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선 쪼개보기] 흔들리는 ‘이재명 대세론’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6 16:00
  • 호수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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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 反이재명’, 경선 쪼개봐야 판이 보인다
'호남 민심' 흔들리니 이재명도 흔들…'사이다'로 대세론 복원할까

6명 중 1명이 집권여당의 대선후보가 된다. 주인공은 이재명, 김두관,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본경선 기호 순) 후보 중 한 명이다. 코로나19로 경선 일정이 연기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9월5일까지 50여 일간의 마지막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9월5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2위 후보가 9월10일 결선투표를 벌인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는 누가 될까. 알 수 없다. ‘다이내믹 코리아’의 두 달은 안정적 나라의 웬만한 2년과 맞먹는다. 경선판은 실제 요동치고 있다. 매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후보들의 순위 경쟁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를 2위 이낙연 후보가 최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추미애 후보는 이재명·이낙연 후보와 함께 ‘빅3’를 형성했던 정세균 후보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경선판은 어떻게 움직일까. 역시 알 수 없다. 하지만 ‘무엇이 판을 좌우하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보면 그 답을 찾는 과정은 풍부하면서도 입체적이게 된다. 선거의 3요소로 구도·인물·이슈를 꼽는다. 전선은 확실하다. 이번 경선의 구도는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이다. 경선을 관통하는 이슈는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경선 연기와 코로나19 4차 대유행 외에도 돌발 변수는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인물’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경선의 승부가 ‘인물 경쟁력’에서 갈릴 것으로 본다. 정책 선거가 아니라 인물 선거이며, 정책 내용보다는 그 정책을 집행할 후보의 태도와 신뢰도 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에선 인물이 곧 정책이고 노선이며 비전이라는 분석이다. 그만큼 대선후보 한 사람에게는 많은 것이 농축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도 된다.

대통령 후보를 뽑는 선거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다. 대선후보를 뽑는 ‘개인전’ 성격도 있지만, 대선일에 51%의 득표를 확보할 지지를 모으는 과정을 만들어야 하는 ‘단체전’ 성격도 가지고 있다. “민주당 전체가 이기는 선거가 돼야 한다(윤건영 민주당 의원)”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민주당 지지층은 어느 후보가 본선 경쟁력을 가졌다고 판단할까. 무엇이 표심을 가를까. 무엇이 바뀌면 표심이 움직이고, 판이 흔들릴까. 시사저널이 50여 일간의 역동적 드라마를 좌우할 핵심 변수 3가지를 짚었다.

ⓒ연합뉴스

1. 핵심 지지층 떠나니 이재명이 흔들린다

민주당 대선 경선의 핵심 키워드는 ‘이재명’이다. ‘이재명’이 상수다. 내년 대선의 여야 대결 구도는 ‘이재명 대 윤석열’이 될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선 가장 합리적인 분석이다. 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도를 기록 중이다. 여당 지지자 입장에서는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본선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후보는 여기서도 여권 후보 중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이게 바로 ‘이재명의 힘’이다.

‘대선주자 이재명’의 인물 경쟁력 분석은 간단치 않다. 비문(非文)으로 비주류에 머무르던 그가 ‘어대낙(어차피 대세는 이낙연)’이라는 구도를 깨고, 여권 지지율 1위로 올라선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단순히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치면서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를 쌓고, 특유의 공격적인 ‘사이다’ 스타일만으로 만든 결과가 아니다. 관련해서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대선후보의 인물 경쟁력은 지역·세대·이념을 기반으로 한다. 그가 여권 내 지지율 1위로 올라선 것도, 대세론이 흔들리는 이유도 다 이 분석틀로 봐야 제대로 된 해석이 가능하다.” 무슨 얘기일까.

