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심장부 호남 훑은 이재명·이낙연, ‘DJ 적통’ 경쟁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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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서거’ 12주기 맞아 나란히 호남행…DJ 인연·계승의지 경쟁
이재명, 5년 만에 DJ생가 방문…이낙연, 목포서 남북평화 강조
이재명 “유지 실현할 사람이 적자” vs 이낙연 “DJ 발탁으로 정치 입문”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 간 ‘호남 대전’이 다시 불붙고 있다. 여권의 ‘심장부’인 호남의 전략적 선택을 받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면서다. 현재 여권 지지율 1·2위인 대선 예비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광복절 연휴 기간 내내 ‘호남 대전’을 펼쳤다. 특히 하루 간격을 두고 13~15일 호남행 열차에 오른 두 주자는 오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DJ) 서거 12주기를 앞두고 ‘적통’ 메시지 경쟁을 벌였다. 이 지사는 전남 신안 하의도 DJ 생가에서, 이 전 대표는 DJ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DJ정신 계승 의지와 인연, 향수로 표심을 자극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왼쪽)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시사저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왼쪽)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시사저널

이재명, 김홍걸과 하의도 DJ생가 방문

이재명 지사는 목포신안에 이어 여수순천까지 이어지는 1박2일 전남 일정을 통해 호남 민심 굳히기에 나섰다. 이 지사가 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호남을 방문한 것은 지난달 2일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방문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지사는 호남 일정 첫날인 14일,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김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 2016년 6월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와 함께 방문한 지 5년만이다. 그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이루겠습니다”고 썼다.  

그의 생애 첫 하의도행에는 김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의원(무소속)이 동행했다. 이 지사 측은 김 의원의 동행이 DJ의 정치적 정통성을 이어받는 ‘적자(嫡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이에 화답하듯 김 의원은 15일 이 지사에 대해 사실상 지지를 표명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결단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이 지사가 나서면, 저희 아버님이 못다 이룬 한반도 평화의 꿈을 이번에는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김대중 전 대통령 3남 김홍걸 무소속 의원과 함께 [전남 목포시 하의도 DJ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김대중 전 대통령 3남 김홍걸(왼쪽) 무소속 의원과 함께 전남 목포시 하의도 DJ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전남 목포시 하의도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이 지사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이루겠습니다”고 적었다. ⓒ이재명 캠프​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전남 목포시 하의도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이 지사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이루겠습니다”고 적었다. ⓒ이재명 캠프​

이 지사 “DJ의 위대한 역정 존경…그 길 따라 멈춤없이 걸을 것”

이 지사는 생가 방문에서 DJ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생가 앞 길목에 전시된 1971년도 대선 벽보를 보며 “어릴 적 동네에 담배 말리던 흙벽에 이 벽보가 붙어있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온몸을 던져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회복해내고 새로운 개혁의 길을, 또 남북 평화의 길을 열어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위대한 역정을 존경한다”며 “그 길을 따라 저도 멈춤 없이 앞으로 가겠다”고 존경심과 계승자임을 부각시켰다.  

DJ의 유지를 실현하는 사람이 적자이지 누가 더 가까이 있었느냐는 무의미하다는 게 이 지사 측의 논리다. 이 지사가 다음날 전남 여수를 찾아 “호남이 진심으로 바라는 개혁 세상을 실천해왔고, 앞으로도 속도감 있게 하겠다”며 “호남이 저를 기대해주셔도 좋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 지사는 하의도행에 앞서 이날 오전 목포 신항만 전망대에서 해상풍력단지 조성 관련 브리핑을 청취한 후 “호남을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전략기지로 육성하겠다” 등 호남을 겨냥한 정책 약속들도 내놨다. 이 지사는 이어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 절차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것 같다”며 “대대적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정부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호남 주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오전 목포 신항만 전망대에서 해상풍력단지 조성 관련 브리핑을 청취한 후 “호남을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전략기지로 육성하겠다” 등 호남을 겨냥한 정책 약속을 내놨다. ⓒ시사저널 정성환​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오전 목포 신항만 전망대에서 해상풍력단지 조성 관련 브리핑을 청취한 후 “호남을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전략기지로 육성하겠다” 등 호남을 겨냥한 정책 약속을 내놨다. ⓒ시사저널 정성환​

DJ 정치적 고향 찾은 이낙연 “김대중 연설장이 저에게 큰 희망 줘”

