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석 “후보는 신선한데 캠프는 구태에 찌들어”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3 10: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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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야권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정치뉴스 많이 안 봐도 괜찮은 세상 만드는 게 제 꿈”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는 1989년 창간호부터 올해까지 32년째 이어지고 있다. 단일 주제로는 국내 언론 사상 최장기 기획이다. 이 조사는 우리나라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매년 국내 최고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 조사는 6월18일부터 7월16일까지 진행됐으며,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 전문가 1000명은 남성이 703명, 여성이 297명이다. 연령별로는 30대 207명, 40대 305명, 50대 370명, 60대 이상 118명이 설문에 참가했다. 전문가 조사 특성상 40~50대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많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시사저널 ‘202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 중 ‘야권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부문에서 69.1%의 지목률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에는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43.2%)이 올랐다. 이는 ‘여권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조사에서 여권의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1, 2위를 차지한 것과 대비된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전체 영향력 부문에선 대통령과 여야 대선후보 지지율 1위 주자들 다음인 4위에 올랐다. ‘0선’ 36세에 제1야당 대표가 된 그가 정치권을 넘어 한국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물론 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리더십 논란과 함께 대권주자 윤 전 총장과의 갈등은 위태롭다. 취임 이후 내내 파격 행보로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이 대표를 직접 만나 소감을 물었다.

ⓒ시사저널 이종현

올해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서 전체 영향력 4위, 야권 1위로 집계됐다. 소감이 궁금하다.

“제가 조금이나마 주목받는 것은 지금이 대한민국 정치에서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문법의 변화다.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있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완곡 화법의 종언을 고하는 시기라고 본다. 서로 예의만 차리고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에 염증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거다. 여의도 정치가 확 바뀔 찬스가 온 거다.”

야권 영향력 조사에선 유력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보다 높다.

“아무래도 윤 전 총장은 아직까지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평가가 좀 더 낮게 나온 거라고 본다. 당의 대선후보가 되고 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야권 주자 중 가장 부각되는 사람으로서의 의미가 더 강하다. 저야 제1야당 대표로 실권이 있는 존재이지 않나.”

취임 이후 당이 가장 많이 변화한 건 무엇이라고 보나. 

“탈(脫)계파다. 탄핵 찬반 얘기도 사라졌고, 그걸로 인한 인사 불이익도 없다. 대선 주자들이 줄 세우기 하려는 건 몰라도 적어도 당 대표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문화는 조성된 것 같다. 누누이 얘기해왔지만 제가 안을 수 있는 스펙트럼은 태극기까지다. 이스라엘기까진 어렵다. 이처럼 완전한 양극단이 아닌 이상 우리 당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단 걸 보여줬다고 본다.”

대표가 되고 나서 본인의 삶에선 어떤 부분이 많이 달라졌나.

“지금까진 어려운 지역구 선거에 도전하며 ‘저놈이 뭐 안다고 떠드냐’고 비하하는 사람들 있었다. 그러나 전국 단위 선거인 당 대표 선거에서 높은 지지율로 선출되니 이제 인정을 좀 받는 것 같다.” 

한편으론 파격 행보에 대한 당내 저항도 만만찮아 보인다.

“앞으로도 저항은 계속 있을 거라고 본다. 저의 시도는 전당대회 때 대중 지지율을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치권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다. 저항들을 뚫어내면 정치는 바뀔 거다. 물론 굉장히 부담되는 도전이다. 다만 제 나이가 아직 젊기 때문에 승부를 걸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몇십 년에 걸쳐 대한민국 정치를 바꿔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말 당 대표에 당선될 줄 몰랐다.

“저 역시 자신은 있었지만, 초반부터 이렇게 치고 나가게 될지는 몰랐다. 무엇보다 2명짜리 캠프로 선거를 치렀다. 저는 우리 당 대선후보들이 이 부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코로나19 시국이 된 이후 서울시장 후보 경선, 후보 단일화, 전당대회 이렇게 세 번의 선거가 있었는데, 초반부터 사람들이 몰려가고 대세론이 형성됐던 사람들이 다 졌다. 그게 무슨 의미겠나. 사람이 많이 달라붙게 되면 갈수록 무거워지고 신속성을 발휘하기 어려워진다. 지금 여의도 조직과 민심은 다소 괴리돼 있다. 이는 대선을 앞두고도 비슷하다. 여의도 사람들이 붙어서 오만 가지 잔머리를 굴린다고 이길 수 있는 선거가 아니다.”

