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전 국정원장, 시사저널 초기 10년 치 잡지 기증
  • 김종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3 16: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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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마지막 10년의 기록, 1만일의 보관이 준 울림
창간호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인은 노태우와 김수환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핼릿 카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문제는 과거의 경우다. 과거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기록이 남아있어야 한다. 당대를 기록해 후세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8월9일 서울 남산 이회영 기념관에서 시사저널 창간호를 기증하는 이종찬 전 국정원장(오른쪽)과 이를 받는 심상기 서울미디어그룹 회장ⓒ시사저널 최준필

이종찬 전 국정원장이 시사저널 초기 10년간 구독한 잡지를 시사저널사에 기증했다. 기증식은 8월9일 서울 남산 예장공원 내 우당 이회영 기념관에서 심상기 서울미디어그룹 회장과 권대우 시사저널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종찬 전 원장이 기증한 잡지는 총 479권이다. 1989년 시사저널 창간호부터 1998년 12월31일 발간된 제479호까지. 그는 시사저널 5주 치 정도를 하드커버로 묶어 1권의 책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수십 권 분량의 잡지를 정성스레 보관해 왔다. 이 전 원장이 1999년 1월 김대중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으로 국정에 참여하면서 잡지 보관은 아쉽게도 멈추게 됐다. 시사저널 창간호의 커버스토리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여론조사 결과였으며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1, 2, 3위로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 김대중 평민당 총재를 다뤘다.  

이 전 원장이 시사저널 10년 치 잡지를 보관해온 시간은 8월9일 기준으로 1만일이 넘는다. 만 31년 9개월 11일, 일자로는 1만1608일이다. 10년의 기록을 1만일 넘게 보관해 온 셈이다. 이 전 원장의 기록에 대한 열의는 남다르다. 그는 공직에 있는 동안 공식 문서 외에 일기와 메모 등 사적 기록도 만들어 보관했다. 한국 정치사와 현대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들이다. 그는 이런 기록을 국회도서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 전 원장은 자신이 가진 기록들을 디지털로 변환해 후손들이 온라인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 전 원장은 기증식에서 “시사저널 처음 10년의 역사를 다시 시사저널로 돌려드릴 수 있게 되어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미국에는 뉴스위크와 타임스, 영국에는 이코노미스트가 있다. 시사저널 창간 전에는 한국에 전통 있는 주간지가 없었다. 시사저널이 연륜을 쌓아 우리 언론계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지금 시사저널은 국민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심상기 서울미디어그룹 회장은 “이 전 원장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로 4선 국회의원, 국정원장을 역임하시며 우리 정치 원로의 반열에 올라서신 분이다. 이분의 기증은 시사저널사로서 영광이다. 큰 보물 하나를 건졌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심 회장은 “이종찬 전 원장을 비롯한 독자들의 사랑에 힘입어 시사저널은 가장 영향력 있고 품격 있는 시사잡지로 발전했다. 최근 온라인 분야에서 월 페이지뷰는 3000만 회를 돌파했고, 유튜브 시사저널TV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모이고 있다. 특히 시사저널의 자매 경제 매체인 시사저널e의 성장이 눈부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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