현재 민주당 경선의 가장 큰 변수는 ‘이재명 대세론’이 흔들리는 데 있다. 몇 가지 해석이 정가에서 나왔다. 당내 경쟁에서 ‘원팀’ 팀워크를 해치지 않기 위해 적절한 대응 수위를 찾는 데 실패했다는 진단이 핵심이다. ‘사이다’ 뚜껑을 닫고 실시한 ‘전략적 인내’ 전략이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에서 노련한 수위 조절을 못 했다는 진단도, 현직 경기지사로서 코로나19 대응과 대선 경선을 같이 준비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다 맞는 분석이다. 문제는 추세다. 전열을 재정비하고 본연의 스타일을 회복하면 이런 흐름을 막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걸 따져보는데 바로 배 소장이 말한 분석틀이 유용하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어디서 빠졌을까. 사실 지지율 자체는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2위 주자 이낙연 후보가 반등에 성공하며 추격하고 있을 뿐이다. 여전히 격차는 작지 않다. 그럼에도 ‘경고등’은 분명히 켜졌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호남(지역)·40대(세대)·여성(이념) 유권자가 ‘이재명 대세론’에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가 여론조사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가 있다. 6월 4주 차(6월26~27일)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26.6%를, 이낙연 후보는 9.5%를 얻었다(윤석열 후보는 30.7%). 7월 2주 차(7월10~11일) 조사에선 이재명 후보는 25.8%를, 이낙연 후보는 16.4%를 기록했다(윤석열 후보는 26.4%). 이재명 후보의 하락 폭이 컸다기보다는,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의 하락 부분을 그대로 흡수하며 맹추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사이다’ 뚜껑 다시 열어 ‘호남·문파’ 이탈 막을까

이재명 후보는 호남(광주·전라)에서 6월 4주 차 조사에선 38.9%를, 7월 2주 차 조사에선 29.7%를 얻었다. 반면 이낙연 후보는 각각 14.2%, 22.6%를 기록했다. 이재명 후보는 2주 만에 호남에서 9%포인트의 지지를 잃고, 이낙연 후보는 8%포인트를 끌어올렸다. 같은 조사에서 여성 지지도를 보면 이재명 후보는 24.8%에서 21.8%로, 이낙연 후보는 13.4%에서 23.1%로 움직였다. 윤석열 후보는 30.9%에서 24.7%로 떨어졌다. 이 기간 이낙연 후보는 10%포인트 가까이 여성 지지도를 끌어올렸다. 40대 지지도는 이재명 후보는 44.4%에서 42.4%, 이낙연 후보는 11.3%에서 17.0%로 움직였다.

해석은 어렵지 않다. 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 의혹 공세 등에 이른바 ‘바지 발언’ 등으로 감정적 대응을 하면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가 상당 부분 이낙연 후보로 옮겨간 것이다. 최근 이낙연 후보가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걷는 윤 후보와의 본선 경쟁력에서도 실력을 입증하자 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이탈하고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호남과 40대, 여성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다. 무엇보다 호남은 민주당의 심장이다. 민주당에서 대선후보가 되려면 호남의 지지는 절대적이다. 민주당 출신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대통령 후보이자 대통령으로 끌어올린 곳이 바로 호남이다. 호남은 상징성과 영향력도 동시에 갖고 있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은 약 8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의 40%(약 33만 명)를 보유하고 있다. 경선 결과를 좌지우지하고도 남을 숫자다.

여성과 40대도 민주당 대선주자라면 놓칠 수 없는 핵심 지지층이다. 현재 호남과 함께 문재인 정부를 떠받치고 있는 주축 세력도 바로 이들이다. 배종찬 소장은 “이재명 후보의 위기는 ‘호남(지역)+40대(세대)+여성(이념)’이라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2등 주자에게로 이탈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된다”며 “이 흐름을 차단할 수 있냐 없냐에 따라 경선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이재명 후보가 지금의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볼까. 긍정론과 부정론이 교차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이 지사가 경선 과정을 거치며 지지자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오히려 지도자로서의 성품에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대세론이 꺾였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크고 길게 보면 대세론이 꺾일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경선 연기 주장 등을 통 크게 받는 대담한 리더십을 보이고 경기지사로서 코로나19 방역에서 실수 없이 대응하면 대세론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배 소장은 이재명 후보가 ‘호남’과 ‘문심(文心)’에 집중해야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호남 민심에 구애할 일정과 메시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호남에서 이 후보가 대세론을 형성해야만 전체 판을 주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1기’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2기’라는 메시지로 친문 성향의 강성 지지자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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