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언론중재법 정국 1개월 휴전했지만…‘재발 가능성’ 높은 이유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8.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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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6차례 회동 끝 9월27일 본회의서 언중법 처리키로 최종 합의
與, 역풍 우려에 전략적 후퇴…‘독소조항’ 포기할지는 미지수

여야가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를 위한 ‘민·정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면서 일단 휴전에 들어갔다. 역풍 우려에 부담을 느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출구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야가 여전히 ‘독조소항’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향후 협의체 논의 과정에서도 파열음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6차 회동을 갖고 이같이 최종 합의했다. 여야는 정치권과 민간 전문가들까지 참여하는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논의한 뒤, 내달 27일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여야가 구성에 합의한 협의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 각 2명과 각 진영에서 추천한 언론계 인사 2명씩을 포함한 총 8인으로 구성된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합의안을 추인했으며, 국민의힘도 긴급현안간담회를 열고 당에 합의안 사실을 알렸다. 

8월31일 열린 국회 본회의 ⓒ 연합뉴스
8월31일 열린 국회 본회의 ⓒ 연합뉴스

당 원로에 청와대까지…與, 강행⟶신중 선회한 배경

언론중재법 강행 의지를 다지던 민주당이 9월 정기국회로 처리 시한을 넘긴 이유는 당 안팎에서 힘을 얻은 ‘신중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야의 힘겨루기가 극한으로 치달았던 전날(30일)에는 내부에서도 ‘내로남불’ 비판이 터져 나왔다. 소신파 의원들뿐만 아니라 당 원로와 청와대까지 부정적 기류를 내비치면서다.

민주당 상임고문단인 문희상·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등은 전날 당 지도부에 “이런 식으로 (언론중재법을) 처리하면 안 된다. 지혜롭게 처리해달라”는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4·7 재보선 참패의 원인은 180석의 위력을 과시하고 독주했기 때문에 심판받은 것이다”라며 “4월7일의 밤을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특히 청와대도 민주당의 속도전에 우려를 표한 것이 민주당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이 이어지던 와중에 국회를 직접 방문해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비공개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민주당 내 기류가 법안처리 강행보다는 여야 합의 쪽으로 기운 것으로 파악된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의장실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의장실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與, 절차적 정당성 확보 위한 ‘전략적 후퇴’?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처리 시한을 유예한 것일 뿐, 강행 의사 자체를 누그러뜨릴지는 미지수란 지적이 나온다. 민·정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은 언론중재법 독주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 사안은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허위보도에 대한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허위조작 보도임을 추정하는 고의 중과실 요건, 기사 알람차단청구권 등이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과 열람차단 청구권을 삭제하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이 이를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협의체 논의 과정에서도 여야 간 대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내달 27일 본회의를 앞두고 다시 극한의 대치 정국이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협의체에 참여할 위원 선정을 두고 당내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6일까지)이 기간동안 충분히 국민 여론을 수렴해서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27일에 잘 처리되도록 할 것”이라며 “여야 협의체에서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제외한 다른 법안의 경우 이날 오후 2시부터 8월 임시 국회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는 상임위원장 선임 및 CCTV법 등 법안을 이날 본회의에서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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