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집단감염, 결국 현실로…예고된 참사였나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9 16: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 파병 떠났다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전격 귀환
18일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주기장에 주기 되어 있는 공군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시그너스(KC-330)에 청해부대 34진과 대체인력이 사용할 의무 및 각종 물자들을 적재 완료한 후 장병들이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주기장에 주기 되어 있는 공군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시그너스(KC-330)에 청해부대 34진과 대체인력이 사용할 의무 및 각종 물자들을 적재 완료한 후 장병들이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해부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결국 현실화 됐다. 해외 파병 임무를 수행하던 청해부대 제32진(문무대왕함) 부대원의 82%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군 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빚어낸 참사라는 비판이다.

1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아프리카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으로 떠났던 청해부대 제34진 장병 301명 가운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인원은 247명(82.1%)이다. 나머지 50명은 음성, 4명은 판정 불가로 나타났다. 이는 문무대왕함 작전 지역 인접국 보건당국의 협조로 부대원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PCR)를 실시한 결과다. 청해부대 부대원 전원이 미접종 상태였으며, 감염병에 취약한 환경(밀접·밀집·밀폐)의 함정 내에서 지낸 점을 비춰볼 때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는 군내 최대 규모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110여 명이 확진된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의 2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아울러 지난해 2월 군내 최초 확진자 발생 이후 최악의 집단감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밀폐된 군함에 왜 백신 안 보냈나…거세지는 질책들

먼저 대규모 군 장병에 대한 정부의 백신 미접종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해부대 34진은 지난 2월8일 아덴만으로 출항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초도 물량이 도착하지 않은 시점이어서 청해부대원들은 백신을 맞지 못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전날(18일) 논평을 내고 “밀폐된 군함은 코로나19에 극도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석 달 전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도 확진자 30여 명이 나온 전례가 있는데도 정부는 해군에 백신을 보내지 않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군 안팎에선 파병 함정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청해부대는 함정 자체가 하나의 부대를 이루고 있으며, 활동 공간도 외부와 단절된 해상이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밀폐된 환경은 한 명만 코로나19에 감염되도 삽시간에 부대 전체에 퍼질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이번 집단감염 사태는 아프리카 현지 기항지에서 군수 물자를 적재한 이후 의심환자가 급격히 늘면서 시작됐다. 아울러 국방부와 합참이 작성한 ‘해외 파병부대 우발 사태 지침서’에는 감염병 위기관리와 대처 부분이 빠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일말의 감염성을 도외시했다가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 파병된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연합뉴스
해외에 파병된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연합뉴스

초기에 막았더라면…초기 의심 증상자에 감기약만 처방

초기 증상자에 대한 추가 방역 조치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청해부대에서 처음으로 감기 증상자가 나왔다. 하지만 부대는 감기약만 투여했으며, 합참에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10일부터 감기 증세를 보이는 부대원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간이검사(신속항체검사) 키트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당시 감기 증세를 보이는 40여 명에 대한 간이검사를 실시했다. 당시에는 전원 음성 결과가 나왔다. 이후 13일에야 부대원 6명의 검체를 선별해 진단검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전원 양성 판정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간이검사가 감염 여부를 걸러내지 못했고, 해외 파병부대가 감염병으로 전면 철수하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

군 당국은 집단감염이 현실화하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국방부는 청해부대 부대원들의 국내 조기 귀국을 결정하고 작전명을 ‘오아시스’로 명명했다. 전날(18일) 오후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2대를 아덴만 지역에 급파했다. 오아시스 작전 수행을 위한 200여 명 규모의 특수임무단이 탑승했다. 수송기 이착륙과 수송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청해부대 34진 부대원들은 20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청해부대 백신 미접종 비판에 대해 불가항력이었다는 입장이다. 이날 국방부 관계자는 “얀센 백신 역시 질병청에서 30세 이상만 접종하도록 접종연령 제한을 둠에 따라 전체 인원 접종을 할 수 없는 제한사항이 있었다”면서 “얀센 백신을 해외로 보낼 경우 별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