이에 맞서 이낙연 전 대표는 2박 3일간 전남과 광주, 전북을 훑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를 찾아 국도 1(목포~신의주)·2호선(신안~부산) 기념비 앞에서 ‘남북평화와 동서화합’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번 호남행에서 이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인연 등을 강조하며 ‘호남 적자’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켰다. 13일 DJ 정치적 고향인 목포를 찾은 그는 “대학 강의실보다 김대중 선생의 연설장이 훨씬 더 저에게 큰 희망을 줬습니다. 그것이 저의 남루한 청춘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이는 당에 뿌리가 깊다는 점을 내세워 전통적인 지지층에 구애하려는 것으로, 여권 1등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차별화 지점이기도 하다. 언론인 시절 DJ의 발탁으로 정치에 입문한 이 전 대표는 DJ의 적자, 나아가 민주당의 적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DJ의 비서출신 전직 의원도 이 전 대표가 DJ의 적통임을 강조하듯 거들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석현 전 의원은 14일 SNS에 올린 글에서 “내가 김대중 선생의 비서가 된 때는 전두환 독재가 극심했던 80년대였다. 기자들이 동교동 자택에 출입했는데 선생이 동아일보 이낙연 기자를 각별히 아껴서 승용차 옆자리에 앉히기도 했다”며 “하루는 아끼시는 이유를 여쭤봤더니 ‘이 기자는 사실을 왜곡하지 않네...진실한 사람이지’라고 답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이 전 의원은 “조선대 2만평 운동장과 10만평의 공지, 건물 위에 80만 청중이 꽉 들어찬 87년 대선을 앞둔 김대중 후보의 광주 유세장을 이 전 대표가 “유채밭 같았다”고 묘사했다며 DJ와 굴곡의 한국 현대 정치사를 줄곧 함께 해 온 사람이 이 전 대표임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14일 전북 고창 노을대교 현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 노을대교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이낙연 캠프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14일 전북 고창 노을대교 현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 노을대교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이낙연 캠프

이낙연, 전북서 “새만금 국제창업특구 조성”

이 전 대표의 전남에서 시작된 호남 텃밭 지키기는 광주와 전북으로 이어졌다. 14일에는 광주에선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유가족과 만나 진상 규명을 약속했고, 오후에는 전북으로 이동, 고창 노을대교를 방문했다. 노을대교는 새만금과 변산반도국립공원, 선운산도립공원을 연결하는 서해안권 관광벨트 중심도로로, 대한민국 최장 구간 국도 77호선(부산~파주) 중 서해안의 유일한 단절구간이다. 이 전 대표가 국무총리 시절 노을대교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이어 15일에는 전주에서 가진 전북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새만금지구에 국제창업특구와 국제의료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새만금은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국제창업특구를 조성해 국내 창업인뿐만 아니라 외국 창업자들이 모여 규제를 덜 받으며 새롭게 창업하며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새만금 고속도로를 비롯해 서해안 철도를 호남권까지 연장시키는 등 교통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고도 했다. 자신의 지지율과 관련해선 “조금 시간이 걸리고 있다.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15일 전주에서 전북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새만금지구에 국제창업특구와 국제의료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캠프​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15일 전주에서 전북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새만금지구에 국제창업특구와 국제의료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캠프​

다시 불붙는 호남대전’ 왜?…의견유보층 절반 육박 ‘안갯속’

이 지사는 이번 호남 경쟁에서 대세론 굳히기에 나선다는 구상이고, 이 전 대표는 지지세 반등을 통한 역전의 발판 마련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두 사람이 주말 내내 호남에 집결한 이유는 향후 대선 경선의 향배를 가를 최대 격전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길 후보에 표를 몰아준다’는 호남의 ‘전략적 표심’이 이번에도 여권 대선판을 가를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호남이 단순한 지역 민심이 아닌, 전국의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전국순회 경선 중 호남 경선은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득표 결과가 처음 공개되는 ‘1차 슈퍼위크’이자 추석 연휴 직후인 9월 25~26일 열린다. 

앞 다퉈 DJ와의 인연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DJ 향수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호남에서 DJ의 선택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계산이 나오면서다. DJ는 민주개혁진영의 대부이자 호남의 정신적 지주로 통한다. 대망론을 꿈꾸고 있는 여권 대권주자로선 DJ 적자는 탐나는 자리가 아닐 수 없다. 

다만, ‘호남의 표심’이 이번에는 ‘안갯속’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19 백신 수급 논란 등 각종 악재에 흔들리는 여권의 위기와 윤석열 등 야권 후보 등장 등으로 인한 의견 유보 층이 절반 육박하는 점이 예전 선거와는 달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여권 지지율 1·2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 또한 매주 요동치고 있다.

오승용 킹핀정책리서치 대표는 “호남 유권자 중 의견 유보 층이 30에서 40%까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후보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줬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그래서 본선 경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메시지를 호남에 제시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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