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Z세대 꽉 잡은 라인프렌즈의 저력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9 11: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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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수 기업들은 왜 라인프렌즈와 손을 잡았나
BT21·CHICHI 등 아티스트 기반 IP 발굴에도 적극 나서

일일이 텍스트를 입력해야 했던 모바일 메신저에 생기를 불어넣은 건 캐릭터였다. 브라운, 코니, 문, 제임스라는 캐릭터로 메신저상에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만든 전략은 통했고, 이들은 전 세계 2억 명의 사용자를 품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성공 주역이 됐다.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 라인프렌즈는 여기서 출발했다. 시작은 스티커였지만, 이제 라인프렌즈 캐릭터들의 행동반경은 모바일 메신저에 그치지 않는다. 무표정이 매력인 곰돌이 브라운부터 IT 천재 판다 팡요에 이르는 브라운앤프렌즈가 국내외 기업들과 협업을 펼치면서 뛰놀고, 방탄소년단(BTS)의 매력을 담은 캐릭터 BT21은 글로벌 무대를 누비면서 MZ세대와 소통한다. 누가 캐릭터를 상품에만 담는다고 했던가. 콜라보레이션과 파트너십을 통한 영역의 확장에는 제한이 없다. 이제 라인프렌즈는 콘텐츠,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캐릭터 IP를 확장해 나가며 가장 바쁜 길을 걷고 있다. 어떻게 라인프렌즈는 캐릭터 브랜드의 유례없는 길을 개척했을까.

브라운, 코니, 문, 제임스로 시작된 브라운앤프렌즈. 브라운은 올해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올해는 브라운이 태어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브라운, 코니, 문, 제임스로 시작된 브라운앤프렌즈는 샐리, 에드워드, 제시카, 부장님, 레너드, 초코, 팡요가 추가되면서 11종 캐릭터 라인으로 완성됐다.

영역 불문 콜라보로 캐릭터 가치 높여

브라운앤프렌즈의 첫 오프라인 제품은 판매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메신저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스티커로 태어났듯, 메신저 라인의 마케팅을 위해 브라운과 코니의 인형이 나왔다. 인기 캐릭터 BT21도 온라인 스티커를 먼저 공개하면서 캐릭터 자체에 대한 관심도와 인기를 높였다. 스티커가 인기를 얻고, 캐릭터가 성장하고, 캐릭터 상품이 나왔다면, 이제 그 캐릭터의 영역을 확장할 차례. 라인프렌즈가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 중 하나는 협업이었다. 라인프렌즈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 캐릭터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하나의 신념을 정했는데,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8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독일 프리미엄 필기구 브랜드 라미가 첫 콜라보 상대를 라인프렌즈로 선택하고 최초의 ‘브라운’ 컬러 만년필을 내놓은 것은, 디자인 역량과 독창적 아이디어를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브라운 라미 사파리 만년필은 ‘허니버터라미’라고까지 불리며 품귀 현상을 빚었다. 퀄리티와 디자인 역량은 세계적인 브랜드들에도 먹혔다. 자전거 마니아들의 로망인 영국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은 브라운·샐리와 함께 자전거를 출시했고, 스웨덴 식기 브랜드 구스타프베리도 최초의 콜라보를 라인프렌즈와 진행했다. 이 외에도 프랑스 코스메틱 브랜드 록시땅, 중국 IT기업 샤오미, 프랑스 슈즈 브랜드 레페토, 덴마크 음향기기 전문기업 뱅앤올룹슨 등 다양한 브랜드가 라인프렌즈와 합을 맞췄다. 라인프렌즈와 협업해 개발된 제품은 2만4000여 종. 협업하는 기업은 450곳이 넘는다.

라인프렌즈가 독일 필기구 브랜드 라미와 손잡고 출시한 ‘브라운 인 더 레드 리미티드 에디션’
프랑스 슈즈 브랜드 레페토와 출시한 ‘레페토X 라인프렌즈 초코 리미티드 에디션’
덴마크 음향기기 전문기업 뱅앤올룹슨과 론칭한 블루투스 스피커 ‘뱅앤올룹슨X라인프렌즈 베오플레이 P2 브라운 리미티드 에디션’

브라운앤프렌즈의 탄생 10주년을 맞이한 올해, 라인프렌즈는 여느 때보다 바쁘다. ‘힙한 폰 케이스’로 알려진 글로벌 테크 패션 브랜드인 케이스티파이 등 MZ세대에게 인기있는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캐릭터와 캐릭터의 조합도 시도했다. 역시 MZ세대가 선호하는 패션 브랜드인 메종키츠네의 여우 로고는 의인화된 캐릭터 키츠네로 재탄생해, 브라운과 레코드숍에서 만났다. 서로 다른 영역에 있던 캐릭터들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는 시도다. 글로벌 캐릭터 IP인 미니언즈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디지털 액세서리와 레저용품은 미니언즈와 브라운앤프렌즈의 팬뿐 아니라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들까지 함께 움직였다.

