가진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고발됐기 때문에 경찰 수사를 통해 (확진자들이 동선과 모임 관련 진술을) 왜 누락시켰는지, 허위 진술했는지 사실 관계가 명백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7월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NC다이노스 홈구장인 창원NC파크 일대 신호등에 빨간 신호가 켜져 있다. ⓒ 연합뉴스
7월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NC다이노스 홈구장인 창원NC파크 일대 신호등에 빨간 신호가 켜져 있다. ⓒ 연합뉴스

반박한 선수들 "사실대로 말했고, 부도덕한 상황도 없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들은 물의에 대한 사과를 하면서도 역학조사 당시 거짓 진술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박석민 선수는 전날 NC구단을 통해 발표한 사과문에서 "지난 며칠간 많은 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소문 때문에 무고한 동료와 가족, 야구팬, 다른 구단 선수단과 관계자분이 고통을 겪는 걸 보며 제가 나서 사과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사과 말씀드린다"며 고의적인 은폐 등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박석민 선수는 방역 당국 역학조사에서 당시 모임과 관련된 내용을 진술했다며 "여러 곳에서 역학조사 질문이 있어 당황했지만, 묻는 내용에 사실대로 답했다"며 "위 내용 이외에 항간에 떠도는 부도덕한 상황이 없었다고 저희 넷 모두의 선수 생활을 걸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박민우 선수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올림픽이라는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도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 리그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든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떠도는 이야기 속 파렴치한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지만, 원정 숙소에 외부인을 불러 만남을 가진 것부터가 큰 잘못이다. 국민들의 응원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걸 인정하고 오늘 (김경문) 감독님께 (올림픽 국가대표)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적었다. 

한편, 한국 야구위원회(KBO)는 최근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 등 구단발 집단감염이 발생한 점을 고려해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리그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프로야구는 오는 19일부터 8월9일까지 도쿄올림픽 휴식기를 거쳐 8월10일 재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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