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논란에도 입지 굳건한 이재용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8 10: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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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위 홍남기, 3위 최태원, 4위 정의선 順…김범수 Top 10 신규 진입

삼성은 역시 삼성이었다. 시사저널이 올해 실시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경제인·경제관료 부문 조사는 삼성그룹의 확고부동한 영향력을 고스란히 방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목률 74.9%는 2020년(81.8%)에 비해 6.9%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나 2016년 이후 6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2년 연속 2위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격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배가량 났다. 

자산 457조원 이상(2021년 공정자산 총액 기준)으로 압도적 재계 1위를 달리는 삼성그룹은 7년째 이재용 부회장이 이끌어왔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부터다. 2016년 말부터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받느라 완전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었지만, 삼성은 한국 대표 기업의 지위를 줄곧 지켰다. 

삼성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은 만큼 이 부회장의 일거수일투족도 전 국민적인 관심사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같은 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지정으로 공식적으로 삼성 총수에 올랐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이 부회장만 회장 타이틀이 없는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행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시사저널 최준필

‘뉴 삼성’ 선포한 이재용에 쏠린 시선 

아울러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 거듭나겠다는 ‘뉴(New) 삼성’ 비전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런 이 부회장을 둘러싼 국내 여론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어려운 대내외 경제 환경을 감안해 이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과 ‘이 부회장 없이도 삼성은 잘 굴러가고 있다. 그에게 면죄부나 특혜를 줘선 안 된다’는 지적이 최근 몇 년간 상충하고 있다. 

관련 논쟁은 이 부회장이 올해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뒤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갈수록 심화하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이 부회장을 향한 동정론이 좀 더 우세했던 게 사실이다. 시사저널이 지난 5월11일 여론조사기관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무선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응답자의 76.0%가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했다. 

결국 법무부는 8월9일 이 부회장을 가석방하기로 결정했다. 8월13일 풀려난 이 부회장은 조속히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그의 복귀로 삼성전자가 미국 등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4위에서 지난해 3위로 올라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2019년 8.7%, 2020년 11.2%, 올해 16.5% 등 지목률도 점점 높아졌다. 재계 3위 SK그룹을 이끄는 최 회장은 지난해 3월엔 한국 경제계 리더 격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했다. 최 회장의 어젠다는 행복 추구, 사회적 가치 창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 강화 등 SK 경영 방식에서 더 나아가 나라 전체를 아우르게 됐다. 

이 같은 광폭 행보가 가능해진 배경은 단연 SK의 실적이다. SK의 지난 10년간 자산 성장률은 10대 그룹 중 가장 높다. 영업이익률도 최고 수준이다. SK가 2012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영향이 컸다. 당시 최 회장은 그룹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 인수를 감행했다. 신약(SK바이오팜), 백신(SK바이오사이언스) 사업에도 계속 힘을 기울였다. 이 결정들에 힘입어 1998년 최 회장 취임 당시 재계 5위였던 SK는 이제 2위를 넘보게 됐다. 

최 회장에 이어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지목률 10.2%), 재계 4위 LG그룹의 구광모 회장(지목률 7.3%)이 각각 지목률 4위, 5위를 기록했다. 6위는 프로야구단과 이베이코리아 인수, 활발한 SNS 활동 등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지목률 6.3%)이다. 정 부회장은 10위권에 신규 진입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LG제공

카카오·네이버 재계 순위 ‘껑충’ 

7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톱 10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김 의장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안 쓰는 이는 찾기 어렵다. 설립 16년 차 기업인 카카오는 4600여만 명이 이용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올해 기준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카카오 제국은 지금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의 공정자산 총액은 지난해 14조2000억원에서 올해 19조9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재계 순위가 23위에서 18위로 5계단 상승하며 어느덧 10위권 진입을 목전에 뒀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라이벌 기업인 네이버도 재계 41위에서 27위로 14계단 뛰어올랐다. 

김 의장의 순위권 진입은 우리 경제 생태계의 변화를 나타내는 징표이기도 하다. 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의 앞글자를 합친 ‘네카라쿠배’는 요즘 취업시장에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기업들을 묶어 부르는 것이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이들 IT 기업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삼성·LG 등 전통적인 대기업보다 더 각광받게 됐다. 

한편 2019년과 2020년 순위권에 3명이 포함됐던 경제관료는 올해 2명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 2위를 차지했던 홍남기 부총리(지목률 26.1%)가 순위를 지켰고, 7위였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지목률 4.3%)는 8위로 한 계단 밀려났다. 정권 말기로 가면서 경제정책을 둘러싼 기대감 내지 긴장감이 부쩍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02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는 1989년 창간호부터 올해까지 32년째 이어지고 있다. 단일 주제로는 국내 언론 사상 최장기 기획이다. 이 조사는 우리나라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매년 국내 최고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 조사는 6월18일부터 7월16일까지 진행됐으며,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 전문가 1000명은 남성이 703명, 여성이 297명이다. 연령별로는 30대 207명, 40대 305명, 50대 370명, 60대 이상 118명이 설문에 참가했다. 전문가 조사 특성상 40~50대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많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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