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리는 초저금리 시대…가계부채·집값 잡힐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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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0.5→0.75% 인상…대출이자 부담 3조 이상 늘어날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월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월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한국은행 제공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다. 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75%로 전격 인상을 결정하면서다.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 물가 안정을 겨냥한 한은의 이번 조치는 금융 전반과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의결은 2018년 11월(1.50→1.75%) 이후 2년9개월(33개월) 만이다.

금통위는 작년 3월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하며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 0.5%포인트를 한 번에 낮추는 '빅컷'(1.25%→0.75%)을 단행했다. 같은 해 5월28일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조정했다. 이후 기준금리는 작년 7, 8, 10, 11월과 올해 1, 2, 4, 5, 7월에 걸쳐 아홉 번 동결되며 15개월 간 초저금리 행진을 이어왔다. 

금통위를 앞두고 한은과 정부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해왔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서 가계대출 증가와 자산 가격 상승폭이 커진 데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5월 금통위 이후 여러 차례 금리 인상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15일 금통위 회의 직후 "최근 경제 주체들의 위험 선호, 차입에 의한 자산투자가 이어졌다"며 "건전성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저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한 거시건전성 규제도 한계가 있다"고 사실상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는 경기 회복세에 대한 한은의 긍정적인 전망도 반영됐다. 한은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유지했다. 수출 호조와 온라인 소비 증가, 정부의 재난지원금 등 재정 정책 효과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주요 은행이 한 달 사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일제히 끌어올렸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이 계속되면서 은행들은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해 적용금리를 높였다. 사진은 8월18일 서울 한 은행 모습 ⓒ 연합뉴스
국내 주요 은행이 한 달 사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일제히 끌어올렸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이 계속되면서 은행들은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해 적용금리를 높였다. 사진은 8월18일 서울 한 은행 모습 ⓒ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부채 진정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리인상은 금융 불균형 해소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각 경제주체에 주는 효과가 있다"며 "우리 경제의 잠재 리스크가 된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데 수월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자연히 시중 은행 등의 대출 금리가 오르게 되고 가계에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되므로 추가 대출 수요가 억제된다. 현재 가계부채의 70%가 변동금리 대출이어서 이자 부담은 상승할 전망이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06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카드사용액(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1705조원에 이른다.

지난 6월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전체 잔액 가운데 72.7%가 변동금리 대출로, 6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산술적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0.25%p)만큼만 올라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988억원(1705조원×72.7%×0.25%)이나 불어나게 된다. 

다만 0.25% 인상만으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대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대출 증가세가 멈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증가 속도가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부동산 시장은 금리를 한번 올려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가계부채가 줄어드는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즉각적 반응보다는 일단 워닝(경고)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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