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조준’ 윤석열에 드리운 검찰총장 그림자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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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특검 꺼내며 文대통령 정조준했지만…야당서도 “모순” 지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26일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스님 영결식 조문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26일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스님 영결식 조문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정치인' 윤석열은 '검찰총장' 윤석열을 극복할 수 있을까. 대선 출사표를 던지며 '변신'을 꾀한 지 한 달이 흘렀지만, 아직 입지 다지기와 외연 확장을 이뤄내진 못한 모양새다. 최근에는 '수사·고발·특검' 관련 발언을 쏟아내며 과거의 검찰총장 이미지를 더욱 부각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현 정부의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은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에 가장 큰 명분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중도층 확장 전략에 장애물로도 작용한다. 정치 참여 이후에도 계속되는 '검찰총장의 그림자'를 윤 전 총장이 효과적으로 걷어내지 않을 경우 지지율 재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과 접점을 늘리고 있는 국민의힘조차도 이같은 흐름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에게 '정치인의 화법과 감각'을 갖추라는 압박도 내놨다. 윤 전 총장의 '8월 내 국민의힘 입당'이 유력해지면서 그동안 여러 차례 '실기'를 거듭해 온 발언과 행보를 끊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부에서 윤 전 총장의 과거를 공격하는 공개적인 발언이 계속되면서 입당 이후에도 대선주자로서의 길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27일 낮 부산 서구에 있는 한 국밥집에서 국민의힘 부산 국회의원들과 식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27일 낮 부산 서구에 있는 한 국밥집에서 국민의힘 부산 국회의원들과 식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文 대통령 정조준하며 '검찰색' 드러낸 尹 

윤 전 총장은 대권 선언을 전후로 줄곧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왔다. 현 정부의 '불공정'과 '자유민주주의 가치 훼손' 등을 언급하며 전직 검찰총장의 대선 직행에 대한 명분으로 삼았다. 공세 수위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을 기점으로 더욱 강화됐다. 지지율에 경고등이 켜진 시점에 윤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소환하며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은 특검 재수사 필요성까지 거론하며 판을 키웠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5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댓글 여론조작 유죄 확정 판결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도 공범'이라며 저격했다. 그는 "문 대통령 본인이 여론조작을 지시하거나 관여했을 거라는 주장은 지극히 상식적"이라며 "진짜 책임자와 공범에 대해 수사하고, 선거에서의 국민심판으로 공작정치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고 야권의 연대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허익범 특검에게 진짜 책임자와 공범을 수사할 수 있도록 특검 활동을 연장, 재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번 여론조작의 유일한 수혜자인 문 대통령이 '억울하다'는 변명조차 못하면서 남의 일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답하고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비서 김경수'가 책임질 일인가"라고 성토했다.

각종 논란과 실언을 반복하며 강력한 야권 주자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 속에 나온 윤 전 총장의 발언이었다. 특검과 재수사를 언급하며 윤 전 총장의 전문 분야를 환기시켰지만 이 때문에 검찰 그림자도 다시 소환됐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여전히 검찰 조직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 같은 늬앙스의 발언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른 정치인들이 내놓는 검찰 수사 관련 발언과 윤 전 총장이 지닌 말의 무게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어서다.

현 정권을 겨냥해 검찰 수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는 검찰총장 재직 시절 각종 수사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마저 의심케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상대로 여권은 윤 전 총장 재임 당시 이뤄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나 정권을 겨냥한 수사의 공정성을 지적하며 역공을 취하고 있다. 야당 내에서조차 부적절한 인식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준석 "논리적 모순"…홍준표 "자중하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윤 전 총장의 주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 대표는 26일 CBS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의 특검 재개 주장에 대해 "이 주장은 특검을 특검하라가 되는 것"이라며 "논리적인 모순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관련 발언을 내놓은 배경을 놓고 "정치적 선언에 가까운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검의 수사 결과에, 특검의 수사 범위에, 대통령이나 그 때 (당시의) 지시 관계는 없었겠나"고 반문하며 "당연히 특검도 밝혀내려고 했겠지만 못 밝혔기 때문에 김경수 지사가 기소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지금와서 이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서 특검에 특검을 하라는 것은 정치적인 주장은 될 수 있겠지만 논리가 약하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6월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인 '명불허전보수다'에서 '정상국가로 가는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6월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인 '명불허전보수다'에서 '정상국가로 가는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히려 지지율 하락세를 마주한 윤 전 총장이 꺼내든 '드루킹 특검 카드'가 보수와 중도 지지를 모두 약하게 하는 실책이란 평가도 나온다. 드루킹 특검 언급이 필연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까지 소환할 수밖에 없어 윤 전 총장에게 유리한 카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당장 야권 대권주자를 비롯해 야당 내 '반(反)윤 세력'의 반발이 거세게 터져나왔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특검 재수사를 촉구한 윤 전 총장을 겨냥 "윤석열 후보는 그 사건을 말할 자격이 없으니 그만 자중하라"며 "은폐 당사자로 지목받던 분이 뒤늦게 정치적으로 문제 삼을 사건은 아니다"고 일갈했다. 

홍 의원은 "지난 탄핵대선 이후 드루킹 사건이 터지고, 검찰이 배후를 은폐하는 바람에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노숙 단식을 시도해 10일 만에 문 정권의 항복을 받아내고 드루킹 특검을 도입했다"며 "당시 허익범 특검이 배후가 김 지사임을 밝혀내고 기소해 최종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사건을 두고 뜬금없이 당시 은폐 당사자로 지목 받던 분이 이것을 문 정권의 정통성 시비거리로 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부분도 질타했다. 홍 의원은 "그건 (전직) 검사가 할말은 아니다"라며 "두 분(이명박·박근혜)에 대한 수사는 정치 수사였고, 잘못된 수사라는 걸 고백하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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