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 벌써부터 도지사 선거 열기로 후끈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1.08.08 11:00
  • 호수 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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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 된 지사직 놓고 경쟁 치열…하마평 오른 지역 정치인만 8명

내년 6월 실시되는 경남지사 선거전이 예상보다 일찍 달아오르고 있다.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만 여야 합쳐 벌써 8명에 이른다. 재선을 꿈꾸던 ‘친문 핵심’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불명예 퇴진한 가운데 이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21대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민홍철 의원(김해 갑)과 한경호 전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공민배 전 창원시장 등이 거론되는 분위기다. 민 의원은 재선 때부터 경남지사 선거에 관심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한 전 이사장은 경남지사 권한대행을 역임하며 인지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공 전 시장은 경남 거점도시 창원에 근거를 두며 상당한 지지 세력을 갖춰왔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의 경우 21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완수 의원(창원 의창)과 윤한홍 의원(창원 마산회원) 등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 의원의 경우 지난 2014년 경남지사 선거 후보 경선에 도전했다 실패해 다시 경남지사 자리를 노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3선을 달성한 윤영석 의원(양산 갑), 21대 총선에서 지역구를 내준 이주영·김재경 전 의원 등의 선거 출마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린다.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국민의힘 후보들 간 경쟁 더 치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 5월23~25일 이틀 동안 경남도민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경남지사 선호도를 보면 김경수 전 지사는 26.2%를 얻었다. 박완수 의원(14.4%), 이주영 전 의원(8.9%), 윤한홍 의원(5.3%), 윤영석 의원(3.6%), 민홍철 의원(2.9%) 등이 뒤를 이었다. 당시는 김 전 지사의 대법원 선고 전이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현재로선 내년 6월 치러질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하려는 국민의힘 후보들 간 경쟁이 치열하다. 먼저 이주영·김재경 전 의원이 일찌감치 창원에 사무실을 내고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앞세운 메시지는 ‘리더십과 안정’이다. 이 전 의원은 8월3일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행정·사법·입법 요직 등을 안정적으로 경험했다. 김 전 지사가 불명예 퇴진한 데 반해 지역에 온전히 봉사할 각오”라며 “최근 수년간 경남의 경쟁력이 약해졌다. 미래 성장동력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도 8월3일 오후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지금 경남에는 혁신적 리더십과 지사 중도 사태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안정감 있는 지사가 필요하다”며 “그렇다면 나도 어느 정도 기본이 갖춰져 있다. 자신 있다”고 밝혔다. 경남지사 선거는 내년 대선 직후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정치적 의미가 있다. 대선이 본격화되면 대선이 끝난 뒤 석 달 후 치러지는 지방선거 이슈는 실종될 수밖에 없는 이유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경남지사 후보는 대선후보와의 관계·역할 등이 중요하다. 두 선거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년 6·1 지방선거는 새 대통령이 취임(2022년 5월10일)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실시된다.

국민의힘 경선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현역 입후보’ 문제가 꼽힌다. 아직 후보를 뽑는 경선 일정 등을 논할 시기는 아니지만, 거론되는 후보군 다수가 현역 의원이다. 앞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현역 의원 차출론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지방선거 후보 공천에 현역 의원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8월3일 경남도의회에서 “현역 의원을 배제한다는 규정은 당헌·당규에 없다. 현역 의원이라도 공정한 경쟁 과정에서 최적의 후보로 선택을 받는다면 큰 페널티를 둘 계획은 현재 없다”고 했다. 특히 민주당의 경남 도정 공백 초래에 대한 책임론과 정권심판론이 맞물리면서 현역 의원 출마가 힘을 받는 분위기다. 

8월3일 창원에서 만난 박완수 의원은 창원시장 경력과 의정 경험 등을 자산으로 경선에서 선전하겠다는 각오다. 평소 신중한 스타일인 그는 조심스럽게 “내년 대선 승리에 우선 집중할 것”이라며 “오랫동안 계장부터 국장까지 경남도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출마할 기회가 마련되면 도전하겠다”고 했다.

3선의 윤 의원은 지난해부터 도민과 의원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펼쳐왔다. 윤 의원은 8월3일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도민의 삶을 풍요롭게 할 책임을 맡는 일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기회가 된다면 담대하게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선 선거 판세를 점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자 구도의 경선 특성상 “개표함을 열어봐야 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한 초선 의원은 “대선후보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면서도 “누가 더 우세한지 따지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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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새정치민주연합·시사저널 이상욱

‘김경수 후폭풍’에 고민 깊어지는 민주당

반면 민주당의 고민은 깊다. 7월21일 대법원 판결 이전만 해도 김 전 지사의 현직 프리미엄과 지지율을 기반으로 가장 유리한 입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유죄 판결이 나면서 경남지사직 상실과 함께 민주당으로서는 최악의 국면을 맞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부산·울산·경남 단체장을 석권하는 등 ‘동진(東進)’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낙동강 벨트’ 지키기도 힘겨운 처지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문 의혹으로 중도 사퇴하고, 송철호 울산시장은 청와대 하명 수사와 선거 개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지사마저 지사직을 상실하면서 PK 광역단체장 3명 중 2명이 임기 도중 낙마했다.

민주당에선 경남지사 직무대행을 지낸 한경호 전 이사장이 가장 의욕적이다. 한 전 이사장은 8월2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김 전 지사가 해왔던 부울경 메가시티와 남부내륙고속철도 등 정책을 이어가기 위해선 아무래도 김 전 지사 도정을 이어가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나는) 김 전 지사와 같이 근무했고, 그 이전에 11개월 경남지사 권한대행을 했기 때문에 경남 도정의 연계성과 발전을 위해 내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3선의 민홍철 의원도 이름이 거론된다. 그는 조심스러웠지만, 출마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민 의원은 8월2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경남 전체 현안을 다 파악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올 연말쯤 가봐야 될 것 같다”면서 “현재 당의 대선 레이스에 집중해야 한다. 정권 재창출에 기여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지사 도정의 큰 맥이 끊어지면 안 된다”며 “그게 바로 경남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였기 때문에 그게 중단되면 안 된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했다.  

공민배 전 창원시장도 민주당 대선후보를 돕는 등 세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그는 “항상 준비돼 있다. 대선 지원에 전념한 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는 대선 결과가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남지사 후보 결정에 대통령 후보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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