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에서 철천지원수 된 BBQ·bhc의 '치킨게임'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8 12:00
  • 호수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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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치고 잘못 인정해" 7년간 소송전 불 뿜는 치킨전쟁 왜?
유력 언론들까지 가세하며 ‘진흙탕 싸움’ 이어가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 비에이치씨(bhc)와 제너시스BBQ(이하 BBQ)의 법정 다툼이 오는 9월이면 만 7년째 접어든다. 소송전의 발단은 2014년 9월 bhc의 전 대주주 CVCI(시티 벤처캐피탈 인터내셔널·로하튼 전신)가 “BBQ가 bhc의 매장 수를 부풀려 팔았다”며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제소하면서다. 이 소송은 2017년 2월 국제중재법원이 “BBQ는 96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하면서 일단락됐지만, 감정의 골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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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박현종 bhc 회장ⓒ연합뉴스·시사저널 박은숙

bhc, 2013년 7월 사모펀드에 팔리면서 갈등

소송전은 그 후부터 본격화됐다. BBQ는 2017년 bhc와의 물류·상품 공급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bhc는 소송으로 맞받아쳤다. 이 계약은 2013년 7월 BBQ가 bhc를 팔면서 판매가를 높이기 위해 계약에 포함시킨 사항이었다. 당시 계약 과정을 잘 아는 전직 BBQ 관계자는 “당초 로하튼은 치킨대학 등 부동산을 요구했지만 BBQ가 반대해 물류·상품을 공급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BBQ는 10년간 bhc가 만든 치킨 소스와 파우더를 영업이익률이 연 19.6% 유지되는 선에서 공급받되, 문제가 없으면 계약을 5년 연장하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다. 한 프랜차이즈 창업 전문가는 “프랜차이즈에 물류는 매출, 이익을 산출할 수 있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그걸 경쟁사에 내줬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BBQ는 bhc 임직원에 대한 공격에 들어간다. 2017년 6월 BBQ는 박현종 bhc 회장 및 임직원들이 자사 전산망을 해킹해 경영기밀을 빼갔다며 이들을 부정경쟁방지법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물론 이는 BBQ가 bhc를 상대로 한 상품 공급계약을 파기하는 근거가 됐다. 그러자 bhc는 BBQ의 일방적 계약 해지로 손해가 발생했다며 535억원 규모의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내부전산망에 접속해서 자료를 가져간 것이 인정된다. 그러나 범죄인을 특정할 수 없어 기소를 할 수 없다”며 bhc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BBQ는 “검찰의 포렌식 조사를 통해 bhc의 조직적 범죄행위가 드러나고 있어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다를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박 회장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소송가만 1231억원대인 물류계약 소송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고 상품계약 소송은 1심에서 bhc(340억원 배상)가 일부 승소했다. 이 외에도 양사는 10여 가지 크고 작은 송사(訟事)를 이어가고 있다.

양사 간 갈등에 언론들도 가세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되레 부추기는 양상이다. 2018년 11월 KBS는 윤홍근 BBQ 회장이 회삿돈으로 자녀의 미국 유학비를 10억원 넘게 댔다며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관련 내용을 제보한 주아무개씨가 이번엔 반대로 “당시 취재는 bhc의 사주를 받아 진행됐다”고 주장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주씨의 이러한 주장은 지난해 10월 한국일보가 보도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 보도로 박 회장은 국회 정무위 국감장에 불려나가 의원들에게 심한 질타를 받았다.

BBQ “bhc 박 회장이 경영기밀 빼갔다” 주장

BBQ는 2017년 SBS가 원가 갑질 및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 등을 보도한 것 뒤에는 bhc의 제보가 있었다고 본 반면, bhc는 지난해 12월 2주에 걸쳐 보도된 MBC 《PD수첩》 보도에 BBQ가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무를 주관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를 상대로 한 정치권 로비전도 치열하다. bhc 관계자는 “지난해 정무위 종합국감에서 민주당 모 의원은 BBQ 주장을 거의 다 담은 한국일보 보도를 근거로 박 회장을 마치 피의자 다루듯이 몰아세운 것도 모자라 위증죄로 고발하려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가운데 bhc는 올 4월 “BBQ가 개인회사 ‘지엔에스하이넷’에 회삿돈 약 83억원을 빌려줘 손해를 끼쳤다”며 윤 회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배임)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번 고발은 매각 이후 발생한 분쟁과는 관련이 없는 BBQ 내부 문제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bhc 관계자는 “전직 BBQ 임원이 제보한 것으로 잘못된 관행에 경각심을 주자는 차원에서 직접 고발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BBQ 역시 무죄를 주장하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7년간 진행돼온 치킨전쟁의 배경에는 양사의 독특한 지배구조가 있다. 1997년 ‘별하나치킨’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bhc는 2004년 조류독감 사태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다 70억원에 BBQ에 M&A(인수·합병) 됐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2000년대 들어 가맹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BBQ는 가맹점 간 일정 간격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돌파구로 삼은 것이 서브 브랜드(bhc)를 통한 중복 출점이었다. 기존 BBQ 점주들이 본사(가맹본부)에 문제를 제기하자, 브랜드 및 제품이 완전히 다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이마저도 어려워진 데다 경영난이 겹치면서 bhc를 매물로 내놓았다. 그게 비극의 시작이 됐다.”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튼은 bhc를 1130억원에 사들이면서 회사 경영을 BBQ에서 글로벌 사업부문 대표로 있던 박현종 현 bhc 회장에서 맡긴다. 박 회장은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BBQ로 이직하기 전까지 줄곧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2012년 11월 홍콩에서 열린 한 투자박람회에서 로하튼 관계자와 만나 매각 협상을 진두지휘한 이가 박 회장이다. 사모펀드로 대주주가 바뀌고 삼성 출신 CEO가 취임하면서 bhc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한 유명 창업 프랜차이즈 전문가는 “윤흥근 BBQ 회장이 치킨 프랜차이즈를 하나의 산업으로 키운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권위적인 소통 방식이 문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bhc 박 회장은 대기업에서 갈고닦은 경영 노하우를 잘 살린 사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창업 전문가도 “톱스타 전지현을 전속모델로 기용한 것이나 로고, 메뉴 등을 리뉴얼하면서 세련미를 잘 이식시킨 것이 판매 신장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다. 아무리 경영환경이 어렵다고 해도 윤홍근 BBQ 회장은 왜 프랜차이즈업의 핵심인 상품·물류를 경쟁사에 넘겨줬을까.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당시 사모펀드(로하튼) 대표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몇 년간 회사를 맡아 경영해본 다음 BBQ 재무 상태가 좋아지면 다시 팔겠다’고 말한 것을 윤 회장이 곧이곧대로 믿은 것이 패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돈 많은 사모펀드와 삼성 출신 CEO가 손잡았다고 해도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도 실책이었다”고 분석했다.

