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도로 페인트가…‘수도권 상수원’ 의암호에 미세플라스틱 유입
  • 서지민 디지털팀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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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천 보행자도로에 칠한 ‘페인트’ 벗겨져 수계에 유입
공지천~의암호 5개 지점 퇴적토양서 모두 미세플라스틱 발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석사교, 퇴계교~남춘천교, 공지교, 의암호 부근 퇴적토양에서 현미경으로 관찰된 파란색 미세플라스틱. 공지천 보행자도로에 쓰인 파란색 페인트와 같은 성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만구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교수 연구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석사교, 퇴계교~남춘천교, 공지교, 의암호 부근 퇴적토양에서 현미경으로 관찰된 파란색 미세플라스틱. 공지천 보행자도로에 쓰인 파란색 페인트와 같은 성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만구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교수 연구팀

수도권 상수원 역할을 하는 강원 춘천시 의암호에 최소 수십억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암호의 주요 지류인 공지천 보행자도로에 칠했던 수용성 페인트가 벗겨지면서다.

김만구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교수 연구팀은 공지천~의암호에 최소 11억 개에서 최대 3760조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유입됐다고 18일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은 5mm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기존의 플라스틱 제품이 분해되면서 발생한다. 하수처리시설에 걸러지지 않아 바다·강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가 물고기들이 먹고, 결국 다시 사람의 몸에 쌓인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춘천시는 지난해 10월29일~11월13일 공지천 보행자도로(남춘천교~거두교) 1.7km 구간에 파란색 수용성 페인트를 칠했다. 자전거와 보행자 통행을 분리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페인트가 겨울에 눈을 맞으며 벗겨지는 ‘박리현상’으로 인해 대부분 유실됐는 점이다. 도색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도로는 회색 콘크리트 바닥이 전부 드러난 상태다. 연구팀은 해당 페인트칠이 제대로 마감되지 않아, 벗겨진 페인트가 미세 입자로 마모돼 공지천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10월28일~11월13일 공지천 보행자도로(남춘천교~거두교)를 색칠한 파란색 페인트가 거의 벗겨져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올해 2월15일, 3월4일, 4월6일, 6월4일 촬영된 공지천 모습 ⓒ김만구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교수 연구팀
작년 10월28일~11월13일 공지천 보행자도로(남춘천교~거두교)를 색칠한 파란색 페인트가 거의 벗겨져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올해 2월15일, 3월4일, 4월6일, 6월4일 촬영된 공지천 모습 ⓒ김만구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교수 연구팀

연구팀은 실제 페인트가 벗겨진 공지천부터 의암호까지 ▲석사교 ▲퇴계교와 남춘천교 사이 ▲공지교 ▲공지천 유원지 ▲의암호 부근 총 5개 지점에서 미세플라스틱 유입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물 속 토양 10g당 미세플라스틱 양이 가장 많은 곳은 퇴계교와 남춘천교 사이 지점으로 무려 1만7700개가 검출됐다. 특히 공지천 주변 식물 뿌리에는 파란색 미세플라스틱이 박혀있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또 석사교 지점에서는 1만3128개, 공지교 205개, 공지천 유원지 8개가 발견됐다. 의암호 내 퇴적토양 3곳에서도 각 16개, 18개, 36개가 나와 사실상 공지천에서 벗겨진 페인트가 의암호까지 유입된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한중일 국민의힘 춘천시의원이 시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공지천 산책로 도로공사 하자 관련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도색 면적 5802㎡ 중 60%에 육박하는 3481㎡가 벗겨진 것으로 추정했다. 도색에 쓰인 페인트 총량은 1t이었고, 위의 분석을 토대로 약 0.6t의 페인트가 벗겨진 것으로 계산했다.

연구팀은 페인트 유실 면적 3481㎡을 바탕으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지름을 최대치 2mm와 최소치 0.0000346mm로 계산했다. 이 결과 수계로 유입된 미세플라스틱 개수를 최소 11억 개에서 최대 3만7000조 개로 추정했다. 

김 교수는 “페인트 조각이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바뀌어 공지천에서 의암호를 거쳐 한강으로 유입되면, 수생태계와 수계의 수자원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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