브라운앤프렌즈 10주년을 맞이해 라인프렌즈는 ‘미니언즈X브라운앤프렌즈’ 컬렉션을 출시했다.

콜라보에는 스토리를 담는다. 그 스토리는 또다시 ‘디지털 콘텐츠’가 돼 기능한다. 미니언즈와 콜라보를 진행하며 공개한 스토리 영상에는 미니언즈의 시그니처 패션인 멜빵바지와 고글을 착용한 브라운과 샐리가 등장한다. 브라운앤프렌즈의 10주년을 축하해 주러 온 미니언즈 케빈, 밥, 스튜어트가 각자의 개성을 담은 선물을 공개하며 ‘찐친 케미’를 보여줬다. 메종키츠네와 콜라보를 선보이면서 공개한 브라운과 키츠네의 브랜드 영상 역시 스토리와 세계관을 즐기는 MZ세대의 감성을 두드렸다. 캐릭터 사업이 미치는 범위는 보통 ‘상품’에 그치지만, 라인프렌즈의 캐릭터는 다방면으로 진출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예술 작품과도 콜라보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대표 미술작품인 《거대한 파도》와 《삼나무가 있는 밀밭》은 브라운앤프렌즈 버전으로 재해석됐다. ‘뮤지엄 아트 트래블’이라는 콘셉트로, 브라운앤프렌즈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페닌슐라 호텔에 등장했다.

BT21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초기 스케치 디자인, 캐릭터 세계관 설정 등의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해 만들어진 캐릭터다.
BT21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초기 스케치 디자인, 캐릭터 세계관 설정 등의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해 만들어진 캐릭터다.
JYP의 걸그룹 ITZY와 함께 개발한 WDZY(왼쪽)와  YG 보이그룹 TREASURE와 함께 제작한 캐릭터 TRUZ
JYP의 걸그룹 ITZY와 함께 개발한 WDZY(왼쪽)와 YG 보이그룹 TREASURE와 함께 제작한 캐릭터 TRUZ

아티스트와 손잡고 캐릭터 IP 확대

이렇게 다양한 분야와의 콜라보로 다져진 역량은 새로운 캐릭터 IP 발굴로 이어진다.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창의성과 캐릭터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개념의 캐릭터 IP를 창출하는, ‘프렌즈 크리에이터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캐릭터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캐릭터 IP는 한 대상의 특성과 개성,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귀엽고 친근한 모습의 캐릭터를 통해 아티스트를 대중에게 접근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BT21이다. 캐릭터에 아이돌의 이름을 빌려 붙이거나, 외모의 특성만을 부각시킨 것이 아니다. BTS 멤버들이 직접 초기 스케치 디자인을 하고, 캐릭터의 성격과 세계관을 설정하는 전체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특히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해 만든 캐릭터는 훨씬 많은 팬, 다양한 상품들과 호흡할 수 있다. 대상의 특성과 이미지, 세계관을 잘 담아 만들어낸 캐릭터는 그 자체로도 독자적인 생명력을 지닌다. 2017년 9월 SNS를 통해 최초 공개된 BT21 캐릭터들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대세 캐릭터’ 반열에 올랐다.

캐릭터를 확장시키기 위해 주목한 것은 ‘세계관’이었다. 2019년부터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가족과 친구, 라이벌 등 신규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세계관을 확장했다. BTS가 직접 등장해 BT21의 새 캐릭터와 세계관을 소개하는 애니메이션 영상은 BT21 유니버스 열풍을 불러왔다. 기존의 다른 캐릭터들처럼 1회성 제작이나 상품 출시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의 세계관을 만들고 캐릭터 자체를 성장시키려는 시도를 한 셈이다. 지난해 공개한 BT21 유니버스 시즌3는 취업의 어려움, 꿈을 좇는 과정에서 겪는 시련 등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다루며 팬들의 호응을 받았다. 8편의 쇼트 애니메이션과 스페셜 영상은 3000만 회에 이르는 누적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렇게 인기를 얻은 캐릭터 IP는 또다시 콜라보로 이어진다. 라인프렌즈는 글로벌 SNS 플랫폼인 페이스북, 스트릿 패션 브랜드 컨버스, 3D 증강현실 앱 제페토 등 국내외 기업들과 손잡고 BT21을 출격시켰다.