BBQ 관계자 역시 “물류를 저쪽(bhc)에 내줬다는 것은 우리로선 상대를 그만큼 믿었다는 뜻이다.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떠나보내면서 윤 회장이 매우 안타까워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bhc가 2014년 ICC에 소송을 제기한 뒤에도 양사 간 감정의 골은 지금처럼 깊지 않았다. 가맹사업을 담당한 전직 bhc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회사 직원이었는데, 직원들끼리 숨길 게 뭐가 있었겠는가. 이제 와선 BBQ에서 영업비밀 침해라고 주장하지만, 매각 직후만 해도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BBQ가 박 회장과 bhc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면서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하는 데는 이러한 서운한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 또 다른 BBQ 임원은 “아무리 상대가 밉더라도 오너 가족까지 건드리는 것은 아니었다. 장기간 계속되는 소송전에는 사람(박현종 회장)에 대한 윤 회장의 배신감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가맹주 피 같은 돈으로 대형 로펌 돈 대주는 꼴

매각 후 두 회사 상황이 역전된 것도 요인이다. BBQ나 윤 회장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2016년 128억원(bhc 2326억원, BBQ 2197억원)이었던 두 회사의 매출액 차이는 지난해엔 804억원(bhc 4003억원, BBQ 3199억원)으로 벌어졌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차이 역시 43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2019년 기준 BBQ 본사 임직원 수가 228명으로 135명인 bhc보다 100명 가까이 많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BBQ는 2019년 광고·판촉비 명목으로 1824억원을 써, bhc(826억원)보다 1000억원 가까이 지출이 많았다.

가맹점 수는 BBQ가 되레 bhc의 추격을 받는 양상이다. BBQ의 경우 가맹점이 2017년 1659곳에서 2019년 1604곳으로 줄어든 반면, bhc는 1456곳에서 1518곳으로 늘어났다. 자금력 면에서도 bhc가 상대적으로 넉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bhc의 대주주는 박 회장, PE(프라이빗 에쿼티) MBK파트너스, 해외 캐나다연기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넉넉한 실탄을 확보한 bhc는 최근 2000억원대 매물로 나온 외식 브랜드 ‘아웃백 스테이크’의 우선협상자로도 선정됐다.

7년째에 이르면서 관련 업계에선 “이러다 양사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에서 bhc 매장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판촉비 명목으로 돈을 가져가 대형 로펌만 배불리는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BBQ는 지난해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197억원을, bhc는 50억원을 썼다. 양사 간 소송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6년보다 BBQ는 53.5%, bhc는 60.4% 늘어났다. 통상 소송비용 등 법률 자문료는 회계상 판매관리비 내 지급수수료 항목에 들어간다. 지급수수료 전체를 법률 자문 서비스로 볼 수는 없지만, 지루한 소송이 이어지면서 관련 비용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게 양사의 공통된 설명이다. 현재 BBQ는 화우, bhc는 김앤장을 대표 법률 자문사로 선임한 상태다.

전지현을 모델로 쓴 bhc 광고ⓒbhc 제공
황광희를 모델로 쓴 BBQ 광고ⓒBBQ 제공

BBQ‧bhc는 일란성 쌍둥이?

지루한 법적 소송을 이어가는 두 회사 모두 공교롭게도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두 회사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청구 및 시정명령 등의 제재를 받았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양사가 가맹점주들의 단체활동을 방해했는지 여부다. BBQ는 필수 구매품목 최소화와 마진 공개를 요구하는 일부 점주와 갈등을 빚고 있다. bhc도 가맹계약이 10년도 채 되지 않은 점주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에 논란이 됐다.

이 과정에서 상대 회사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갈등을 부추기는 비도덕적인 일도 벌어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2018년 BBQ가 bhc 가맹본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한 가맹점주에게 보낸 “bhc 본사로부터 가맹점에 공급하는 품목의 원가 공개, 가맹점으로부터 수취한 광고비 내역 공개와 관련한 내용을 서면으로 보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입수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는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강압적인 사내 소통 방식을 보면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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