지금 당내 대선후보들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인다는 건가.

“후보가 대선 조직이 왜 자기를 돕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잘 적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당에서 모 후보를 돕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이준석한테 밀려서 갈 곳이 없어진 젊은 청년들과 지방선거 때 공천 장사를 해야 될 사람들이다. 그건 말 그대로 후보는 신선한데 캠프는 완전히 구태에 찌든 거다. 앞으로 그런 모습이 반복해서 나올 거라고 본다.”

윤 전 총장 측과의 갈등이 계속되는 것 같다. 캠프 측에서 ‘탄핵’ 얘기까지 나왔는데.

“《라이온킹》이 떠오른다. 사자가 하이에나랑 어울리느냐, 아니면 멧돼지나 미어캣이랑 어울리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캠프 구성이 상당히 이해할 수 없게 돼 있는 것 같다.”

윤석열 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이 8월1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당 대표의 결정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탄핵도 되고 그런 거 아닌가”라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이 대표가 12일 SNS에 “계속된 보이콧 종용과 패싱 논란, 공격의 목적이 뭐였는지 명확해진다”고 받아쳤다. 논란이 확산되자 신 전 의원은 “대통령이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권한 행사를 하지 않으면 탄핵될 수 있다는 발언은 민주공화국의 기본 원리를 이야기한 것이지, 이 대표를 겨냥하거나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앞으로 가장 큰 이벤트인 대선을 어떻게 이끌 생각인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그렇고, 윤석열 전 총장을 포함한 우리 당 대선후보들도 그렇고 경쟁의 맛을 극대화로 올리는 게 뭔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을 보라. 무한경쟁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했기에 세계를 제패했고, 저는 그런 공정한 경쟁의 틀만 있으면 무조건 승리한다고 본다.”

주자들의 ‘패싱’ 논란이 있었다. 리더십 위기라는 지적도 있는데.

“아직까지 대선 레이스는 경선만 세 달 가까이 남았다. 정치를 오래 하신 분들은 저자세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런데 정치를 처음 하게 되면 기복이 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다. 전 그걸 조심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당에 새로 오신 분들이 아직까지 그걸 모르고 계신 것 같다.”

나이 어린 당 대표라는 시각이 여전히 있을 것 같다.

“그건 10년째 달고 살았는데, 점점 줄어들고는 있다. 이런 말은 하고 싶다. 이준석의 판단이 옳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온 것 아니겠나. 박근혜 키즈로 이득을 노리며 살려고 했다면 지금의 당 대표 이준석이 있지 않았을 거다. 어려운 길인 줄 알면서도 맞다고 생각하는 길로 다녔기에 일관성이 있는 거다. 저는 적어도 저를 평가하고 조언하는 사람들보다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여기까지 왔다고 본다.”

정치권의 세대교체는 시작되고 있다고 보나. 

“저는 586(60년대 출생 80년대 학번 현재 50대인 세대)으로 상징되는 50대 주류 정치권이 산업화 시대나 이런 때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빠르게 세대 전환이 이뤄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앞으로 2030 세대에 많은 길이 열릴 거다. 변화의 속도가 586 세대에 10년~20년의 집권을 허락하지 않을 거다. 세대교체는 586 덕분에 가속화되고 있는 거다.”

지금의 당 대표직 이후의 계획은 무엇인가.

“저는 대선만 승리하면 전무후무한 30대 정치인으로 남을 것이기에 일단 그걸 먼저 해놓고 편하게 생각하려고 한다(웃음).”

정치인 이준석이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떠한가.

“저는 대한민국 정치가 해방 이후로 대통령의 권한이 제왕적으로 주어지는 등의 이유로 매우 패거리주의적이고 전근대적으로 돌아가는 게 많았다고 본다. 정치는 국민 삶에 최소한으로 개입하고, 자유와 책임이란 가치 안에서 사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저는 정치인이지만 역설적으로 국민들이 정치뉴스를 많이 보지 않아도 괜찮은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게 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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