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모더나가 욕먹는 이유…백신 가격 인상에 탈세 의혹까지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8.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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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으로 돈방석 오른 글로벌 제약사…사회적 책임은 ‘뒷전’
7월26일 오전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서 의료진이 모더나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26일 오전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서 의료진이 모더나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전세계가 위기에 빠졌지만,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는 돈방석에 올랐다. 최근 양사는 코로나19 백신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이들은 수조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화이자와 모더나가 조세회피처를 활용해 세금을 줄이거나, 글로벌 최저법인세 인상 등에 반대하고 있어 사회적 책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3일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와 모더나사는 백신 가격 상승을 예고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EU(유럽연합)에 공급하는 백신 1회분 가격을 각각 25%, 10%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화이자 백신 1회분 가격은 15.5 유로(약 2만1000원)에서 19.5 유로(약 2만6700원)로 올랐다. 모더나는 22.6 달러(약 2만6000원)에서 25.5 달러(2만9400원)로 상승했다.

 

백신 가격 기습 인상, 백신 양극화 불러

두 회사가 백신 가격을 인상한 건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접종 완료자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추가 접종(부스터샷)이 필요하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여러 국가가 대규모로 추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특히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경쟁 백신 대비 예방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인기가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화이자와 모더나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코로나19 백신 가격 인상으로 전세계적으로 백신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캐나다와 영국,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은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국민 비율이 50~70%에 달하지만, 저소득국가의 백신 1회 이상 접종률은 1.1%에 불과하다.

선진국들이 부스터샷을 추진하면서 백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부스터샷이 늘수록 펜데믹 종식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후진국에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출현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 가격 인상이 백신 수급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펜데믹 연장에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절세 꼼수’로 도마에 올랐다. 모더나는 백신 판매 수익을 조세회피처로 은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을 감시하는 네덜란드 비정부기구인 SOMO는 최근 모더나와 EU 집행위원의 계약서를 입수해 “모더나가 백신 이익을 스위스와 미국 델러웨이주로 이전하며, 세금 회피 전략을 쓰고 있다”고 폭로했다.

앞서 EU는 모더나에 100억 달러(11조5000억원) 이상의 백신을 주문했으며, 이에 대한 대금을 스위스 바젤에 있는 모더나 자회사에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젤은 법인세율을 13%만 적용하기 때문에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모더나가 자회사를 조세회피처인 스위스에 세우는 꼼수를 썼다는 게 SOMO의 주장이다.

모더나가 백신 기술 등 780개의 특허를 미국 델라웨어주에 등록해 조세특례를 누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허를 통해 얻은 이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은 델러웨이의 주법을 노렸다는 것이다. SOMO는 “모더나의 막대한 백신 판매 이익이 최악의 조세회피처로 몰리고 있다”며 “백신 연구에 정부의 지원금을 받았는데, 가격을 부풀리고 세금까지 회피하는 것으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6월 3일 오전 서울 중랑문화체육관에 마련된 접종센터에서 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소분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3일 오전 서울 중랑문화체육관에 마련된 접종센터에서 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소분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신으로 수조원 매출 남겼지만…조세회피처 활용 등 세금 회피

또 화이자를 비롯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실효세율 인상을 막기 위해 미국 의회를 상대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세계 20대 제약사의 글로벌 실효세율은 약 17%로, 기술기업이나 다른 분야 대기업들보다 낮다. 제약업계에서는 화이자의 지난 10년 간 실효세율은 5.8%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화이자는 올해 실효세율이 약 15%라고 밝혔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조세 회피 방지 등을 위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화이자 등 미국 대형 제약사들은 이에 반대하며, 로비스트를 동원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사들은 세금이 늘어나면 백신 연구개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에서 제약사들이 세운 공로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백신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도, 세금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높다.

한편, 화이자와 모더나는 올해 수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28일 화이자는 올해 코로나19 백신 매출액 전망치를 260억 달러(약 30조40억원)에서 335억 달러(약 38조6590억원)로 28.8% 상향 조정했다. 모더나도 1분기 19억3700만 달러(약 2조2000억원)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250배 증가했다. 생명과학 컨설팅회사 에어피니티는 화이자 매출액이 560억 달러(64조5000억원), 모더나는 300억 달러(34조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모더나의 주가는 약 7배가 올랐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는 43억 달러(약 4조 5000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개발한 스타트업 ‘바이오엔테크’의 우구르 사힌 최고경영자도 40억 달러 상당의 재산을 모았다.

앞서 화이자와 모더나는 ‘백신으로 이윤을 남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상 팬데믹 상황에서의 백신 판매는 공익성이 강하기에 매출에 비해 수익이 크지 않다. 비정부기구 옥스팜은 최근 성명에서 “코로나19 백신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회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공공재가 돼야 한다”며 “전세계에 접종할 수 있도록 제조사들의 독점을 시급히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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