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대는 이제 좁은 봉준호의 영향력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9 08: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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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 2년 연속 1위 봉준호 감독
BTS 2위, 윤여정 3위…클래식 예술가 순위는 하락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치명타를 입은 분야 중 하나가 문화예술이다. 영화관도 공연장도 썰렁한 가운데 대중을 설레게 하는 큰 이슈는 없었다. 동시에 많은 문화예술인이 설 자리를 잃었다. 

시사저널이 올해 실시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문화예술인 부문 조사는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하는 듯했다. 기본적으로 대표성과 인지도가 높거나 매체에 많이 노출된 문화예술인들이 10위권에 포함됐다. 

ⓒXinhua

한국어로 칸영화제 개막 선언한 봉준호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지목률(49.9%)은 2020년(60.5%)보다 10.6%포인트 낮아졌지만, 2019년(33.6%)에 비해선 16.3%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 수상 이슈가 지대했던 점을 감안하면, 봉 감독이 여전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이미 봉 감독은 ‘대한민국 대표 감독’이란 타이틀을 넘어 세계 영화계 전반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는 프랑스 칸에서 7월6일(현지시간) 막을 올린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미국 배우 조디 포스터, 스페인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미국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와 무대 위에 나란히 선 봉 감독은 한국어로 칸영화제 개막을 선언했다. 

앞서 봉 감독은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기 전인 2019년 5월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건 1956년 나온 미국 영화 《마티》 이후 두 번째였다. 이 밖에 《기생충》은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서 무수히 많은 상을 탔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칸영화제 개최가 무산됐다. 봉 감독은 이번 칸영화제 개막식 무대에서 전 세계를 향해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이후로 수백 년 동안 이 지구상에서 영화는, 시네마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날 봉 감독은 관객 소통 행사인 ‘랑데부 아베크’에 참석해 새로운 영상 미디어 환경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영화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트리밍도 영화를 보는 좋은 방법”이라면서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극장은 소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봉 감독은 “지금은 스트리밍 시대가 돼가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DVD, 블루레이와 같이 물리적으로 만질 수 있는 영화 매체를 좋아한다”고 전했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봉 감독의 차기작은 미국 영화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출간 미국 원작 소설을 영화화할 계획이라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봉 감독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인물은 방탄소년단(BTS)으로 21.3%의 지목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3위(지목률 5.0%)에 랭크됐을 때보다 영향력이 훌쩍 커진 모습이었다. 

BTS의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는 지난 7월9일 발매되자마자 빌보드 핫100 1위에 진입했다. 이른바 ‘핫샷 데뷔’다. 바로 그 직전까지 7주 연속 정상을 지킨 BTS의 《버터(Butter)》는 7위에 올라, 빌보드 톱10 안에 BTS 노래 2곡이 들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의 초대형 전광판에 상영고 있는 BTS 《버터(Butter)》 뮤직비디오ⓒ연합뉴스
영화 《미나리》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배우 윤여정ⓒ연합뉴스

BTS·방시혁, 나란히 순위권에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한국 아티스트가 빌보드 차트에서 이렇게 ‘밥 먹듯’ 1위를 하는 날이 올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요즘엔 팝을 많이 듣지 않지만 과거 FM라디오로 팝송을 들었던 세대 입장에선 기절초풍할 지경”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BTS는 꿈같은 기록 행진을 펼치는 중이다. 10개월 동안 5곡을 핫100 1위에 올리며 마이클 잭슨 뒷자리에 섰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1987년 9월부터 1988년 7월까지 9개월 2주 동안 5곡을 1위에 올렸다. BTS 기록이 바로 그다음이다. 또 BTS는 《다이너마이트》부터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버터》 《퍼미션 투 댄스》까지 총 4곡의 핫샷 데뷔곡을 배출해 최다 ‘핫샷 1위’ 공동 2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엄청난 팬덤과 영향력이다. 청와대는 BTS를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로 임명했다. BTS는 오는 9월 제75차 유엔 총회 등 주요 국제회의에 참석해 세계 청년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BTS를 키워낸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순위권에 들었다. 2020년 공동 9위(지목률 2.2%)였던 방 의장은 올해 6위(지목률 2.6%)로 뛰어올랐다. 

새로 톱10에 진입한 영화배우 윤여정은 단숨에 3위(지목률 9.7%)를 차지했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지난해 4월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 102년 역사상 처음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배우로 우뚝 선 것이다. 아울러 1947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 74세인 윤여정은 이 부문에서 세 번째로 나이 많은 수상자가 됐다. 영어가 아닌 대사로 열연을 펼쳐 오스카 연기상을 받은 여섯 번째 배우에도 등극했다. 

최근에도 낭보가 들려왔다. 윤여정은 영화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모임인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신입 회원 제안을 받았다. 회원이 되면 아카데미상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지난해 2위였던 성악가 조수미는 4위(지목률 6.8%), 5위였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7위(지목률 2.5%)로 내려갔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클래식 음악계의 침체기가 길어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202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는 1989년 창간호부터 올해까지 32년째 이어지고 있다. 단일 주제로는 국내 언론 사상 최장기 기획이다. 이 조사는 우리나라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매년 국내 최고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 조사는 6월18일부터 7월16일까지 진행됐으며,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 전문가 1000명은 남성이 703명, 여성이 297명이다. 연령별로는 30대 207명, 40대 305명, 50대 370명, 60대 이상 118명이 설문에 참가했다. 전문가 조사 특성상 40~50대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많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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