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검찰 고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K그룹이 LG그룹으로부터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인 실트론(현 SK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와 관련해서다.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온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최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을 포함한 심사보고서를 SK(주)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 취득 과정이 사익편취에 해당한다고 보고 SK(주)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것이다. 공정위는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전원회의가 공정위의 결론을 받아들일 경우, SK(주)에는 과징금이 부과되고 최 회장은 검찰 고발을 당하게 된다.
당초 실트론은 (주)LG가 지분 51%, 채권은행과 사모펀드가 49%를 보유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7년 1월 SK(주)가 (주)LG 보유 지분 전량을 6200억원(주당 1만8138원)에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러자 같은 해 4월 채권은행과 사모펀드는 SK(주)에 나머지 지분 49% 인수를 요구했다. 당시 이들이 제시한 가격은 주당 1만2871원이었다. 그러나 SK(주)는 채권은행과 사모펀드 보유 지분 중 19.6%만을 인수했다.
나머지는 최 회장 몫으로 돌아갔다. 그는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실트론 지분 29.4%를 2535억원에 취득했다. TRS는 투자자가 계약자인 증권사에 정기적으로 수수료를 지불하는 대가로, 증권사가 주식을 대신 매수해 주는 방식의 거래다. 최 회장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대신 향후 실트론이 상장하면 해당 지분에 대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대는 SK(주)가 실트론 지분을 저가에 매수할 기회를 최 회장에게 넘겼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17년 11월 공정위에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 취득이 총수 일가 사익편취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공정위는 2018년부터 조사에 착수, 실트론 인수 당시 실무자와 임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왔다.
SK그룹은 그동안 최 회장의 사익편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왔다. 지분 취득은 정상적이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SK그룹 관계자는 “당시 최 회장의 지분 취득은 공개 경쟁입찰 절차를 통해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중국 등 국외 자본의 SK실트론 지분 인수에 따른 문제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경영 정책상의 판단이었다”며 “채권단이 주도한 공개경쟁 입찰에서도 어떠한 위법성도 없었다”고 밝혔다.