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사퇴’ 배수진 쳤지만…꼬리 무는 의혹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6 15: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령 부친의 대규모 땅 매입, 시세차익 노린 투기 가능성 제기
눈물로 만류하던 국민의힘, 언급 삼가며 ‘신중 모드’
25일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의원직 및 대선후보 사퇴 기자회견이 열린 국회 소통관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 의원의 손을 잡고 사퇴 의사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25일 부친의 부동산 불법 의혹이 제기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직·대선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가진 국회 소통관에서 이준석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을 둘러싼 후폭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부친의 농지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 직후 윤 의원은 재빨리 사퇴 카드까지 내밀었지만, 투기 정황이 드러나며 역풍 조짐까지 일고 있다.

여당은 LH 사태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당시 윤 의원이 꺼내든 각종 비판을 그대로 되갚음하며 공세를 본격화 하고 있다. 대선 경선 버스 출발과 동시에 '윤희숙 리스크'를 맞닥뜨린 국민의힘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윤 의원 가족의 땅 투기 정황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지도부가 면죄부를 부여하면서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도 또 다시 위기에 놓였다. 

 

"땅 매입 몰랐다"는 윤희숙 의원과 가족들 

권익위가 농지법과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이 있다고 지적한 윤 의원 부친의 땅은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에 있는 1만871㎡(약 3300평) 토지다. 윤 의원 부친 A씨는 2016년 5월 '자가 농사'를 목적으로 8억2000만원 가량을 주고 땅을 매입했다. 당시 윤 의원 부친은 1936년생으로 매입 당시 80세에 가까운 고령의 나이였다. 

권익위 조사 결과, 윤 의원 부친은 신고 내용과 달리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며 농사를 제3자에게 위임하고 매년 쌀 7가마니를 받았다. 윤 의원 부친은 땅 매입 뒤 세종으로 주소지를 한 차례 바꿔 전입신고를 하기도 했지만, 다시 서울 동대문구로 옮겨갔다. 권익위는 수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으로 윤 의원 부친에 농지법 및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국민의힘과 윤 의원에게 이를 통보했다. 

8월26일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일대 모습.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부친이 2016년 이 일대 논 1만871㎡(3300평)를 사들였던 것과 관련해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 연합뉴스
8월26일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일대 모습.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부친이 2016년 이 일대 논 1만871㎡(3300평)를 사들였던 것과 관련해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 연합뉴스

윤 의원이 사퇴를 선언한 이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부친의 토지 취득 목적이다. 고령의 부친이 거주지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세종시의 3000평 넘는 토지를 매입해 농사를 지으려 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자가 농사 행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이같은 점을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부친의 땅 매입 후 모친 건강이 악화돼 인근 주민에게 토지 경작을 맡긴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윤 의원 부친이 매입한 땅 주변으로 세종 스마트 국가산업단지와 세종 미래 일반 산업단지, 세종 복합 일반 산업단지 등 4개의 산단이 포위하듯 들어서고 땅값이 급등한 점을 집중 언급하고 있다. 윤 의원 부친이 매입할 당시 평당 단가는 20~30만원 선이었지만, 5년 뒤인 현재는 50~6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평당 100만원에 가깝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일 현 시점에서 땅을 매각할 경우 시세차익이 적어도 1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윤 의원이 세종시의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근무했던 이력도 재조명되고 있다. 세종 스마트 산단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맡은 기관이 KDI였기 때문이다. 세종 스마트 산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7월 국정과제 지역공약으로 채택, 2020년 9월 KDI의 예타를 통과했다. 지역공약으로 채택되고 예타가 진행되던 시점에 윤 의원은 KDI 소속이었기 때문에 내부 정보 접근 및 활용이 가능했고, 이를 가족들과 공유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일었다. 

물론 KDI의 예타 조사 시점과 윤 의원 부친이 농지를 매입한 시점은 다소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예타 완료 시점이 아닌 지역공약 채택 전후 등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가 활용되거나 윤 의원이 개입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민주당 대권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윤 의원이 한국개발연구원(KDI) 근무하면서 얻은 정보로 가족과 공모해 투기한 게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KDI는 국가 주요 정책을 다 용역을 맡기 때문에 KDI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부동산투기 전수조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의 제부인 장아무개씨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보좌관을 지낸 점도 논란이 됐다. 장씨는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장인어른이 농지를 매입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산업단지 조성 관련 내용은 지금도 잘 알지 못하지만, 당시에도 알지 못했던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또 청와대 근무 기간이 불과 한달에 불과했고, 최 전 장관 보좌관을 하던 당시에도 세종시 개발과 관련한 특정 정보를 습득해 투기에 활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 역시 전날 회견에서 "아버지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지만, 위법한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며 자신의 개입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8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및 대선 경선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8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및 대선 경선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방어막 쳤던 국민의힘, 여당 되치기에 곤혹

윤 의원 관련 의혹에 대한 여권의 공세가 본격화 하자 국민의힘도 경고등이 켜졌다. 국민의힘은 권익위의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정치적 의도가 있는 끼워맞추기식 조사라고 성토했다. 특히 이준석 대표는 전날 윤 의원 사퇴 표명 기자회견장을 직접 찾아 눈물을 보이며 윤 의원 사퇴를 만류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분위기가 반전될 조짐을 보이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윤 의원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을 통해 대중에 각인된 인물이라는 점도 당으로서는 부담스런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전면에서 비판해 온 윤 의원이 의혹의 진원지가 됐다는 점에서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윤 의원이 사퇴 회견에서 우려를 표했던 대로 여당은 즉각 '내로남불' 공세를 퍼부으며 여당에 쏟아진 '부동산 원죄'에 대한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단 윤 의원 의혹과 관련한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사권한이 없는 권익위를 향해 불공정, 부실 조사를 했다고 비판하며 '연좌제'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에서 한 발 물러나 언급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대권주자들 역시 추가적인 언급을 삼가하며 사태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자칫 윤 의원에 대한 적극 엄호에 나섰다가 투기 정황이 확인될 경우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여론의 질타는 물론 지지율 하락까지 불러올 수 있어서다. 전날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의 비전발표회가 윤 의원 사퇴에 모두 묻혀버리는 등 이슈 블랙홀이 된 만큼 당분간 지도부와 대권주자들이 윤 의원 의혹에 대한 '의도적 거리두기'가 펼쳐질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부동산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 12명 가운데 탈당요구·제명을 받은 6명을 향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 모두가 합심하는 것이고 선당후사의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계처분 재논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최고위는 탈당요구 조치에 대해 재논의 할 계획은 없다"고 일축하며, 대표 흔들기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내는 선에서 관련 발언을 마무리 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