예전에는 인기 아이돌이 팬 서비스 차원에서 캐릭터를 내놓는 정도였지만, BT21이 성공한 이후 캐릭터 IP는 엔터테인먼트계에서도 중요한 전략이 됐다. 라인프렌즈 역시 아티스트의 매력이 담긴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몰입하고 있다. 중국 MZ세대 아이돌인 왕위엔과 함께 ROY6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프렌즈 크리에이터스의 세계적 역량을 입증해낸 라인프렌즈는, 국내에서도 매년 캐릭터 IP를 발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JYP의 걸그룹 ITZY(있지)와 함께 WDZY를 개발하고, 라인 메신저를 통해 전 세계 230개 국가와 지역에 무료 스티커를 공개했다. YG의 신인 보이그룹 TREASURE(트레저)와 함께 제작한 새로운 캐릭터 IP는 TRUZ(트루즈)다. 개발 과정에 ‘육성형 게임’을 도입해, 트레저와 팬들이 게임하듯 퀘스트를 수행하며 캐릭터를 탄생시키게 했다. 트루즈 첫 공식 제품인 스탠딩 인형은 라인프렌즈 스마트 스토어 출시 직후 완판됐다. 올해 등장한 캐릭터는 CHICHI(치치). 블랙핑크 멤버 지수가 상상력을 발휘해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했다. 캐릭터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라인프렌즈는 브라운앤프렌즈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제작 중이다.
라인프렌즈는 브라운앤프렌즈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제작 중이다.
라인프렌즈는 게임 기업 넥슨과 파트너십을 맺고 게임 내에 자사의 인기 IP를 선보이고 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 등장한 브라운앤프렌즈 캐릭터들 ⓒ라인프렌즈
게임 기업 넥슨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게임 내에 자사의 인기 IP를 선보이고 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 등장한 브라운앤프렌즈 캐릭터들 ⓒ라인프렌즈

넷플릭스부터 게임·메타버스까지 탑승

캐릭터의 활동 무대는 어디까지 넓어질까. 이미 라인프렌즈는 계획이 있었다. 라인프렌즈의 브라운스튜디오는 타 브랜드나 기업의 IP를 재창조하는 역할을 한다. 2017년 SBS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모티브로 《애니메이션 런닝맨》을 공동 제작하고, 그 IP를 활용해 모바일 게임 《런닝맨 히어로즈》, 영화 《런닝맨: 풀룰루의 역습》 등으로 콘텐츠를 확장한 바 있다. 캐릭터의 영역 확장은 게임사와 손을 잡고도 이뤄진다. 2019년에는 브롤스타즈로 잘 알려진 글로벌 게임사 슈퍼셀과, 2020년에는 국내 게임 기업 넥슨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19년 말 서울에서 열린 브롤스타즈X라인프렌즈 팝업스토어에 사흘 동안 1만 명의 팬이 방문했다는 것은, 게임 유저까지 라인프렌즈의 고객으로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성공했다는 방증이었다. 블랙핑크 지수와 협업해 만든 캐릭터 CHICHI는 넥슨의 레이싱 게임인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 4월부터 활용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TV를 넘어 대세가 된 OTT 플랫폼도 놓치지 않았다. 2019년 말 라인프렌즈는 넷플릭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또 하나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브라운앤프렌즈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190개국 이상을 대상으로 공개하겠다는 것. 캐릭터들의 글로벌 인지도와 영향력을 확대하는 또 하나의 채널을 확장하는 셈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MZ세대를 겨냥하기 위해 영상, 애니메이션, 게임, OTT에 이르는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도시의 일상을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현재 제작 중으로, 아직 공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제 라인프렌즈는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에도 탑승한다. 지난 3월 ‘아뽀키(APOKI)’를 만든 3D 콘텐츠 제작사 에이펀 인터렉티브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2019년 4월 유튜브를 통해 데뷔한 아뽀키는 노래와 커버 댄스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버추얼 스타다. 올해 초에는 음원 사이트를 통해 싱글 앨범 ‘겟 잇 아웃(GET IT OUT)’을 발매하고 가요계에 정식 데뷔하기도 했다. 파트너십의 전제는 라인프렌즈의 IP와 에이펀 인터렉티브의 기술력을 활용한 메타버스 IP 제작. 라인프렌즈는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브라운앤프렌즈, BT21, WDZY, TRUZ 등 캐릭터 IP를 버추얼 캐릭터로 확장한다는 큰 그림을 그린다. 네이버·라인 등 계열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아뽀키 IP를 활용한 제품 개발과 라이선스 사업을 전개하며 전 세계 MZ세대와의 접점도 넓혀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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